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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탐방

작업실탐방 – 서양화가 조영대씨

전북중앙신문 김영애 차장

풍경이든 사람이든 가까이 다가서고 싶게 하는 건 아름다워서다. 가슴에 늘 고운 꽃등을 켜고 사는 남자 서양화가 조영대씨(44). 그도 그런 풍경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영감에 차 있는 눈빛에, 부드럽게 감싸오는 분위기, 봄바람처럼 순하디 순한 기운을 내뿜는 그 앞에서면 누구라도 매료되기 마련이다. 성근 바람이 휘날리는 9일 늦은 오후, 범바우골 작업장에서 만난 그는 함빡 웃음을 물고 객을 반긴다.

바람도 생명으로 태어나다

그의 전시장을 둘러싼 주변은 꽃박람회를 방불케 한다. 구절초, 쑥부쟁이, 코스모스, 메리골드, 장미, 다알리아, 감나무 등등이 제 빛깔을 뽐내며 눈길을 사로잡으니 우선은 눈요기부터.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들어올 리 만무하잖은가.

뜨락에 만들어놓은 설치물도 관심을 끌기는 마찬가지다. 기기묘묘한 모양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자태가 절대 꽃보다 못하지 않으니. 나무를 깎아 만든 '말많은 사람들', 뒷편에 놓여있는 하늘과 산능선의 배경을 담아야 제대로 작품이 되는 '동심'이 그랬다. '동심'에는 물감이 모자라 늘 고민했던 자신의 슬픈 자화상도 담겨있다. 울긋불긋한 천지에서 파르르 떨며 날아 오르는 새 한마리…, 바람따라 곡조를 만들어내며 울리는 풍경소리…, 화룡점정(畵龍點睛)! 이들은 이 전시에 생명을 부가하는 '마지막 점'에 다름 아니다.

부지런한 것도 죄가 되는 시대?

30여평 되는 그의 작업실은 창고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돈이 잘돼 있다. 이 탓에 군청은 농가용 창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통보하기도 했다. 사람좋은 그지만 이에 대해선 가차없이 독설을 쏟아놓는다.

"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지, 원. 처음부터 다 보고 허가내준 사람들이 이제와서 농기구가 없다고 세금을 몽땅 내랍니다. 무슨 조화 속인지 모르겠어요. 법만 갖고 이야기하니 말이 통하지도 않고…. 바지런한 것도 죄가 되나요?"

생계를 도맡아 해결하는 교사인 아내에게 이 말을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짐짓 울상이다. 다시 물꼬가 터진 독설은 정부의 문화정책으로까지 넘어간다.

"40이 넘도록 장가 못간 후배들도 엄청 많아요. 막연한 생계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것이죠. 대체 굶어죽으라는 얘긴지…. 시내에서 쫓겨 들어오다시피 마련한 작업실인데…. 정부가 예술인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해요. 그림선물 마저 제약하고 있으니, 살아갈 방법이 묘연하죠."

농사지어야 한다고 해서 고구마도 심고 과수도 심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라고 낙담하는 그.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라도 이들에게 희망을 돌려줄 때 자랑거리처럼 내세우는 개혁도 완성될 것이다.

[사진] 작품 앞에서 웃고 있는 서양화가 조영대씨

화실엔 인상주의 화풍이 가득

작업실에 들어서자 대뜸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100호 정도의 '까마귀가 날으는 갈대풍경'.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지평선을 사이에 두고 아래로는 갈대가, 위로는 까마귀 떼가 비상한다.

"빈센트 반 고호다." 역시나 작가는 이 그림을 구상할 당시 고호의 밀밭이나 여름 풍경을 생각했단다. 물감만도 50개 정도가 들어갔다니, 그의 애정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호를 좋아했고, 고호연구에 천착해온 '데이비드 호큰'을 좋아한다는 그. 한때는 후기 인상주의에 몰입해 있었지만, 최근에 다시 현대 구상회화로 돌아온 것은 변화라면 변화다.

"보고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익혀서 다시 토해놓는 작업이 필요해요. 이제서야 손아귀에 쥘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고호를 뛰어 넘어야지요. 그게 최근 화두입니다."

그의 근작을 보면 분명 변화가 느껴진다. 형태의 소실점을 잃어버린 대신 수많은 메타포가 읽혀진다. 머릿 속에 엉겨붙는 오만가지 잡념을 빗자루로 가차없이 쓸어낸 듯 단순하면서도 웅숭깊다. 이런 그가 어디까지 관객을 감동시킬지 문득 궁금해진다.

알뜰한 애정에 눈부시게 웃다

화요일과 수요일만 빼곤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조영대 전람회. 화실이 곧 전시장이고, 전시장은 작업실이고. 게다가 자연은 전시장이 되고, 작품은 자연의 일부로 동화된다. '장자지몽' 경지에 비견할 만하다.

뜨락엔 그가 심고, 깎고, 다듬고, 칠해놓은 설치물들로 사시사철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선 '친환경'이라는 용어마저 무색하다. 깎고, 다듬고, 칠하면서 작가가 나누었을 무수한 대화들이 소곤댄다. 그저 무위(無爲)의 세계에서 자연을 벗삼았을 알뜰한 애정이 읽힐 따름이다.

시든 꽃냄새 나는 권태로 지겨울 때, 옷장을 열어 외출하려다 갈 곳이 없을 때, '범바우골'을 찾으면 여린 풀잎이 빚어내는 전율에 눈부시게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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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작업실 탐방 / 회화지 12호(2004) 26–27쪽 · 원본 PDF 2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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