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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열풍에 휩싸인 나

장수지(군산대성중 1학년)

야외광장에 설치된 시디 설치작품
야외광장에 설치된 시디 설치작품
곽선경, 모세의 선택 / 벽면에 마스킹테이프 / 2003
곽선경, 모세의 선택 / 벽면에 마스킹테이프 / 2003

벌써 6회째를 맞는 2006 광주비엔날레, 올해는 열풍변주곡이라는 주제로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열풍'은 요즘 현대미술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 예술문화의 관심과 실험적 접근을 상징적으로 함축하는 의미로 설정되었다. 아시아 신흥도시들의 개발과 일반문화에 흐르고 있는 팽창과 확장의 발전적 의미도 내포하면서 이러한 '열풍'현상들에 대한 진단, 그리고 아시아의 충만된 내적 에너지와 비전 등을 담으려는 의도가 있는 주제어라 한다. 예술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설치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 몇 점들.

야외광장에 전시된 작품 시디를 엮어 만든 설치작품은 '열풍변주곡'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리지 않는가? 바람이 불면, 시디들이 서로 찰랑찰랑 부딪치며 눈부신 무지갯빛 멜로디를 쏟아낸다. 비엔날레 전시관 복도에 커다란 붓으로 활력 있게 터치한 듯 보이는 이 작품은 마스킹테이프를 짝짝 붙여 제작한 작품이다. 마스킹테이프라는 현대물질로 밋밋한 흰 벽면에 동양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매력과 활력을 부여하였다. 이곳을 지나 걸을 때 선의 아름다움 때문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Raqib Shaw, 반추를 위한 습작 / 2006
Raqib Shaw, 반추를 위한 습작 / 2006

인도 카슈미르의 장인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작가는 이렇듯 인도의 신화와 종교를 공들여 우리에게 멋진 작품을 선보여 주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이 작품은 손으로 만질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 글. 비엔날레 벽면 곳곳엔 "작품에 절대 손대지 마세요." 혹은 사진기는 플래시 사용도 안된다는 주의 팻말이 걸려있다. 비엔날레뿐이랴! 작품을 손으로 만져도 된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손으로 싹싹 비벼보았다.

딘 큐 레, 기억의 구성 시리즈
딘 큐 레, 기억의 구성 시리즈
송동, 버릴 것 없는 / 2005
송동, 버릴 것 없는 / 2005
최정화, 꽃의 마음 / 2006
최정화, 꽃의 마음 / 2006

정말 새로운 체험, 제목이 '기억의 구성 시리즈' 이었다. 이곳에 그려져 있는 사람의 모습은, 심한 고문을 당하다가 돌아가신 분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내가 손으로 만지며 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저 주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그림의 선에 손때가 묻어 작품이 더욱 선명히 드러날 수 있도록 제작된 작품이라고. 그 많은 세월의 손때. 그리고 추억들, 기억들, 제목과 잘 어우러지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아마 미술작품을 손으로 비벼본 추억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히 넓은 공간에 설치된 이 작품을 맨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저 '시골'이라는 단어만을 떠올렸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모아졌던 집안의 물건들. 책도 있고, 항아리도 있고, 사진도, 손수건도 있고, 이 집안에 켜켜이 쌓인 물건들을 바라보면 사회의 변화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건,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 작가는 이 설치작품 앞에 이런 내용의 글을 붙여 놓았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어머니는 활력을 잃었는데 이 작품을 시작하는데 도움을 요청했고, 이 작품을 만들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제는 필요 없어 보이는 이 물건들, 그러나 사실 버릴게 있을까? 아무리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도 옛것은 항상 그리움으로 남고 전통은 어디론가 이어지고, 비엔날레 전시관 뒷면에 길게 이어진 산책로가 있는데 파란 가을하늘 아래 커다란 꽃 풍선들이 파란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우선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4시간에 가까운 비엔날레 관람 후 허기진 배도 채우고 다리도 쉴 겸 야외에 나오며 보게 된 작품이다. 사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품들을 보다보니 어쩐지 지겨워지기도 하고 지루하게 되기도 했다. 이 꽃 풍선마저 지친 숨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듯 했다. 이 작품을 계속해서 내 눈에 들어오는 저 밝은 빛들은, 순간. 피곤하고 지루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피곤함에 빠진 생활, 그런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파란 하늘로 치솟은 알록달록 커다란 꽃모양 풍선이 파란 하늘아래 피어있다고 생각해보라. 깜찍한 발상~ 깜찍한 행복~ 생각만 해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고 느꼈다.

광주비엔날레는 주전시관 외에도 주변 전시관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겸하고 있고, 작가들의 퍼포먼스와 주위 갤러리에서 동반전시도 겸하고 있어서 꼼꼼히 돌아보려면 하루 꼬박 공을 들여야 할 듯 싶었다. 게다가 비엔날레 전시관 바로 옆의 민속박물관도 꽃으로 채워진 전시관, 모두 한번씩 들릴만한 곳이었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는 어느덧 한번 가볼만한 전시회에서, 꼭 가봐야 할 전시회로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열풍변주곡'이라는 표어가 신비스러웠듯, 그곳에 있었던 전시작품들이 말 그대로 열풍변주곡 이었다. 도교육청과 미술 선생님과 함께한 11월 4일은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난 뒤라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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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지면 2

원 게재: 전북회화-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4호(2006) 52–53쪽 · 원본 PDF 52쪽 ↗

이 지면의 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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