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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전북회화 런던기행

안 순 금

백 삼십 년 만에 오는 가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올 가을은 영국의 날씨답지 않고 뜨거운 가을 햇살이 며칠간 계속 내리 쬐고 있으며 그 덕에 올 가을 단풍들은 노랑, 빨강, 갈색등 가지 가지색이다. 작년 이맘때 한국의 가을이 그리웠던 기억이 난다. 높은 산의 단풍, 가을 하늘, 햇살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스모스와 가을 들녘.......

자주 비가 오는 이곳의 날씨로 풀과 나무들이 거리거리마다 울창하고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다람쥐들이 여기저기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밤이 되면 여우들이 눈에 파란불을 켜고 나타나 놀란 적도 많다. 하지만 때때로 범죄의 기회를 주기도 해서인지 밤이 되면 길거리를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든, 날씨가 화창한 덕에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런던으로 가을 여행을 떠났다. 런던으로부터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이라 지난 여름에는 기차로 갔지만 이번에는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하고 지도를 챙겼다. 아이들은 우리가 여행을 가면 왜 맨날 그림만 보러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댄다.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집을 떠나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똑같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을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워하고 빨리 가자는 재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런던은 다행히 주말이 되면 교통체증이 줄어드는 도시이다. 주중에 받던 혼잡 통행료도 주말에는 받지 않고, 노상 주차장의 주차료도 주말만 되면 무료인 곳도 있으니, 학생신분이고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족에게는 주말이 가장 좋은 기회이다.

중세시대부터 근대 미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내셔널 갤러리와 이집트와 그리스의 문화유산이 전시된 대영 박물관 등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동안 영국의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전시장에 가득 전시된 오래된 예술품과 런던 거리의 건물들의 기둥 하나하나에 조각된 작품들을 보면서 영국은 앞으로 문화 유산으로 몇 백년은 나라의 부를 자랑할 수 있을 나라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1년이 지난 뒤 비로소 이 나라의 모던 갤러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1년 동안 지내면서 내가 본 영국 미술은 조형물과 건축들이 가장 많은 부분의 인기를 차지하고 있고, 현대의 그림들은 고전의 많은 예술 작품들에 밀려 뒷전에 놓여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형물과 함께 Media Art가 활발하고 판화도 눈에 띈다. 이곳은 또한 미술과와 건축과를 미술대에 포함시키고 그림과 함께 건축을 전시하기도 한다.

현대 갤러리로는 Tate Britain Gallery와 Tate Modern Gallery가 유명하고 Tate Britain Gallery는 해마다 Turner Prize가 수상되기도 한다. 해마다 3-5명의 후보를 지명하며 그 중에 1명에게 £20,000(약 4000만원)의 상금과 3개월 간에 걸친 전시공간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또한 이상에 지명된 화가들의 가치는 3배로 올라가지만 수상자의 가치는 2배로 오른다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고, Anti Turner Prize가 생겨 Tate Britain Gallery앞에서 시위를 갖기도 한다. 이 상은 Tate의 새로운 예술 후원회(Tate's Patrons of New Art)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그들은 영국의 예술가의 이름을 연계시키기를 위해 Turner(JMW Turner,1775-1851)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터너의 작품이 당대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터너 자신이 젊은 예술가를 위한 상의 제정을 원했기 때문에 선택된 것 같다.

이 상은 50세 이하의 영국작가를 위한 것이며, 당해 5월 10일 이전에 특출난 전시를 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심사 위원은 매년 바뀌며, 구성원은 영국에서 일하는 작가 또는 비평가, 큐레이터 또는 화랑 기획자 그리고 테이트의 새로운 예술 후원회의 대표 등 5명으로 구성된다. 텔레비전 방송국인 Channel 4가 후원하며 시상식은 12월 7일 Channel 4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하는 생중계를 할 예정이다. 수상지명작가의 전시회가 외국의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는 Tate Modern 이 아니라,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영국 예술만을 전시하고 있는 Tate Britain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Tate Modern Gallery는 영국의 현대 미술관으로는 가장 유명하다. 원래 둑 옆 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개조하여 만든 건물로 2층(1층과 2층이 한 층으로 연결되어 천장높이가 높음)에는 피카소, 브라크, 세잔느 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고(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다시 보니 새로웠다), 4층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작가나, 현대까지 이어져 오면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하여 전시하고 있다. 지금(10월 2일 - 2004년 1월 4일)은 Sigmar Polke(1941년생. 동독일에서 태어나 현재 폴란드에서 활동)전이 전시되고 있는 중이다.

또한, Tate Modern과 함께 잘 알려진 곳은 Saatchi Gallery이다. Saatchi Gallery은 West Minster Abbey와 London Eye 앞쪽에 위치해 있는 전시 공간으로 원래는 런던의회 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미술관이다. 현재 활동중인 알려지지 않은 혁신적인 작품을 다룬 젊은 예술가들이나,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외국 작가의 작품(영국에서는 전시되지 않은)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어쨌든 지금 영국의 예술애호가들은 올해 20회가 되는 Turner Prize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12월 7일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 (캡션 없음 — 대영박물관 전시 조각상 및 런던 시가 사진)

[사진] (캡션 없음 — 타워브리지 앞의 필자 가족)

[사진] (캡션 없음 — 영상 작품이 상영되는 전시장 내부)

[사진] (캡션 없음 — 채색 도자기 작품)

[사진] (캡션 없음 — 나무 형태의 설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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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지면 2

원 게재: 나의 여행기 / 회화지 11호(2003) 52–53쪽 · 원본 PDF 5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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