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기억으로의 수묵여행!
오세나의 작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5년 전 졸업동기 전시모임인 9498전에서이다. 그의 첫 인상에서 받았던, 강하게 풍겨 나오는 작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나의 기억에 지금도 남아있다.
일단 그는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작가이며, 술 한잔에 인생에 대한 적지 않은 감정을 적절하게 풀어낼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 젊은 날의 초상 그 흔적이랄까? - 녹록히 베어 나온다. 요사이 젊은 작가들이 표현과 형상에 치우쳐 자기의 감정을 화면에 옮기는 힘이 매우 부족하다고 보았을 때 오세나의 작업에는 여느 젊은 작가에서 볼 수 없는 진솔한 힘이 있다. 젊은 세대답지 않게 그 힘을 '수묵'이라는 재료를 빌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 (캡션 없음 — 안경 낀 인물을 그린 오세나의 작품 2점)
서신갤러리에서 보여준 최근의 작업은 색채의 사용이 절제되고 있다. 색이라는 것이 원래 동양에서는 세속적인 것, 현실적인 것,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널리 적용되었으며 정신적인 것, 이념적인 것의 반대되는 쪽에 있었다. 현세의 부귀영화를 꿈꾸는 형식의 그림들은 한결같이 색채로 치장되어왔다고 볼 때 그의 수묵의 선택은 세속과 타협치 않으려는 작업관과 그의 기억 속에 스쳐지나간 수많은 색을 절제된 단 하나의 색 '수묵'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수묵이라는 것은 농담의 미묘한 조화에 의해 무궁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운필에 의해 그 생명이 좌우된다. 선염에 의한 농담변화가 기법구사라면 운필은 골격을 이루는 데, 즉 운필은 그림의 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절한 선염과 운필이 그의 작품에서 돋보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데 빠른 붓 놀림과 느린 선염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유년, 청소년, 대학시절 등 그의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담겨 있는 진상들을 여과 없이 수묵의 힘을 빌어 한지인형 같은 입체물과 젊은 날의 횅한 안경을 낀 인물로 집약시켜놓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이란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 순간 치열했던 시간들을 그윽하고 투명한 먹빛으로 바꿔놓기에…"라는 그의 독백처럼 화면에 흔적 남기기를 하고 있다. 그의 기억에 남아있는 흔적을 안경 낀 인물을 통해, 또 한번 안경 너머로 한번 더 걸러낸 기억들을 투명한 먹빛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한국화가 나아가야 할 한 방향과 장래성을 볼 수 있다. 그의 심상 깊은 곳에서 추억이라는 온갖 것들을 끄집어내어 화면에 옮기는 강한 힘과 솔직함,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수묵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 선염과 조화를 이루는 운필력 등 이런 면에서 오세나 라는 흔치 않는 젊은 작가를 주목해 볼 필요충분 조건이 있는 것이다.
원 게재: 젊은작가소개Ⅰ - 오세나 / 회화지 10호(2002) 41쪽 · 원본 PDF 41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