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눈부신 늦가을 오후, 쇠락한 계절을 밟고 은행로를 걷는다. 죽은 전통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한옥마을의 젊은 분위기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생각해본다.
어릴 적 시골집에 가을볕 따스할 때쯤이면 게으르셨던 아버지께서 꼭 하시던 일이 있었다. 문짝을 떼어내 묵은 종이와 문풍지를 뜯어내고 한지로 새롭게 교체하는 일이었다. 새하얀 종이가 새롭게 발라지고 힘없이 축 늘어지던 종이가 마르고 나면 탄탄해지고 더욱 하얗던 모습이 참 신선했던 것 같다. 사이사이 꽃잎이나 잎사귀 등으로 멋을 더한 전통문살의 기억이 이맘때쯤이면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나이 먹은 탓일까? 그냥 무심하던 주변의 사물이 다시 보이고 새롭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