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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익산은 판화도시, 이탈리아 판화 400년 전시

이오영(원광고 2학년)

이탈리아 판화 400년展이 열린 익산보석박물관 (2006.11.4–12.3)
이탈리아 판화 400년展이 열린 익산보석박물관 (2006.11.4–12.3)

가을이 낙엽과 함께 휩싸인 익산보석박물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전시장 뜰은 넓은데 전시장은 협소하였다. 작품은 더덕더덕 붙어 있고 사람에 밀려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11월 11일 토요일 오후, 역사적인 판화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유럽의 사상을 전해 듣는 장소로 보인다. 세밀하게 새겨진 판화 작품이 눈에 빨리 들어오지 않는다. 시력이 안 좋은 탓도 있지만 조명이 너무도 어두웠다. 너무 밝으면 그림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너무도 어둡다. 물론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내가 경험한 판화는 고무판화와 스텐실 정도이다. 그런데 에칭도 아니고 인그레이빙과 석판화 중심의 전시회이다. 특히 정교하게 뷰린으로 새겨서 제작하는 판화로 숙련이 되어야 한다는데 너무도 정교하게 되어 있었다.

르네상스부터 19세기 낭만주의 시대까지 보여주는 작품인데 이탈리아 미술을 다 본 느낌이다.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하여 티치아노, 부쉐, 귀도 레니 등의 작품을 판화로 전해 볼 수 있다.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이다. 시스티나 성당의 제단 벽에 그렸던 것. 이를 1670년 조르지오 만토바노와 지아 코모로지가 전체 그림과 12점의 부분도 판화로 완성한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은 로마 바티칸 궁의 화려하고 아담한 예배당인데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천지창조, 제단 뒤 전체 벽에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을 테마로 완성 시켰다. 이 작품을 인그레이빙으로 다시 표현한 것이다.

유럽에서 목판화와 동판화가 나타나게 된 것은 이탈리아 등에 종이가 대량으로 생산되면서부터이다. 11세기에 종이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오목판은 처음부터 인쇄목적으로 된 것이 아니고 금은세공 기법에서부터 비롯된다. 당시 금은세공 장인들이 직접 제작한 의식용 기물이나 장식품 등에 조각으로 장식된 문양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凹 부분 안쪽에 안료 등을 스며들게 한 뒤 양피나 종이에 베껴낸 것이었다. 교회나 수도원에서는 문맹자 들을 위하여 성서 이야기의 삽화를 목판을 이용하여 제작하다가 금속 오목판이 발명되고 난 뒤 세밀한 묘사와 표현이 가능한 동판화가 유행하게 되었다. 점차 발달하다가 19세기 사진술과 전자동화 인쇄술이 발달하여 판화는 복제 기능은 양보하고 고유의 창조적인 점에 착안한 판화로 남게 되었다. 이번에 판화를 좀더 자세히 공부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성 요한 세례당의 문은 '천국의 문'이라고 한다. 조각가 기베르티가 27년간 걸쳐 만든 문으로 금박으로 된 브론즈 문으로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의 동쪽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창조,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등의 모습을 부조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 페다르 디 이바노 비치가 1798년 판화로 나타낸 것이다. 명암 없이 선으로 회화적인 원근법이 사용되었다. 한국화의 필선처럼 세밀하고 정교하다. 다윗과 골리앗, 여호수아와 여리고의 함락, 야곱과 에서, 솔로몬과 시바여왕의 만남, 노예로 팔린 요셉, 대홍수와 술에 취한 노아 등이 있었다.

에로스와 프시케는 제라르가 그린 그림을 1801년 고드프로이가 인그레이빙 판화로 다시 나타낸 것이다. 인물의 살결과 머리카락, 옷, 꽃의 묘사가 정말로 뛰어나다. 보이지 않는 큐피트가 키스하자 젊은 공주인 프시케가 놀라는 표정인데 너무도 아름다워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보다도 더 섬기게 된다. 기분 상한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시켜 화살을 쏘아 괴물과 사랑에 빠지게 명령한다. 그러나 에로스도 그녀를 보고 반해 버린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판화 작품으로 남겼다.

우리 안에 가친 원숭이를 꺼내어 서커스를 훈련시키는 것처럼 조련사가 큐피드를 상자에 가두고 하나씩 꺼내어 조련하는 모습은 측은하기도 하다. 특히 3여인이 보고 있는데 잔혹함을 느끼는 것 같다. 프랑스 화가 우베르가 석판화로 완성한 것인데 일반 소묘화 같다.

베아트리체 첸지는 16세기 이탈리아 실존 인물이란다. 절세 미녀인데 눈동자가 빛에 영롱하게 빛나는 것처럼 그려졌는데 '적과 흑'을 쓴 스탕달이 이 그림을 보고 심장이 뛰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나. 이 주인공은 14살 때 부친의 겁탈로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결국 처형장에서 단두대로 사라졌다. 단두대의 그녀를 귀도 레니가 그렸고 르메르시에가 판화로 제작하였다.

마리아와 천사, 예수의 기적은 다색 목판화이다. 색채가 지금도 선명하다. 좀 크기는 하지만 카드 같기도 한데 책을 장식한 것 같다. 문자인 C, L자등이 보였다. 수호천사가 마리아를 감싸고 예수가 병이든 사람을 고쳐주고 먹을 것이 없어 고민 하던 중 어린아이가 다섯 개 빵과 물고기 2마리를 내놓자 예수가 기적을 행하여 5천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는 기적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밖에 나사로의 부활, 아기예수, 성자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 최후의 만찬, 성모 마리아 승천, 예수 승천, 폴리페무드가 있는 풍경, 산마르코 성당 작품은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다.

조용히! 하라는 성모마리아 작품은 요한이 자고 있는 예수를 건드려 깨우려고 하자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다. 예수의 어린 모습이 어린이 같지 않고 몸통 부분이 나이든 어른 같다. 정황은 매우 감각적이다. 오래 두고 기억에 남는다.

시내에서 미술관을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싶다. 전문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고생하면서 감상하기 보다는 좀더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보다 좋은 미술품을 감상 했으면 싶다. ■

Old Master Prints — 행렬 장면 판화와 여성 두상 소묘
Old Master Prints — 행렬 장면 판화와 여성 두상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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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4호(2006) 50–51쪽 · 원본 PDF 5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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