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아픈 역사를 안고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약력
최 병 남
-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경희대학원 졸업
- 개인전 5회(정갤러리, 남태평양 피지, 전북예술회관, 갤러리고을)
- 대한민국 미술대전입선 4회(국립현대미술관)
- 전라남도 미술대전 특선(남도예술회관)
- 전국 춘향미술대전 특선 3회(춘향문화예술회관)
- A.A.I 국제미술전 장려상(캘리포니아 산로스 아트센타)
- 순천 뉴코아백화점 초대전(순천 뉴코아백화점 전시실) 등 다수
- 현) 동행회 회원, 전북회화회 회원, GROUP 2 Member, 춘향미술대전초대작가,
작품

작업노트
섬진강은 강유역의 사람들에게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 퍼다 주면서도 마르지 않고 오늘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질긴 강의 애환을 간진한 곳이다.
매화 향기 그윽한 광양 매화마을, 노란 꿈의 향연을 벌이는 산수유 마을 화개십리 벚골길, 차향 그윽한 화개의 차, 섬진강의 은어 이야기, 하동의 재첩, 곡성 압록에서 잡아올린 참게의 진미, 그리고 피아골의 단풍, 남원의 광한루 등 섬진강 줄기를 따라 주변에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그리고 가을이면 지리산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지만 특히 피아골의 아름다운 단풍은 참으로 아름다워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이처럼 섬진강 주변에는 사시사철의 아름다운 멋을 잃지 않고 맛 또한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땅의 아픈 역사를 안고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이제 섬진강은 마냥 순종만 하는 미덕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일찍이 섬진강 유역은 남도의 풍류와 멋을 간직한 곳이었고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져온 지리산과 사이좋은 오누이처럼 손 마주 잡고 초연한 모습으로 우리곁에 내재 되어 있었다. 섬진강은 모두 퍼다 주면서도 실핏줄같은 개울물이 다시 모여 유유히 흐르면서 강의 위엄을 잃지않고 있다.
마르지 않고 끈질기게 그 자리를 지킴으로써 섬진강 유역을 삶의 터전으로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것이다.
민족의 성지인 지리산을 휘감고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
섬진강은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형체로 표현되길 싫어하고 물체의 생명적인 본질을 포착한 단순한 선을 유희하려는, 그리하여 간결하면서도 숙달된 넉넉함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지식은 사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인간의 자연성을 귀중하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섬진강은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화선지에 그어지는 일획 일획은 화선지의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화선지의 공간을 벗어나는 영속적인 힘을 가지고 있듯이 섬진강은 굽이 굽이 흐르는 선율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영속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 산자락의 형상을 내품은채 그 밑을 감도는 구름이나 안개가 갖고 있는 신비한 힘을 섬진강은 다가가 끌어 안고 있다. 새삼 송대의 유명한 산수화가인 곽희의 〈화가의 자연적 흥취〉에 대한 문구가 생각난다.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 화가는 자기의 영감을 기르지 않으면 안된다. 구름낀 봄날에 술을 마셔도 좋고 꽃이나 새의 모양을 관찰하거나 시를 읊으며 산책을 하거나 향을 피우며 차를 마셔도 좋다. 영감이 떠오르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 손은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면 종이를 펴 놓고 붓을 들어 그 영감을 종이에 옮길 준비를 한다. 만약에 영감이 없어지면 그림을 중단 했다가 다시 영감이 떠오를 때에 가서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면 그림은 결과적으로 빼어난 것이 되며 기운이 넘쳐 흐르게 된다." 이처럼 섬진강은 우리의 영감을 길러주는 어머니의 모성과 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보슬비가 잔잔하게 내리고 노란 은행잎이 바람결에 흔날리는 이 가을에 섬진강의 넉넉한 자락에 다가가 전착하고 싶다. 고요하고 맑은 정화의 강에…… 그리고 그 순수의 이름으로……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10호(2002) 20쪽 · 원본 PDF 20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