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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라. 전북의 젊은 작가들이여!

곽석손(군산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전공 교수)

오늘의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문화예술의 역할과 작용을 보면 이젠 한 지역의 감상문화나 표현공감대의 정신적인 향수의 범주를 벗어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하나의 산업으로 전향되어 가는 추세를 엿 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새로운 성향은 그 중요성의 비중에 있어서도 국가 경쟁력의 산업경제에 비유될 만큼 확고해지고 있다.

하나의 단적인 예로 최근 우리 영화예술이 비약적인 발전과 세계적인 주목현상은 감독이나 배우들의 개인적인 영광과 기쁨임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우수성과 민족 정서의 색다른 면모를 알리고 나아가 세계문화산업의 치열한 경쟁속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화예술의 국제적인 활약과 발전의 선봉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사회적 척도의 기반이나 학력. 지역적인 갈등의 제약에 전혀 기죽지 않고 열악한 제작조건과 편견까지도 열정과 용기 그리고 희망으로 극복했다는 보도기사를 읽고 참으로 값지고 아름다운 젊음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느 지역보다도 문화예술의 자양분이 풍부하고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전북의 젊은 작가들도 그동안의 오랜 숨고르기를 마치고 우리미술문화 발전과 새로운 시장개척을 주도할 수 있는 비상의 날개를 펼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10여개에 달하는 전북지역의 각 대학에서 매년 배출된 청년 작가들의 기량과 양적인 잠재력도 충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주지역을 중심으로 각 시에 갖추어진 전시문화공간도 도내의 작가들이 활용하는데 그리 부족하지 않으며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도 아직 희망적이라는 분석에 의해서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북지역 젊은 작가들의 활약을 보면 우리 모두가 공감하듯이 너무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인 면이 많았고 그나마도 각 대학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다 보니 이 지역 특유의 넉넉하고 맛깔스런 미술문화의 멋을 형성하는데 젊은 작가들의 기여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며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지역미술의 파수꾼 역할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의 문화산업화 시대에 우리지역의 젊은 작가들도 국제적인 무대를 향하여 자신의 역량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찾아나서는 데에 우리 모두가 함께 그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할 것 같다. 우선 그러한 방안을 찾기 위한 두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젊은 작가들의 확고한 신념과 적극적인 참여자세이다. 한 시대의 주역이 되었던 작가들은 그 시대가 그들을 선택 해주었던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그 시대의 모든 부정적이고 배태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승리한 댓가의 결과물이었다. 지금같이 문화의 획일화와 예술의 보편화 현상이 전 세계의 미술문화를 하나의 거대한 무덤으로 만들어 가는 현 시점에서 자기작업에 대한 뚜렷한 방향과 의식의 색깔 없이 누군가에게만 의존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죽음의 공간 안에 묻혀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주시하며 굴복하지 않는 자신만의 정신적인 무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미술교육의 현장은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제불황의 장기화로 인한 미술시장의 부진, 나아가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현상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우리의 젊은 이들이 타고난 재능과 꿈을 버리고 지나치게 현실주의적인 안목과 근시안적인 타협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적인 타성을 더 큰 위기로 여기고 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어렵고 그러다 보면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작가가 되기 위한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겠느냐는 원망 섞인 반문과 회의적인 반응을 교육의 현장에서 나 역시 오래전부터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먼저 당당하게 용기를 가지고 작업과 맞서라. 그리고 너의 젊음을 아낌없이 투자하라. 그런 연 후에 비상하기를 기다리라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치면 마치 할일을 다한 듯이 자신의 위치를 점유하려는 태도는 작가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드는 최대의 적이며 불안과 회의를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작가는 많은데 사고 싶은 작품은 많지 않다는 소비자들의 제안도 귀담아 들을 만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과 전반적인 인식의 흐름을 종합해 본다면 지금이 바로 이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는 하나의 좋은 기회요 반전의 계기라고 말할 수 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제대로 도전한번 해보지 않고 떠나버린 미술현장은 지금 그 어느 작업실에서 힘겨운 작업에 몰두하며 가난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자신과의 싸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바로 그 젊은 작가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그 찬란한 비상을 이미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지역에서도 이제 국제적인 비전을 가지고 젊은 작가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전문적으로 지원할 프로그램의 마련이 시급하다. 지역발전을 위해서 여태껏 산업체만을 경쟁적으로 유치하고 유락시설 확충에만 급급했던 전 근대적인 시각에서 빨리 벗어나 살아있는 정신문화 산업의 주역인 이 지역 젊은 작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전문적인 연구를 지역발전 산업의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지역의 문화담당 기관과 인사, 선배작가 그리고 각 미술대학의 교수들과 의식 있는 기업들이 이 지역의 젊은 작가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새로운 정책과 관심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때 이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또 다시 자신들의 후배들에게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비상의 발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한 단체나 기관 누구 한 개인의 투자와 희생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이 지역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야 할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어 미술정책과 실천이 병행됨으로써 젊은 작가들이 힘찬 날개 짓으로 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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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특별기고 / 회화지 12호(2004) 19–20쪽 · 원본 PDF 1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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