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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노트

생명의 이야기 Ⅵ

엄기석

작품

엄기석
엄기석

작업노트

생명의 이야기 Ⅵ

진분홍색의 꽃들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모습이 올망졸망 귀엽다. 묘지 옆에 흔하게 피어 있는 개여귀 꽃이다. 꽃이 워낙 작아서 봉오리인지 꽃을 피운 것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흔한 꽃이지만 군락을 이룬 것을 보면 분홍빛 꿈처럼 가슴 가득 설레임을 일렁이게 하는 꽃이다.

같은 분홍빛 띠고 있는 꽃향유 들꽃보다 아름다움과 향기도 없어 벌과 나비도 잘 찾아주지 않는 꽃이지만 조그마한 녹색 잎 사이에 이삭 모양으로 빼곡이 모여 핀 개여귀 꽃속에서 생명의 순환을 느낀다. 형수와 어머니 묘지 옆 한적한 곳에 이름없이 피어 잘 관찰해야 볼 수 있는 꽃, 이름없이 사라진 순교자의 꽃이다. 몇 칠 전 어느 대학 농대 교수의 장례식을 본인이 평생 사랑하는 나무 밑에 화장하여 재로 묻은 후 나무에 본인의 명패를 붙여 수목장을 하였다 한다. 사람은 본디 흙에서 나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에 순응하는 장례식이라 생각된다. 참 좋은 장례식인 것 같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필요한 장기는 기증하고 썩어질 육체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삶이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수목장 옆에 흐드러지게 개여귀를 심어 오고 가는 사람들이 즈려 밟고 지나 가다가 아! 이게 무슨 들꽃일까? 다시 생각하게 하는 꽃 개여귀꽃 속에서 자연의 순환의 맥박을 듣는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뜨지 않는 별이 있어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자랄한 개여귀꽃처럼 항상 제위치에서 제모양과 빛깔을 내는 소박한 아름다움이여 그대가 정녕 가을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그대의 향기가 은은하게 살아 가슴을 살며시 적시는 이 가을은 아름다울 것 같다.

약력

[사진] 엄기석

엄 기 석

  • 전북대학교 사범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
  • 한국화 그 다변성전(서울, 미술회관)
  • 한국화 의식의 전환전(서울, 관훈미술관)
  • 서울올림픽기념 한·일 현대미술전(전주, 전북예술회관)
  • 맥-조형과 의식전(서울, 갤러리도올)
  • 전라 한국화 제전(전주, 국립전주박물관)
  • '97 동계U대회 기념 청년작가전(전주, 우진문화공간)
  • 전북 현대미술 단면전(전주, 삼성문화회관)
  • 3도 미술 교류전(구미, 미술회관)
  • 1999 VS 2000 展(서울, 덕원미술관)
  • 새천년 한국화 오색전(전주, 전북예술회관)
  • 전통의 힘-한지와 모필의 조형(전주, 전북예술회관)
  • 한국미협, 전북회화회 회원,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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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12호(2004) 11쪽 · 원본 PDF 11쪽 ↗

이 지면의 도판

꿈의정원 / 한지에 먹 / 175×140cm / 2004년엄기석꿈의정원 / 한지에 먹 / 175×140cm /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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