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의 은유… — 2006 전북 아트페어 초대 –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u>새삼스럽게, 대학시절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즈음의 일이</u> 문득 떠오른다.
작품준비를 앞두고 게으름을 피우며 무엇을 어떻게 그려볼까? 라는 화두 앞에 고민하던 어느 하루, 벤치에 누워 나팔거리는 포플러 나무를 응시하고 있었다.

<u>그 순간 눈앞에 멋지게</u> 다가오며 크로즈 업 된 풍경이 있었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햇살이 반짝거리며 빛의 찬란함에 뒤섞인 나뭇잎들이 바람에 팔랑팔랑 나달거리면서 소리 없는 경쾌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생각들로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낮에 보았던 그 나무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려보고 싶어졌다. 동이 트기를 기다리기란 매우 지루하고 답답한 마음에 택시를 타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미술관 문을 두드려 작업실로 들어갔다. 커다랗게 놓여진 하얀종이에 그 소리 없는 경쾌한 연주를 수묵으로 그려가기 시작했다.
그 체험은 내 인생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멀어질 수 없도록 묶어준 끈이었고 水墨畵에 대한 매력의 시작이었다.
오늘도 자연 앞에 나를 던져본다.
그들의 유쾌하고 찬란한 연주를 바라보며 내 영혼의 어두운 그림자를 치유하고 있다.
그리고 水墨의 빛을 찾아 붓질을 해 본다.
내게 다가왔던 自然과 먹빛, 내 靈魂의 울림을 가져다가 水·墨·生이라는 주제로 몇 년 전 개인전을 가졌었다. 이번에는 水·墨·自然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끔씩 안개 속에 쌓여 길을 찾아가는 나그네의 심정이 되기도 하고, 머릿속과 가슴 한편이 하얀 백지처럼 되어 벽 앞에 선 참담함을 느끼기도 한다. 두렵고 작게 느껴지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신이 주신 축복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꿈꾸어왔던 그 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탈출을 시도한다.
2006년 6월에도 …
변함없이 그 환생의 꿈이 영원하기를 빌며.
원 게재: 전북회화-전시리뷰 / 회화지 14호(2006) 28–29쪽 · 원본 PDF 2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