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의 심연(深淵) – 그 단상의 시간을 엿보며…
2006. 9. 6 – 9. 15 (서신갤러리)
정 미 현
<u>조현동 작가와의</u> 인연의 시간을 떠올려본다. 참으로 오랜 시간인 듯하지만 살아온 날들에 비쳐진 우리의 그림자는 짧게 느껴진다. 남원이 본향인 그는 점잖은 선비의 외모를 지니고 있어 사뭇 여러 화가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사람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전주에서의 동인 활동이었지만, 그는 남다른 작가의 깊이와 작업의 열정,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실함과 따뜻한 가슴을 지녔던 작가였다.
오랜만에 전주를 찾은 그의 전시에서 10년의 세월 속에 변함없이 붓과 마주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성실한 작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2001년 이후 '자연-순환-이야기'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끊임없이 창작의 열정을 보여주었던 그의 작품 경향을 볼 때 연장선상의 작품의 흐름이었지만, 또 다른 삶의 미의식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본다.
본향에서의 전시회임을 의식한 탓일까? 좀더 자연에 가까이 서있는 작가의 내면이 비쳐지는가 하면 지난 추억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듯 소라, 말, 새, 곤충, 그리고 항상 함께하는 꽃의 향기들이 더욱 진하게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나의 존재는 과거를 딛고 서있다 – 현실이라는 공간속에서 또 다른 나를 찾는 술래잡기놀이를 하곤 한다. " 는 그의 작업단상 한 구절을 들여 다 본다.
작업의 열정으로 30~40대를 훌쩍 넘고 있는 그에게 창작이라는 가상공간은 자신을 불태워도 넘기 힘든 삶의 질곡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힘겨운 작업의 산통이 함께 한 삶 터인 작품을 앞에 놓고, 산통의 끝자락에 매달려 붓질하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전시장에서 한낮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u>조현동의 작품</u>은 정갈한 그의 성품이 비쳐지듯 항상 절제된 조형의식이 반영된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의 미의식이 잘 조화된 이분법적 표현형식을 오래전부터 보여주고 있다. 현대적인 조형형식을 받아들이면서도 먹빛과 색채의 절제된 엄격한 표현은 전통적 미의식을 지켜나가는 작가 정신의 빛깔임을 알 수 있었다. 무채색과 유채색의 조화로운 자연의 노래는 따뜻한 작가의 심성을 자아냄이고, 절제된 조형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오브제의 실험적 표현은 그가 적극적인 미적 탐구가임을 직관할 수 있다.
모처럼 찾은 서신갤러리의 문을 나서면서 조현동 작가의 감성과 정신이 깊이 투영된 작품세계를 마음 한 자락에 담으며 작가의 작업일기 한쪽을 떠올려본다. "가끔은 멀리 아련하게 피어있는 신기루를 보며 잠깐이나마 힘든 현실을 떠나 미소 짓곤 한다. 그것이 나의 이상향인 양…"
\* 조현동은 원광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마치고 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국내외 개인전 21회와 다수의 국내외초대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원 게재: 전북회화-작업실탐방 / 회화지 14호(2006) 40–41쪽 · 원본 PDF 40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