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미술클럽을 따라 미술관 순례하기
하늘에 구름 몇 점이 떠가고 가을바람에 한가로운 코스모스들이 흔들릴 때 그 순간을 화폭을 담을 수 있다면…… 잔뜩 흐린 먹구름 사이사이로 석양 무렵의 햇살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바닷가에 서면 붓 끝에 물의 농도를 가늠해 보면 하늘을 그리고 싶고…… 빼곡 찬 온갖 야채 보따리 사이사이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나운 시장 통 아주머니들의 친근한 모습으로 내 마음에 따뜻한 삶의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내가 담을 수 있다면…… 군산역앞 공터에서 지루한 하루를 달래려 기백원짜리 장기판을 뚫어져라 바라다보고 있는 칠팔순 노인네들의 주름진 얼굴에 떠올라있는 인생의 질곡을 표현할 수 있다면……
언제부터인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로 흔히 내 정서를 자극하는 몇몇의 삶의 영상들 앞에서 나는 늘 내 화폭을 가늠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도 몇 달간의 문화센터에서 배웠던 수채화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나도 내노라하는 전업 화가들처럼 그렇게 그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막연한 바램을 가지게 된다.
더더욱 한 달에 한번 가는 우진문화재단의 미술클럽회원으로 미술관기행을 통해 더더욱 일상에 지쳐 내 마르려하는 감정에 윤기를 더해주는 것들과 만나게 된다.
벌써 2년 전인가?
친구에게서 우연히 우진문화재단의 미술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강한 이끌림을 받았다. 가끔씩 혼자서 몇 시간씩 서울행 버스를 타고 갤러리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겸사겸사 서울에 가는 길에 들르는 인사동 주변의 갤러리에서 눈요기로 맛보는 미술관 기행이 아니란다.
우선 기행에 앞서 그에 따른 사전 정보를 주니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작품들을 탐방하게 되며 기획된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미술관 가는 버스를 타면 화영씨가 마련해 주는 유인물을 통해 기획된 프로그램들의 감상 포인트를 찾게 되고 전문가이신 이철량 지도교수님을 통해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아우트라인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작품은 감상자의 눈과 마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무턱대고 작품 앞에 섰을 때의 황당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프로그램들 중에서 특히나 인상이 깊었던 것들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렸던 Pop-thru-out전,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진경 – 그 새로운 제안전" 그리고 지난번의 서울 시립미술관의 "색채의 마술사 샤갈" 전 등이 있다.
특히나 "진경 – 그 새로운 제안전"에서는 내 나름대로의 선호화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김보희씨나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작품들은 내 code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다.
또한 9월에 다녀왔던 미술 기행편인 "샤갈"전에 임하는 마음은 색달랐다. 그전에 인사동 선 갤러리에서 샤갈전을 잠깐 맛보긴 했지만 요번 기획된 프로그램은 150점이 넘는 진품에다가 평소 정말 보고 싶었던 "음악" "도시위에서" "꿈" 등의 진품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전날 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의 작품에 주된 모티브로 등장하는 꽃, 연인, 신랑, 신부, 동물, 마을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 같은 일상의 소재들을 통해서 독특한 그만의 표현방식으로의 독창성을 맘껏 느끼게 해주었고, 색채화가로서의 샤갈의 진정한 모습을 대면케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네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깔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그러나 또한 기획된 전시회들을 통한 실망감 또한 느꼈던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게 있었지만…… 어쨌든 나에게 다양한 삶의 또 다른 양식을 보여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이 기회를 통해……
원 게재: 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2호(2004) 31–32쪽 · 원본 PDF 31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