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반추(反芻)를 통해 나타난 '내면의 섬' 표현 연구
-본인 작품을 중심으로-
박사논문 국문초록
본 초록은 본인작품 '내면의 섬' 연작을 대상으로 주제적 특징과 상징성, 나아가 조형적 가치를 분석한 작품연구논문이다. 따라서 '내면의 섬'의 주제적 바탕을 이루는 기억의 반추에 관한 이론적 배경 연구를 토대로 창작 의의와 동기, 표현에 따른 조형성 등을 분석하였다.
기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며, 특히 동양에서는 경험을 중시하는 심미체험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삶에서 기억은 존재 의식의 근원적 의미를 일깨워주는 핵심 개념이자 역사적으로 예술과 문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주제이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겪는 모든 경험은 어떠한 형태로든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러한 경험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사건에 의해 필요에 따라 떠올려지거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상태에서 예고 없이 떠올려진다. 이렇듯 기억은 이미지의 잔상이거나 혹은 감정이 동반된 형태로 소환되어 다양한 양상으로 떠오른다. 다양한 기억의 양상 중 본인은 잊히지 않는 특정 시기에 대한 감정이 마음속 찌꺼기처럼 남아 끊임없이 반추되는 현상과 마주하는 경험을 한다. 본인의 특정 시기는 잦은 이주로부터 겪은 이방인과도 같은 삶인, 즉 그 어디에서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었던 시기이다. 이렇게 내면에 생성된 불편한 감정을 인지하고 존재의 질문으로 대면하는 일련의 과정을 '내면의 섬' 연작의 창작 동인으로 삼았다.
먼저 '내면의 섬'의 주제적 특징이 되는 기억에 관하여 동·서양의 심리학적·철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다양한 기억의 성격을 나누어 감정으로 떠올려지는 현상을 프로이트(Freud Sigmund, 1856-1939)의 '이물질' 개념으로, 또한 기억이 반추되는 개념을 수잔 놀렌-혹스마(Susan Nolen-Hoeksema, 1959-2013)의 '반추적 반응양식(ruminative response style)'이론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기억의 반추는 부정적인 요소를 끊임없이 생산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생산된 부정적 요소가 정화되는 근거로 한유(韓愈, 768-824)의 『송맹동아서(送孟東野序)』에 거론된 "마음에 맺힌 불평은 말할 수밖에 없다"는 '불평즉명(不平則鳴)' 이론을 빌려 논하였다. 또한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의 '의식작용'과 장 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 1905-1980)의 '상상의식'을 통해 기억을 존재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기억과 반추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나아가 스스로 자기 해소에까지 이르는 본질적 존재 질문에 대한 자각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면의 섬' 연작의 이론적 특징으로는 불편한 감정기억을 스스로 정화하기 위한 가공과 '섬'으로 구축되는 배설 과정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이를 기억이 예술적 창작물로 변환된다는 '비흥(比興)'의 개념에 대입하여, '비'는 감정기억이 일으켜지는 작품의 동기를 의미하고 '흥'은 마음속 불편이 예술 창작물로써 변환되는 것으로 논하였다. 이처럼 창작물로 변환된 기억을 정화의 의미로 카타르시스(Catharsis)에 대입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자기 해소이고, 심리적 초월을 의미하는'자기화'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화'된 '섬'은 끝없이 펼쳐진 내면세계에 생성되는데 이를 장자(莊子)의 '무하유(無何有)'를 빌려 깊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바탕인, 즉 우주적 근본원리인 도(道)이며 그곳에서 내유(內遊) 하는 것이 '내면의 섬' 창작 가공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이론적 분석을 기반으로 조형적 특징인 '1차 그리기', '2차 오리기', '3차 붙이기'의 가공은 자신의 그림을 오리는 행위로 부정성을 제거하는 상징적 의미이며, 새로운 화면상의 응집체로 표현되는 것이 행위의 핵심이 된다. 이렇게 조형화 과정을 거친 작품은 '신화 속 인물'과 '혼돈의 동산', '심해(深海)수족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세가지 시리즈에 공통된 주제적 특징으로는 신화(神話)적 차용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신(神)은 억압된 기억으로부터 구원해줄 구원자로 설정한 나만의 신(神)이다. 때문에 억압된 기억의 해체와 조립 과정을 통해 조성된 '내면의 섬'의 신화적 의미는 본인의 결핍과 극복 의지가 반영된 정신이 투영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인에게 있어 기억은 감정에 따라 다양한 형상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반추된 기억은 '내면의 섬' 조합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조형화된 '내면의 섬'은 본인 그 자체이며 정화된 '나'를 상징한다. 나아가 개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까지 관계하며 이상적 모습의 '나'를 소망하게 한다. 즉 '내면의 섬'은 자신의 비극을 스스로 정화하는 예술적 심미체험이 작품에서 표출된 것이고, 실제로 도달할 수 없는 구원의 내면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렇듯 본 논문은 '내면의 섬' 작품연구를 통해 스스로 정화된 '자기화'의 단초가 되고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확장성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원 게재: 특별기고 / 회화지 30호(2023) 54–55쪽 · 원본 PDF 56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