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화회→회화지 아카이브→21호→Sally, 그림에 대한 생각! 양성모 작품을 보고...
자유기고가

Sally, 그림에 대한 생각! 양성모 작품을 보고...

이철규(예원예술대학교 교수) ※본문 말미에는 "(2014. 11. Sally Kim, 자유기고가)"로 표기

글 이철규(예원예술대학교 교수)

실로 흥미로운 그림들이다. 언뜻 봐도 뇌 안에 산수화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니... 그래서인지 그림에 점점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인물들의 형체도 흔히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접해서 익숙해져 있는 유명인들이고, 그 안에 그려져 있는 풍경들도 살아오면서 항상 주변에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는 자연들이다. 이 익숙한 두 가지의 것이 서로 조합하여 약간은 기묘하면서도 이렇듯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가장 흥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들의 인물을 살펴보면 체 게바라, 마이클잭슨, 앤디워홀의 순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단순하게는 한국인이 아니며, 유명인사라는 것이다.

■ 맨 처음 인물은 '체 게바라'이다 ▼

먼저, 체 게바라에 대해 살펴보면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 대학에 다니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여행을 하던 중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과 고통을 체험하고, 이들을 돕기로 결심하여 쿠바 반정부 혁명군에 들어가서 전투에 참가한다. 혁명이 성공하며 쿠바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지만 콩고, 볼리비아 등의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쿠바를 떠난다. 즉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향해 열정에 미련 없이 권력을 버렸던 체게바라의 모습으로 인해 체 게바라가 생존해 있을 때보다 사후 지금까지도 유명한 인물이 되고 있는 중심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의 대가인 사르트르도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극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삶을 산 체 게바라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림을 보면 헤어라인 주변 그리고 얼굴을 관통해서 힘이 느껴지고 단호한 위엄이 있는 산들이 뒤덮고 있다.

■ 두 번째 인물은 '마이클잭슨'이다 ▼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며 강한 인상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던 마이클잭슨은 '팝의 황제(King of Pop)'로 불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팝스타이다. 마이클잭슨은 그 자체로도 큰 문화적 현상이었다. 마이클 잭슨이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인한 죽음, 아동성추행사건, 피터팬 콤플렉스, 성형 중독등의 가십거리로 대중들이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슬플 뿐일 정도로 마이클 잭슨의 음악은 모든 장르를 그리고 인종을 아우르는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다. 사실 마이클 잭슨의 1982년의 팝 음악 역사상 최고의 앨범인 'thriller'는 세상을 뒤흔들게 되었는데, 이 앨범은 37주간 앨범 차트의 1위를 지켜 빌보드 차트가 생긴 이후 최고의 기록이었다. 이 앨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thriller'는 춤과 음악뿐 아니라 당시의 유행과 문화적 현상들을 이끌어내서 국가와 인종을 넘어설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마이클잭슨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마이클잭슨이 20세기 대중 음악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그런 마이클 잭슨의 인물이어서 그런지 굵고 위용감있는 체 게바라의 산수화에 비해 산들이 크기가 작은편이며 좀 더 세부적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림은 '앤디워홀'이다 ▼

'앤디워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릴린 먼로'와 '코카콜라'가 바로 떠오른다. '이미지의 대중화, 복제, 표현방법의 보편화'에 앞장서서 예술이 과거에 소수 특권계층의 산물이었던 것을 대중적으로 만드는 데 앞장 선 인물이었음은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인 그는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 광고,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반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앤디워홀의 인물의 형상화를 보면 1-3시 방향은 비움의 미학이요. 3시 이후부터 12시의 방향에 낮은 산과 절벽들 그리고 나무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그림들을 보면서 3권의 책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1년 전에 구입했으나 읽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책들이다. 그래서 미루고 있었던 그 책들을 단숨에 읽어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살바도르 달리'의 책이었고, 그리고 나머지 2권은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구스타프 칼 융의 이론들이 담긴 책들인 인간의 뇌의 무의식 영역을 다루고 있는 '그림자' 그리고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책이다. 아마 사람의 뇌 안에 그림이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림을 보고 뭔가 영감을 받아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떠오르거나, 보고 싶은 영화가 떠오르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주말은 이 책들을 읽느라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위에서 그림들을 잠깐 나의 식대로 살펴보았다. 즉, 체 게바라의 얼굴에 담긴 힘있는 산수화도,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얼굴에 담긴 디테일한 산수화, 그리고 앤디워홀의 대중적이고 친근한 산수화도 보았다. 그러나 내가 이 그림에 대해 생각을 하고 내가 떠올린 책들을 보며 정리된 감정을 적어보자면, 체 게바라도, 마이클 잭슨도, 그리고 앤디워홀도 그 안에 들어있는 산수화의 그림들은 그 세 명의 본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3명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투사(projection)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다.

먼저 모든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자연 풍경. 그러나 자연은 그 자체로서 객관적인 주체이기 때문에 자연이 희노애락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 판단은 인간의 뇌가 하는 것일뿐! 다시 말해 자연은 항상 그 모습이었다. 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느낌에 따라 경험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질 뿐이다. 즉 체 게바라는 본인이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후대에 지금까지도 걸쳐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혁명가의 영웅이라고 인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행동했을 것이다. 즉 이 그림은 체 게바라가 바라본 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바라본 체 게바라의 이미지와 역동적인 산수화를 겹쳐서 표현하고, 마이클 잭슨의 섬세한 산수화는 작가가 바라본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를 투영해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며, 마지막으로 앤디워홀은 낮은 산들과 나무들은 아마 미술을 대중화, 그리고 상업화 시켜서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데 있어서 현재 흔히 인지되고 있는 이런 이미지로 재구성되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역이 훨씬 더 깊고 무의식의 영역을 더 깊게 관찰할수록 좀 더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창조적인 작품들이 탄생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일단 기존의 무수히 봐왔던 기법으로만 승부를 하려고 하는 그런 흔한 그림들이 아닌 새로운 것을 향해 창조의 발걸음을 뗀 것으로 인지가 되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 깊은 작품들이었다. 조금 더 아쉬운 면은 인물들의 기존의 대중적인 이미지, 즉 현재 우리가 항상 알고 있는 그런 흔한 이미지가 아닌 좀 더 무의식적인 면을 발전시켜 더욱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든다. (2014. 11. Sally Kim, 자유기고가)

양성모, 체 게바라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체 게바라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마이클 잭슨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마이클 잭슨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앤디 워홀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앤디 워홀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지면 보기 · 원본 4쪽PDF에서 열기 ↗
지면 1지면 2지면 3지면 4

원 게재: 자유기고가 / 회화지 21호(2014) 48–51쪽 · 원본 PDF 48쪽 ↗

이 지면의 도판

양성모, 체 게바라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양성모 작품을 보고양성모, 체 게바라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마이클 잭슨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양성모 작품을 보고양성모, 마이클 잭슨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양성모, 앤디 워홀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양성모 작품을 보고양성모, 앤디 워홀 (산수화로 형상화된 초상)

같은 호의 글

21호 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