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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에 대하여

산수화

이승훈

산수화는 마음의 고향을 그린 것임에 틀림없다. 백제시대 절터에서 발견된 산수문전은 백제시대의 산수화를 보여주는 견본이다. 회화적 표현 기법이 돋보이고 백제의 고졸하면서 우아한 면을 보여준다. 둥근 산모양과 부드러운 부조형태의 맛이 현대적이다. 구름과 산, 인간과 대지 등의 모습이 세속을 떠난 마음의 고향을 보여준다. 고려시대 목판화인 어제비장전 그림은 섬세함과 웅장한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불교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인 듯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기 좋게 그리고 있다. 조선시대 전기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비단에 착색으로 된 그림인데 복숭아꽃과 신선의 세상이 펼쳐진 유토피아의 세계이다. 중국 동진의 도연명이 쓴 도화원기와 관련이 있는 듯 보이고 있는 이 그림의 테마는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조선 후기 민화인 십장생도 역시 산수 풍경을 중심으로 그려졌는데 오래 사는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진경 산수화인 겸재 정선의 그림이나 관념적인 이러한 그림 역시 자연과 인간의 마음을 연결하는 조화를 잘 살리고 있다. 이러한 동양의 산수화는 서양의 풍경화와는 다른 차이점을 제시하고 있다하겠다.

따라서 한국의 산수화를 감상할 때 거리와 시점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식적 그림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림이 주는 메타포를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수묵으로 그려지는 그림은 사의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며, 효과적인 준법과 발묵과 파묵 효과를 사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효과는 마음 속에 산을 만든다는 흉중구학(胸中丘壑)을 표현한 것이다. 정극인이 상춘곡의 산수풍경을 즐기는 대목은 옛날이나 현대인이나 다 같이 즐거움을 동감할 수 있다. "수간 모옥을 벽계수 알피두고 송죽 울울리예 풍월주인 되어셔라" 정극인은 자연경관을 유독 즐겨하여 벽과 병풍에 산수 풍경을 그려 놓고 마음에 맞는 벗과 함께 시흥과 취흥을 즐기고 또는 홀로 즐기며 현실의 세계를 잠시 잊기도 했다.

인간은 이상의 세계를 표현하기 위하여 삼신산, 무산십이봉 등을 정원에 옮겨 왔다. 또한 그림을 그려서 항상 완상을 하였다. 선계(仙界)다운 절경을 담은 18세기 진경산수의 배경에는 조선 선비들의 기행 탐승하는 풍류적 성향 및 이이(李珥)의 석담구곡(石潭九曲), 송시열(宋時烈)의 화양구곡(華陽九曲), 김수증(金壽增)의 곡운구곡(谷雲九曲) 등 주자(朱子)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받아 그것을 조선산천에서 실현하고자 한 이상주의적 은일사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에 이르는 그림 중 하나가 도원류의 그림일 것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이 안중식의 도원문진(호암미술관 소장)과 그 제자인 이상범으로 이어지고 변관식의 무릉도원 그림도 도화촌을 그리고 있다. 도화촌이 없다 할지라도 산수화의 대부분은 빼어난 승경지요 아름다운 곳이며 영원한 고향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실경이든 관념산수이든 산수화에 녹아 있는 세계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속에 묻어 있는 것이다.

수묵산수화가 중국 회화사에 나타난 것은 당말오대를 전후한 시기이다. 당대 이전에는 거의가 인물화의 배경으로 그려지다가 새로운 인식으로 산수화가 대두되었다. 노장사상과 위진현학(魏晉玄學), 그리고 산림문학(山林文學)을 그 배경으로 하여 자연주의가 형성되면서 독립된 그림 양식으로 발달하였다. 代末 宋代 전시기에 걸쳐서 산수화는 꾸준한 발전으로 원대에는 사대가 모두가 산수화의 높은 경지에 이르고 청대까지 그 전성기를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고려조의 불교시대가 끝나 가는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산수화는 강한 채색을 주로 하는 청록산수화와 금벽산수로부터 점차적으로 수묵이 주류를 이룬다. 산수화에 많이 나타나는 전통 소재는 금강산전도, 계회도, 탁족도, 사시팔경도, 소상팔경도와 적벽도 등이 있다. 동양인의 대자연관을 형상화하는 대표적인 그림 양식이다.

현대 산수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인간 마음 속을 염원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재현하여도 획기적인 기법과 개성이 나타난 그림일지라도 그 본연의 바탕에 고향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출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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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지면 2

원 게재: 한국화에 대하여 / 회화지 10호(2002) 39–40쪽 · 원본 PDF 3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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