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를 다녀오다 — 스케치여행
글 이봉금 (전북회화회 회원)

본문
모처럼 얻은 한 달간의 꿈같은 휴가…
2월 한 달간의 일정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한국은 매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이었지만 세부는 초여름날씨였고, 3월부터는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의 체감온도는 이미 한여름이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추위에 적응하다 와서 그런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힐링"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기' 였다. 요즘 어깨에 오십견이 왔고, 엄지 손가락은 관절염으로 투약과 치료 중 이었다. 또한 경추탈골로 척추교정까지…. 벌써부터 몸 여기저기가 AS를 요구하고 있었다. 언니가 세부에 간지 2년여가 되어가고 방문차 긴 휴가를 얻어갈 수 있게 되었다.
세부는 휴양지로 이름 있는 곳이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언니네의 생활이 몹시 궁금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깨끗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외국인들이 사는 동네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네 시골 집집마다 감나무 한그루 쯤 있듯이 세부에는 망고나무 한그루씩 볼 수 있었다.
언니네 집에도 수영장 옆에 아름드리 망고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아직 자그마한 초록색의 망고들이 올망졸망 한가득 달려 있었다. 수영장 옆으로는 깔라쵸치라는 나무에서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므로 여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상생활의 반복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조카가 다니는 학교에 차로 아이를 픽업하고 학원도 다니고.. 나도 그들의 일상생활에 끼어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나는 한 달 동안 많은 열대과일들을 섭렵하고 골프도 배우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도 취득했다.
골프는 운동치인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고, 완전히 배우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과 저질 체력으로 곧 실증을 느껴버렸다. 그러나 스킨 수쿠버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이었다.
물속세상은 완전히 또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처음 오픈워터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물속에서 공기통에 의지해서 세상구경을 한다는 게 낯설기도 하였고,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해야 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그러나 곧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물고기들과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비로소 내가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 왔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세부는 스쿠버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것 같다. 연중 물속기온이 따뜻하고, 투명하게 맑은 물속에는 수많은 수중생물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는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수많은 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내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것들과 위험한 것들로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였다.
바다 속에서 물고기들과의 조우는 나에게 또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해주었다.
그 외에도 세부 바닷가 길거리표 참치구이나 더위를 잊게 해주는 깔라만씨를 이용한 음료는 나에게 또 다른 맛의 즐거움을 주었다.
더운 곳에 살면서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가며 한 달 간의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필리핀 하면 배로 관람하는 섬 투어나 열대 과일의 천국으로만 알고 있었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세부의 물속 세상을 체험하게 되었다.
조금은 무섭고 힘든 체험이었지만 고비만 넘기면 아주 즐겁고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 한해는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아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수록 도판 (모두 필자 이봉금의 현지 스케치)







- 판독 참고: '실증'(싫증), '수쿠버'(스쿠버) 등은 지면 표기 그대로입니다.
원 게재: 나의 여행기(스케치여행) / 회화지 20호(2013) 88–91쪽 · 원본 PDF 8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