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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관람기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Art Basel)과 동시에 열리는 리스테 아트페어(Liste Art Fair)' 관람기

이철규(전북회화회 회원)

글 이철규 (전북회화회 회원)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본문

세계 곳곳에서는 국경을 뛰어넘는 전 세계의 아트페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미술축제가 연간 100여 회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참고로 이렇게 무수히 많은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그 규모와 인지도, 영향력을 인정받는 페어는 열 개가 채 안 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예술 분야 전반에서의 강세를 대변하듯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편중돼 있다 보니, 최근 들어 경제 성장을 이루고 미술 시장의 기반을 형성한 아시아권(홍콩, 싱가폴, 상해, 서울 등)이나 중동권 국가들이 점차 아트페어의 새로운 장을 형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일종의 시장과 같이 자금 유통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아트페어의 특성 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미술 시장의 불황은 영원할 줄만 알았던 메이저급 아트페어들의 위상에도 위기의식을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원조격 아트페어들도 계속해서 나름대로의 특색과 형태를 갖추고 미술 시장에서의 독자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는 신생 아트페어들의 향후 방향을 제시해 주는 본보기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고 있으며, 리스테 아트페어(Liste Art Fair)처럼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특성화 된 아트페어들도 나름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올 해 6월 독일 남부 칼스루헤에서 개최되었던 'EUNIQUE 공예 디자인 페어' 에 참여하고 하루 시간을 내어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Art Basel' 을 관람 차 스위스 바젤로 여행을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인지라 방문 당일이 VIP 오픈일이라 일반인이 관람하기 어려워 아트 바젤이 열리는 장소인 MESSE에서 비교적 가까운 장소(옛 공장건물을 개조하여 만든 전시 공간)에 매년 아트바젤과 같은 기간에 오픈하고 폐막하는 중소 아트페어 중 하나 인 Liste Art Fair 을 관람 하였다.

Art Basel이 세계 메이저 화랑들과 대가들이 모여 만든 아트페어라면 Liste Art Fair는 유럽중심의 중소화랑들이 젊은 작가들을 데리고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페어 라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 대해 소개하자면 먼저 바젤 아트페어는 여러 개의 다양한 행사로 이루어져 있다.

300여 개의 화랑이 참여하는 갤러리 프로그램과 대형 프로젝트로 구성되는 전시 형식의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아트페어가 열리는 메세플라츠 광장에 대형 옥외 조각품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Public Art Project)', 마지막으로 기존의 아트페어 형식과 달리 하나의 화랑이 한 명의 작가만을 홍보하는 '아트 스테이트먼트(Art Statements)'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이와 더불어 필름 프로그램, 작가, 큐레이터와의 대담, 특별 강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페어 기간 동안 진행된다. 특히 바젤 아트페어는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근대미술까지를 포괄하는 폭 넓은 작품을 다루는 것이 특색인데 20세기는 물론 21세기 유럽과 미주대륙, 아시아, 호주로부터 온 최고의 갤러리들을 비롯해 미술 애호가와 아티스트, 미술계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한편 다른 대형 아트페어와 마찬가지로 바젤 아트페어 기간에도 여러 개의 중소 아트페어가 열린다. 리스테(Liste), 볼타쇼(Volta Show), 스코프바젤(Scope Basel), 솔로프로젝트(Solo Project) 등이 그것이다. 이들 아트페어에는 주로 중소 규모의 화랑들이 참여해 비교적 젊고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작가들을 홍보하고 그들의 작품을 판매한다.

리스테 아트페어(Liste Art Fair)는 오픈 당일 모습이 아트바젤과 비교가 되는 데 아트바젤이 세계의 부호들이 점잖게 나비넥타이를 메고 명차를 타고 와서 글라스 잔에 칵테일과 와인을 마시며 세계적인 작가들의 비싼 그림들을 구입하는 그런 장면이라면 리스테는 VIP 오픈이 따로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으며, 전시공간이 좁았는지 길거리 노상에 천막을 치고 오픈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바지 차림의 젊은 작가들과 하객 손에는 와인 잔 대신 맥주 한 병 들고 담소하고 웃으면서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에 몸을 흔들며 젊음의 자유스러움이 격의 없이 표현되는 오픈 당일의 독특한 모습이었다.

이런 오픈식을 보니 전시장 안에 전시 된 작품들의 양상들을 미리 알 수 있었다. 아트바젤이 기성작가에 주목하고 있다면 리스테는 젊은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걸려있는 작품과 부스 광경이 평범치 않다. 일반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춘 아트페어에서 보듯이 좋은 전시장 환경에서 긴장감 있게 장식적인 작품 들이 나열되어 있는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 좁은 입구에 걸맞게 마치 설치미술처럼 파격적으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각 화랑 부스들은 쉽게 한눈에 찾아 볼 수 없도록 지하며, 다락같이 생긴 공간이며, 혹은 옥상 등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작품을 감상하려면 숨은 공간 찾기처럼 미로를 헤매게 한다. 일반 아트 페어처럼 대형 전시 공간에 칸막이를 치고 한눈에 전시장 부스 위치를 판별 할 수 있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좋게 이야기하면 차별화를 주고 있다 할까!

작품들도 전시장 입구 분위기와 상응하듯 일반 아트페어처럼 장식적인 작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설치작품에서 레디메이드, 텍스처, 마치 낙서 같은 드로잉작품들 등 도저히 판매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관람객들이 휴식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부스 형태로 만들어 전시작품 인지 아니면 휴식 공간 인지 도저히 분간이 가지 않는 시도 등 파격 그 자체이다. 특히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직접 총을 쏴 총탄자국을 그대로 나타나 있는 대형 거울을 작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세 점씩이나 전시 해 논 것이다. 가까이 가 보니 직접 총을 쏘지 않고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자국이다. 그리고 겉 표면에 약간의 드로잉을 한 화장실 휴지말이를 통째로 가져와 전시장에 디피 한 작품을 아트페어 판매하러 나왔다는 그 자체가 작가나 화랑이 한 통 속으로 무언가를 어필 하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는다. 기존의 유명 아트페어들의 일반적인 속성들을 비웃기나 하듯이 말이다.

리스테는 이런 형식의 아트페어였다. 리스테는 젊은 작가의 자유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아트페어였다. 리스테는 장식적인 것과는 달리 속물적인 것 이다. 리스테는 파격이다.

10여 년 전 부터 많은 화랑 대표들은 미술시장이 젊은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주목하는 현상에 대해 "작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세계적인 대가들에 비해 투자 매력이 크고 젊은 작가 특유의 독특함과 시대성, 그리고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대담성 등 신선한 감각이 주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최근 좀 수그려 들긴 했지만 지속적 관심사인 것만은 확실하다. 리스테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아트 바젤(Art Basel)' 이 아직 공식적인 관람객과 판매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 해 약 5만이 넘는 관람객과 3억 달러의 판매고를 웃돌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인데 리스테는 공식적으로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그 결과가 어떤지 갑자기 궁금해 졌다. ▣

[강조면 문구 · 74~75쪽] 작가의 자유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아트페어였다

수록 도판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부스 광경
부스 광경
출품작 1·2
출품작 1·2
출품작 3·4
출품작 3·4
휴식공간 같은 부스
휴식공간 같은 부스
간이 침대가 놓인 부스
간이 침대가 놓인 부스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

  • 판독 참고: 75쪽 본문 우측 여백이 스캔 재단으로 일부 잘려 '젊은 작가들에(게)'의 마지막 글자가 지면에서 확인되지 않아 문맥으로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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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지면 2지면 3지면 4지면 5지면 6

원 게재: 아트페어 관람기 / 회화지 20호(2013) 70–75쪽 · 원본 PDF 70쪽 ↗

이 지면의 도판

리스테 아트페어(Liste Art Fair) 전시장 광경-리스테 아트페어(Liste Art Fair) 전시장 광경
리스테 아트페어 화랑 부스 광경-리스테 아트페어 화랑 부스 광경
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천장 조명)-리스테 아트페어 전시장(천장 조명)
1) 리스테 아트페어 출품작 2) 휴지말이 겉 표면에 드로잉을 한 후 출품한 작품-1) 리스테 아트페어 출품작 2) 휴지말이 겉 표면에 드로잉을 한 후 출품한 작품
3) 바닥에 진열된 작품 4) 총을 쏘아 만든 총탄자국이 그대로 남은 대형 거울 작품-3) 바닥에 진열된 작품 4) 총을 쏘아 만든 총탄자국이 그대로 남은 대형 거울 작품
*마치 휴식공간 같은 부스-*마치 휴식공간 같은 부스
부스에 놓인 간이 침대-부스에 놓인 간이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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