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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시

일지춘실(一枝春室)에서

일지춘실(一枝春室)에서 (p002)

설 정 환

일지춘실¹⁾에서는 장지(壯紙) 앞이 아니라 장지 뒤에 웅크린 채 하룻밤 붉은 꽃 석 점을 피우기에도 버거운 손 시린 돌부처가 산다

뒤에서 툭, 붉은 점을 찍자 앞에서 툭, 붉은 꽃이 핀다

하늘로 뻗은 묵은 가지에 홍매가 그렇게 소리 없이 핀다

동쪽으로 난 창문밖 함박눈조차 그의 붉은 꽃잎을 덮지 않는다

매화나무 한 그루에 붉은 꽃이 피는 동안 세상의 소란함도 닫아 둔 채 우이모필(牛耳毛筆)이 닳고 있다

아무 일도 아닌 듯이 겨울밤만이 하얗게 깊어진다.


1) 광주광역시 동구 금동 98-16번지에 위치한 동양화가 목운 오견규의 작업실 이름


설 정 환

1970년 전북 순창 출생.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4년 《함께 가는 문학》신인상, 2010년 《시와사람》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 시집 『나 걸어가고 있다』, 포토에세이 『파리, 날다』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아이와 함께 웃는 교사, 지역과 함께 하는 학교』가 있다. 현재 천연수자원보호 환경단체인 사단법인 에코미래센터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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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 / 회화지 21호(2014) 2쪽 · 원본 PDF 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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