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광주비엔날레를 보면서
<u>2006 광주비엔날레</u> '열풍변주곡'이 9월 8일 개막하여 11월 11일까지 65일간 대장정을 마쳤다. 개막 날 행사에 참관하여 광주비엔날레를 축하하고 '열풍변주곡'이 울려 퍼지길 기대하면서 많은 인파 속에서 전시를 관람했다. 그러나 왠지 열풍이 불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잘 짜여진 공간 배치와 원만한 작품설치는 좋지만 작품들에서 불어오는 열풍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됐다.
주최 측은 전시의 주제로 아시아를 설정하고 동북아의 지리적·문화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전시철학과 그 미학적 근거를 도출해낸다는 것을 기획의도로 삼고 있다. 그래서 주제인 '열풍변주곡'은 현대 아시아의 변화와 역동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열풍은 아시아의 새로운 변화 에너지와 역동적 비전이 중심의 이동을 전 세계로 팽창, 확산, 파급되는 현상을 가리키고, 변주곡은 아시아 권내에 존재하는 차이와 그에 기반한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를 함의한다고 한다.
<u>전시구성은</u> '아시아의 눈으로 세계현대미술을 다시 본다' 라는 주제 의식 아래 첫 장과 마지막 장,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첫 장은 '뿌리를 찾아서 :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로 그간 서구미술의 큰 영향 아래서 성립된 것으로 바라봤던 '아시아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서구가 서로 영향을 끼쳐 현대미술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자 하는 시도이며, 마지막 장 '길을 찾아서 : 세계도시 다시 그리다' 는 아시아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교류와 문화 네트워크를 현재진행형의 시선으로 조명해 본 것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타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설치작품이 주를 이루면서 비디오, 사진, 평면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흥미 있고 강렬하게 눈길을 끄는 작품은 별로 없고 기존의 비엔날레 타입의 작품들과 비슷하였다. 그래도 정서적 감흥을 느낄 수 있었고 희망적으로 보이는 작품들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송 동의 '버릴 것 없는'이란 제목의 설치작품은 작가의 어머니가 지난 30년간 모아온 일상의 물건들을 작품화한 것이다. 바닥에 설치된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서 삶의 애환과 발자취가 그대로 전해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이우환의 작품 '침묵'은 세 개의 붓질이 있는 빈 방이었는데, 들어선 순간 의아한 느낌이 들다가 '텅 빈 충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면서 명상과 침묵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송 동이나 이우환은 서로 상반된 표현기법으로 뛰어난 공간감각을 보였다. 송 동을 공간을 꽉 채우고 이우환은 텅 비움으로써 자신의 예술세계를 만들었다. 광주작가 김상연의 작품도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거대한 소파와 수많은 원숭이를 함께 배치하여 실존과 공존의 이미지를 흥미롭고 독특하게 표현했다. 그 밖의 몇 몇 인상적인 작품들 외에 나머지 다른 작품들에서는 차갑거나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정치적 이슈를 다룬 작품들에서는 우리의 미래가 희망 없는 절망적 상황이라는 가정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이번 전시작품들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런 것이다. 건조하고 딱딱한 형식적 나열이나 기계적이고 테크닉적이거나 설명적 작품이기 보다는, 일반적 관점에서 좀더 이해하기 쉽고 시각적 흥미와 쾌감을 맛볼 수 있고 또한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여 깜짝 놀랄만한 큰 스케일의 작품도 기대해 보는 것이다.
<u>광주비엔날레</u>에 대해 광주의 일반 시민들은 별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어느 면에서 보면 광주비엔날레는 그들의 관심 밖의 것이다. 광주의 좋은 작가들을 많이 참여시키고 지역민의 축제가 우선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부터 능동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축제의 장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어야 진정한 광주의 문화예술 도시의 이미지가 부각될 것이다. 정작 지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면 광주라는 지역성을 살릴 수 없으며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도 희미해 질 수밖에 없다. 광주비엔날레의 열기가 식어가지 않도록 지역에서부터 다 함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이번 행사는 주최 측의 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효과가 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제 광주비엔날레는 12년 간 6회 째의 행사를 치루면서 그 역량을 지니고 있는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 현대미술계에 이슈를 던지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수 비엔날레로 거듭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예산투자와 창의적이고 심도 있는 전시기획으로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전시행사를 만들어야 한다. 광주 시민들과 비엔날레 주최 측에서부터 흥이 나고 힘을 다해 준비할 때 타 지역민은 박수를 치며 관심과 애정을 보일 것이다. 다음 비엔날레에는 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길 기대해 본다.


원 게재: 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4호(2006) 48–49쪽 · 원본 PDF 4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