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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이후 미술계의 변화와 혁신은 필연

김 상 채(호서대학교 벤처경영학과/예술경영, 미술기획)

[AP/뉴시스]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80만 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사진은 크리스티가 제공한 해당 작품사진, 2021.04.
[AP/뉴시스]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80만 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사진은 크리스티가 제공한 해당 작품사진, 2021.04.

우리 속담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제는 이 속담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작금의 현대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혁신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AI와 메타버스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기 시작했으며 지구상의 누구라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시대에 적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예술가 또한 예외가 아니라 더욱 더 혁신을 주도해야 할 사람들이다.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필자는 혁신은 생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특히 예술계에서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갇혀 있는데도 그것이 진정한 예술의 길인양 다른 것은 보지 못하고 그 틀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보면서 미술계 또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미 모든 환경이 변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며,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서 혁신이 요구된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서 미술계의 환경을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술계의 현상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2008년 이후부터 시작된 미술시장의 오랜 침체는 그나마 아트페어라는 미술품 거래 시장이 바닥까지 꺼진 미술시장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었다. 이렇게 이어진 내공은 2014년 KIAF의 역대 최다관람객이라는 기록을 이어가며 아트페어가 미술품거래의 중심유통시장으로 자리잡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올해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리면서 2021년 봄 부산아트페어에서 350억, 10월 키아프에서 약 650억이라는 사상 최대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미술작품 유동의 주요 시장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올해 다시 불붙기 시작한 미술시장의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이 겹치면서 올해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으며 앞으로 단기간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축된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가 '보복 소비(리벤지 쇼핑, Revenge Shopping)'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기에 더해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시중에 푼 유동성 자금이 넘쳐나고 있고, 이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유 자금이 부동산·주식이 아닌 미술시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운 비명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시적인 현상을 잘 관리해서 꾸준히 변화에 대처하고 혁신해야만 국내 컬렉터들이 해외 아트페어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고, 국내 아트페어 역시 상업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갤러리와 작가의 품격을 높이고 차별화된 기획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관망 중인 관객을 소비 관객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새로운 컬렉터층의 부상인데 바로 MZ세대들의 등장이다. MZ세대는 플렉스문화의 중심에 있는데 '과시'나 '자랑'을 의미하는 플렉스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신의 사치와 소비를 가감 없이 주변 친구나 동료에게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자기 과시'라고 규정할 수 있는 플렉스 소비는 자기만족과 즐기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이들은 '고가의 명품'(40.8%), '세계여행(36.7%)', '음식(27.0%)', '자동차(24.6%)' 등 주로 사치성 품목에 돈을 쓰고 싶어하고 지출 비용도 500만 원 미만이 66.0%를 차지하지만 500만~1000만 원을 쓸 수 있다는 응답자도 17.6%나 되는 등 기존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바로 이들이 미술시장에 유입되면서 새로운 컬렉터층을 형성하고 있다.

비플(Beeple) 마이크 윈켈만
비플(Beeple) 마이크 윈켈만

최근에 떠오르는 신진작가들 중 요즘 가장 핫한 김모 작가의 경우, 이 작가의 구매고객 80% 이상이 모두 MZ 세대들이다. 이미 해외에서도 MZ세대의 구매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향후 이들이 미술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MZ세대들의 미술품 구매의 한 요인으로 얼마 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이건희 컬렉션'의 영향도 작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직장인들이 미술품을 사 모아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외국으로 못 나간 데 대한 보복 소비(리벤지 쇼핑)와 BTS나 인기연예인 등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 'K아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주었던 것 등도 현재 코로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부터 KIAF와 공동으로 열리게 될 영국의 프리즈(Frieze)가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미술작품거래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지도나 자본 규모, 유통 구조, 판매망 측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프리즈가 국내 시장을 급속히 빨아들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큰손들은 서구 미술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대부분 국외 화랑이나 해외 아트페어에서 직접 구매해 왔지만 서울이 프리즈의 아시아 시장 거점이 된다면, 한국 화랑과 작품, 작가들이 세계 시장에 더욱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다. 올해 갑자기 기형적으로 급성장한 미술시장이 내년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 개최를 시작으로 그동안 오랜 침체와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게 될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현재 한국미술계의 핫한 뉴스 중에 하나가 바로 NFT인데, 이 NFT에 대한 관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트의 등장이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하는 Non Fungible Token으로 암호화폐 토큰에 인식 값을 부여해 작품의 진위문제를 해결하였다. 이와 더불어 NFT 작품은 창작자와 컬렉터를 포함한 계약, 작품 전송 등의 거래내역과 구매절차가 모두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해서 해킹이나 조작, 훼손, 진위여부 논란을 잠재우고 자유롭게 팔수 있는 투자자산으로서의 기능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NFT는 영상·그림·음악 등은 복제 불가능한 원작으로 만들 수 있어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으며 작품으로 출시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NFT 작가로는 비플(Beeple)이 있으며 그의 작품 에브리데이(Everyday)가 780억원에 거래되었고, 엘론 머스크의 여자친구로 유명하지만 가수인 그라임스의 작품은 6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마리킴 작가의 NFT작품이 6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으며 미스터 미싱, Kun, 등의 NFT작가들의 작품이 NFT 마켓플렛폼을 통해서 거래되고 있다. 디지털 아트가 제작된 것은 이미 수십 년이 넘지만 다른 매체에 비해 판매되는 경우가 드물었고, 원본과 복사본을 어떻게 구분하는지가 가장 큰 이슈였으며 작가들은 저마다 마일에 복제할 수 없도록 프로그램화하는 등 장치를 마련했었는데, 이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작품이 진품인지, 원본을 소장한 이가 누구인지 보증하는 NFT 작품이 발행되면서 디지털 작품의 고질적인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된 셈입니다. 이 같은 신기술의 등장으로 가상화폐 관련 기업이나 이를 통해 큰 수익을 본 투자자들, 그리고 메타버스와 게임, 아트상품 등에 관심이 큰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컬렉터와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NFT 작가들과 NFT 작품은 미술시장의 페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커다란 혁신을 불러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 21에서 페북의 CEO 저커버그는 "미래에는 미디어, 예술, 스크린, TV가 물질적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가상현실이 이에 상응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되는 세상이 곧 시작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메타버스의 일상화가 미팅과 콘퍼런스 방식도 바꿀 것으로 예상했으며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개발됨에 따라 곧 가상세계에서 회의가 매우 즐겁고 잘 진행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런 미래의 혁신은 미술계에서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고 이제 시작한 MZ 세대들의 컬렉션은 아마도 조만간 미술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구매층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제 MZ세대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려면 이들의 취미와 기호,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들의 놀이터인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길이 바로 MZ세대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므로 미술인들도 메타버스에 대한 공부도 병행해야 변화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매력 있는 공급처는 떠난 소비자도 되돌아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꾸준한 변화와 혁신은 필수요소인데 이는 어느 분야에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미술계에는 더욱 간절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서 K-Pop이 세계무대를 장악했듯이 한국미술이 세계미술계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미술인들의 변화와 혁신은 이제 필연이 되었다.

머지않은 날에 K-Art 역시 K-Pop과 나란히 세계무대를 누비는 행복한 콜라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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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지면 2지면 3

원 게재: 특별기고 / 회화지 28호(2021) 42–44쪽 · 원본 PDF 43쪽 ↗

이 지면의 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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