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我-Moi' 자화상展 – 나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의 작가 고형숙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는 자아 탐색과 성찰을 주제로,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고 있는 작가 고형숙은 독특한 감성과 표현의 직감을 가진 젊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빼곡이 둘러선 도시의 빌딩과 끊임없이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미아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수직과 수평선의 불안정한 교차는 작가가 처하고 있는 삶의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작업일기에서 "자아의 존재성에 대한 물음은, 끝을 알 수 없이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형숙 작가가 올 여름 서신갤러리 기획전인 '無我-Moi' 라는 자화상展에서 작업의 테마를 통해 보여준 다양한 작품은, 딱딱하고 건조한 합판 위에 아크릴로 바탕처리하여 대담하면서도 단순한 흑·백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화적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하학적으로 그어져 무감각해 보이는 선들은, 화면 위에서 좌충우돌 복잡하게 교차하며 작가의 내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형숙 작가는 딱딱하고 거칠게 천착되어진 그림 위에 또 다른 화면을 클로즈업 시키고 있다. 아크릴이 아닌 수묵이라는 수용적 재료로 그려진 그림은, 작가가 그토록 찾고 있는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삶의 창일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의 주제인 자화상은, 도시 속에서 삶의 주소를 잃어버린 현대인, 넉넉한 자연을 거니는 것보다 정형화된 도시의 빌딩 속을 걷는 일이 더 친숙한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굳어버린 자화상 속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창'은, 물질 문명 속에 해체되어진 것처럼 보이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빛과 감성 그리고 자연의 넉넉함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가 고형숙이 그토록 냉철하게 바라고는 우리 시대의 우울은 앞으로도 그의 작업 세계에 큰 화두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또 하나의 창 속에 펼쳐 질 자유로운 빛과 향기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도판] (작품 이미지 / 크기·재료·연도 미상)
원 게재: 전북의 젊은 작가 / 회화지 12호(2004) 30쪽 · 원본 PDF 30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