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함께 한 2004 광주비엔날레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A Grain of Dust A Drop of Water
세상의 모든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순간의 갈림길에서 작가는 자신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시가 작가는 작품을, 관객은 수동적 감상자가 되기 일쑤였다면 2004 광주비엔날레는 관객들이 전시기획과 작품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함께 전시를 만들었다는데 의의를 둔다.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인 문화인들의 의사소통의 공간이다. 언어, 문화, 민족은 다르지만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 주제를 통해 기와 멸, 생성과 소멸의 교차현상이자 순환과정으로서 문화생태학적 제안을 함축하고 있다. 〈2년마다〉라는 의미를 지닌 광주비엔날레는 국제 미술전람회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더 많은 국제감상자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도판] 쓰레기봉투 〈2004. 엘아나츄이〉 (작품의 일부) / 참여관객 : 솔모몬 오벵(교육운동가)
테마가 있는 1-5전시실
1. 먼지 : 전시실
현대사회 문화현상에 대한 다시보기와 재해석을 통한 '먼지 한 톨' 의 개념을 구성했다. 마티스나 피카소같은 야수파의 시발점이기도 했던 아프리카의 화가 엘 아나츄이는 산업화되면 신문이나 인쇄소에서 나온 폐알루미늄판을 모아 비정형 쓰레기통을 통해 부패를 상징한다. 작가는 아프리카 토속의 바느질 방식으로 이어 붙인 후 폐지용 쓰레기봉투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설명을 듣지 않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듯 하다.
[도판] 〈작가 : 민쥔〉 참여관객 : 리우데지앙 (작품의 일부)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이후 자유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문화혁명의 체제적 형성에서 제한된 색채와 민중미술을 차용한 색으로 자신을 복제한 인물로 웃음은 조롱과 자괴감을 표현하고 총을 쏘는 배경은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역설적인 작품이라고 얘기한다.
2. '물' 전시실
문화 생태학적 현상계를 비춰내는 스펙트럼 공간이자 '물 한 방울' 의 시각적 공간을 연출했다고 한다. 2전시실에 들어서자 어둠 속 공간에 강의 다리를 지나면, 강에는 숫자가 천천히 또는 빠르게 변화된다. 작품 : 시간의 강, 광주를 위하여에서 숫자 0은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작가(미야지마 타츠오)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변화는 계속되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 : 시간의 강, 광주를 위하여)
안내자를 따라 작은 공간 안에 가방이 매달려 있고 TV브라운관에서는 광주시민의 소망을 담은 메시지를 적는 장면을 보인다. 여기서 가방은 욕망을 가지고 다닌다는 의미라고 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작가는 새로운 시선에서 철학적이기까지 한 흔히 보는 소금물에 아름다움, 순결의 의미를 담은 드레스를 담궈 놓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여성을 통제한 가부장적 사회를 말하고 있다. 3번째 상자의 소금의 결정체는 아름다움과 낡아진 드레스로 이중적인 양상을 갖는다고 얘기한다.
3·4. 먼지 + 물
'먼지' 와 '물' 의 혼성적 결합을 통해 미적 가치 생산과 본질적 질서회복의 공간이다.
이 전시실에서 인상깊었던 환경을 생각하는 미술인의 모임과 참여관객 지율스님은 "광주천의 숨소리"라는 설치작품을 통해 광주천에서 주운 오염물을 오브제로 이용하면서 환경은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라고 얘기하며, 광주천의 모습이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역설한다.
전시장 한 쪽 편에서는 참여관객 "부안 사람들"과 임수경 손을 잡고 최초로 판문점을 걸어온 문규현은 이제 통일 운동가에서 새만금과 부안핵 폐기장 반대운동이 낳은 시대의 예술가이다. 부안 사람들이 시위하면서 신은 신발과, 옷, 부안의 백합조개로 만든 속대 조각이 출구 쪽에 서 있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고 싶다는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4전시설에는 최연소 참여관객 주하현과 금중기 작가는 사람처럼 인형의 눈을 빌려 어린 동물을 만들었다. 작가는 어린 학생과 대상을 협업하고 소통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과 함께 우열의 순서가 아닌 공존의 의미는 하현이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작가는 자연의 이상 상태가 빚어내는 생태계의 파괴와 자원고갈의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라다 회장이 참여관객으로 함께 한 이경호 작가와 뻥튀기를 소재로 '행렬 달빛 소나타' 라는 작품으로 명품가방에 뻥튀기를 담아 팔고 관객은 1000원을 주고 사면서 함께 즐긴다. 대량생산과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가난, 전쟁을 뻥튀기라는 소박한 소재를 통해 작가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밖에도 설치작품(작가 : 안나라티, 참여관객 : 이전용)인 "한반도에 대한 경의"를 통해 하나된 한국을 기원하면서 광주사태 등 각 지역의 일과 관련된 물건을 놓았다. 현재 일본과 독도 문제로 말이 많은 지금 작은 흙 한줌을 독도와 울릉도 중, 어느 지역을 표시했는지 다들 심각하게 물어본다고 안내가가 얘기했다.
제3자인 외국작가는 입장이 난처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용실이 설치작품이라는데서 흥미로웠다. 정은 미용실(SAA현장과 작가들) 관객은 정형화된 갤러리를 벗어나 직접 머리를 깎고, 거울이 아닌 렌즈를 통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상업화되어 가는 경로에서 유행을 창조하는 미용실은 상업 마케팅 속에 상실된 개인성을 살펴본다는데 의미를 둔다.
5. Thd club(5전시실)
4전시실을 본 후 다소 피로해진 눈과 마음을 이 곳에서 함께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다. 이 공간은 먼지와 물이 대립과 혼성의 과정을 거친 뒤 생성을 위해 나아가는 열린 한마당이다.
2004 광주비엔날레는 관객이 함께 꾸미는 전시이다. 농부, 기능공, 학생 등 40여개국 60명의 '참여관객' 이 모여 이루어낸 새롭고 독창적인 문화 행사라고 본다.
2004 광주비엔날레의 감상을 마친 후 내가 본 것을 글로 적어 다른 이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무척 부끄럽고 힘들었지만 그 덕에 전시를 더 자세히 감상 할 수 있었고, 앞으로 단조로운 나의 작업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친다.
원 게재: 2004 광주비엔날레 / 회화지 12호(2004) 33–35쪽 · 원본 PDF 33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