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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노트

自然-水默의 은유

정미현

작품

정미현
정미현

작업노트

올 3월에 군산으로 발령이 난 뒤, 제게는 옥구 벌판을 바라보며 오가는 일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일이 되었습니다.

3월에 만났던 그 드넓은 들판과 매일매일 무언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봄빛의 아름다움을 뽐내던 벼들은 어느 새 자랐는지 눈부신 햇살아래 황금빛을 자아냅니다. 그 모습이 부러워 늘어져 있던 주위의 땅들도 하나 둘 부활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그 노래가 메아리쳐 온 땅과 하늘을 뒤엎고, 굳어 있던 나의 영혼에 호흡을 불어넣어줍니다. 생명력을 키워가듯 사뿐사뿐, 성큼 성큼, 다가오는 왕성한 대지의 입장행렬은 거대한 군악대의 대열처럼 힘있고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여름은 훌쩍 가버리고 온 대지도 고요해집니다. 가끔은 멀리서 날아온 손님이 남기고 간 흔적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지는 의젓하게 묵묵하기만 합니다. 어느 새 바뀌어버린 대지의 가을은 하늘의 찬란한 햇살아래 신이 내려주신 오묘한 갈빛을 도도하게 드러내며 주인을 기다립니다.

주인의 손길에 머리가 가지런해진 들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바람은 서로들 바쁜 가슴을 두드리는지 살랑살랑 옷깃을 흔들어 댑니다.

벌써 모두들 고요한 침묵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가 한창입니다. 길목마다 그들의 휴식을 축하하는 성화를 지피기 시작하면 온 대지의 연기가 하늘에 닿아 그들의 소식을 하늘님께 전합니다.

하늘님은 그들의 노고와 땀을 칭찬하여 주시고 깊은 잠을 이룰 수 있도록 온 대지에 하얀 솜이불을 내려주시겠지요? -그 언제나처럼.

오늘도 어둑어둑 황혼이 내리는 들판을 바라보며 그 땅위에 수묵화를 그려봅니다. 그리고 저절로 고개를 숙입니다. 그들의 위대한 사랑을 보았기에.....

약력

정 미 현

· 개인전 5회 · 단체전 및 초대전 90여회 참여 · 현 전북회화회, 전통미술교육연구회 회원 · 군산 산북중학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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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11호(2003) 32쪽 · 원본 PDF 3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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