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짙어만 간다. 퇴색해버린 나뭇잎을 생각하면은 슬픔이 나온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한기가 가슴을 적시면 화려했던 뒤 안의 길을 바라다보게 한다. 화려한 꽃 뒤에 오는 슬픔.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앞으로도 올 것 같이도 않은 꿈결 같은 세월 속의 이야기가 그립다. 무엇을 놓고 갈 것인가. 흔적 없이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 좋을 듯 싶기도 하다. 이름 한자 이 세상에 내놓으려고 온갖 만행을 짓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않을까? 빈 곳, 빈 잔, 빈 살림살이, 빈 저금통, 빈 호주머니, 빈 하늘, 빈 집.... 마리아와 영면을 하는 저 가냘픈 죽음, 그 뒤 안에 오는 빈 여운, 우리는 그의 이름으로 다시 산다고 한다. 그리고 빈 호주머니를 차고 그의 곁으로 다가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