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화회→회화지 아카이브→14호→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展
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展

고형숙

<u>내가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u>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지난 8월 중순경 TV를 통해서였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헌책방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한국의 고서를 수집하던 중 그녀의 고서를 발견하여 그녀의 작품을 하나둘 사들여 소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백의 그 어르신은 미국에 거주하고 계시는 송영달 선생님이며, 올해 번역하여 발간된 엘리자베스 키스의 「Old Korea」의 역자이셨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송영달 선생님이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경위와 더불어 우리에게 잊혀졌던 그녀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송영달 선생님의 잊혀진 우리 문화를 찾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사진으로 찍은 듯 표정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의복의 색감이나 장신구 등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으며, 당시의 거리 풍경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었다.

TV를 통해 그녀의 작품을 접하고,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되었었다. 그러한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을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라는 이름으로 전시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영국인으로써 1919년 일본을 통하여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한국의 시대상황과 한국인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기는 것과 더불어 그 시대 상황을 글로 남겨 예술적 가치 뿐 아니라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한국을 가리켜 "나를 특별히 사랑한 한국"이라 표현하여,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녀는 그 당시 서구 문물의 유입으로 사라져가는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존중하여 자신의 작품 속에 사라져가는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작품 안에서 표현하였다.

처음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을 보고 일본의 우끼요에가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목판화 초기 작품 중 〈원산〉(1919년, 채색목판화)을 보고 일본의 우끼요에 작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廣重, 1797-1858) 작품의 〈명소에도백경 名所江戸百景〉이 떠올랐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우타가와 히로시게보다는 굵은 선으로 사물을 표현하였지만,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구도와 푸른 계열의 색감이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판화 작품이 일본에서 제작되었고 일본판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아마도 판화로 제작한 초기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후기로 갈수록 강렬한 푸른빛의 색감은 사라지고 한국 고유의 색상을 찾아가려는 의도가 보여 진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배경에 병풍이나 민화를 그려 넣어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은 수채화로 제작되고 나서, 일본의 판화공방에서 목판을 찍는 장인에 의하여 공동작업 되어진 것으로 그 당시 일본 판화의 작업 형식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엘리자베스 키스의 수채화는 판화보다는 정감이 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일본의 목판화에는 서명이나 낙관을 대부분 사용하지 않았고, 서명이나 낙관의 사용은 단지 작품이 어느 공방에서 만들어졌다거나 어떤 미술가의 지도와 감독아래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키스는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하였고, 자신의 이름의 약자와 제작년도를 판각하여 자신의 작품임을 나타내고 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부터 1940년대까지의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을 자신의 작품에 담았다. 1919년부터 1940년까지의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제의 탄압과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만연한 어지러운 시대였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속의 한국인의 모습은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지친 민초의 모습이 아닌, 당당하고 우아하고 진솔하며 여유를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한국인의 인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모습에 놀라웠다. 이 글을 쓰면서 이 시대에 한국의 모습을 묘사한 다른 작가들을 찾던 중 프랑스 출신의 폴 자쿨레(Paul Jacoulet, 1896-1960)의 작품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폴 자쿨레의 작품 속의 한국인의 모습은 일본의 우끼요에에 등장하는 일본인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하였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일본 판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모습이였고, 남성의 경우는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당당했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한 그녀의 작품에서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한 여류화가의 한국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본 TV 프로그램에서 송영달 선생님은 헌책방에서 엘리자베스 키스의 Old Korea를 처음 발견하고 그녀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송영달 선생님의 그 짝사랑이 우리에게 잊고 지나칠 수 있었던 한국을 사랑했던 한 여류화가와의 만남을 만드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엘리자베스 키스를 만나는 기회가 되었음에 즐거운 마음이 든다.

엘리자베스 키스, 신부 / 컬러 에칭 / 37.1×23.8cm / 1938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신부 / 컬러 에칭 / 37.1×23.8cm / 1938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왕릉 앞에 선 시골 선비 / 수채화 / 39×28.8cm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왕릉 앞에 선 시골 선비 / 수채화 / 39×28.8cm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 채색 목판화 / 37.5×25.7cm / 1921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 채색 목판화 / 37.5×25.7cm / 1921 / 송영달 소장
지면 보기 · 원본 2쪽PDF에서 열기 ↗
지면 1지면 2

원 게재: 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4호(2006) 44–45쪽 · 원본 PDF 44쪽 ↗

이 지면의 도판

엘리자베스 키스, 신부 / 컬러 에칭 / 37.1×23.8cm / 1938 / 송영달 소장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展엘리자베스 키스, 신부 / 컬러 에칭 / 37.1×23.8cm / 1938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왕릉 앞에 선 시골 선비 / 수채화 / 39×28.8cm / 송영달 소장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展엘리자베스 키스, 왕릉 앞에 선 시골 선비 / 수채화 / 39×28.8cm / 송영달 소장
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 채색 목판화 / 37.5×25.7cm / 1921 / 송영달 소장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 展엘리자베스 키스, 정월 초하루 나들이 / 채색 목판화 / 37.5×25.7cm / 1921 / 송영달 소장

같은 호의 글

14호 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