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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김승호 수묵전

[도판] (작품명·크기·재료 표기 없음)

일시 : 2000. 6. 30 - 7. 6 장소 : 전북예술회관 2전시실

2000년 6월에... 김승호

우리 인간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개발이란 미명아래 우리 주변환경을 아무 생각 없이 파괴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말없이 우리 인간에게 다가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주변환경에 관심을 갖고 보존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를 자연에게 부여 줄 때라 생각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산하는 어느 곳에서든 생성과 소멸을 볼 수가 있습니다. 긴 겨울을 보내고 이제 막 새싹을 피우려고 몸부림치는 들판을 보았을 때 척박해 보이지만 감추어진 내면의 생명력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잘 다듬어진 논과 밭보다 산비탈을 개간해서 만든 논과 밭은 생명력과 더불어 조형미까지 있었습니다. 얼마 전 강원도 산간지방에서 산불이 나서 백두대간의 산허리가 황폐화 되었습니다. 환경론자들 학자들은 제 모습을 찾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였습니다. 그렇게 황폐화 된 산에서도 새로 운 생성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연을 보았을 때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전주천의 수양버들이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로를 넓히면서 베어버리고, 태풍에 꺾이고, 봄이면 나무가지치기를 자주 해 나무형태 자체가 변해버렸습니다. 고유의 모습을 잃어가는 수양버들을 보면서, 그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고 친구들과 물놀이하던 유년시절이 생각납니다.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변형된 수양버들에서 비록 몸체는 텅 비어 소멸되고 있지만 새로운 생성을 위해 몸부림치듯 솟아나는 가지를 보면 끈질긴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가지를 보았을 때, 부드러움 속에 감추어진 내면의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우리 것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특정한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나타납니다. 그 동안 무분별한 외래문화 수용이 낳은 반감일까? 아니면 여유가 생겨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우리 것에 대하여 자성하는 마음으로 되돌아 보는 것일까? 뭐라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나 또한 인식을 같이하고 그 동안 했던 작업과,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에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한국화의 근본이 되는 지, 필, 묵 만을 가지고 하자" "우리 주변에서부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작업에 임하자" "잘 그리려고 욕심내기 보다는 열심히 그리는 데 의미를 두자"

새로운 생명탄생을 위해 말없이 몸부림치는 대자연을 생각할 때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화폭에 옮겨 그린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모든 면에 부족하다는 마음자세로 새로운 생명력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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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전시리뷰 / 회화지 8호(2000) 15쪽 · 원본 PDF 1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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