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숙.
작가 한숙의 작업실은 영화거리 골목 안에 위치해 있다. 작가 정하영과 작업실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그녀의 작업실 문 앞에는 언제나 자그마한 화분들이 햇빛을 받고 졸고 있다. 자그마한 것에 배려를 아끼지 않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작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 자그마한 것에 감사하는 그녀의 삶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난다. 그러한 그녀의 애정은 그녀의 작품 안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작가 한숙은 나에게 학교 선배이자 작업의 선배이다. 언제나 그녀의 작업실에 가면 원두커피를 갈아서 손수 내린 맛있는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커피를 담아내는 작고 어여쁜 컵은 그녀가 손으로 빚어 만든 작품이다.
그녀는 평면작업 뿐 아니라 설치작업 그리고 흙으로 예쁜 다기를 만들기도 한다. 평면작업을 하는 틈틈이 작업실 책상에서 자그마한 물레를 돌리며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녀는 오직 작품 안에서만 작업을 하는 작가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작업을 찾는 작가이다.
뜨거웠던 올 여름 작가 한숙은 5년 만에 '오늘 바다에 비가 내린다' 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가 개인전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종종 그녀의 작업실에 들렸었다.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서 땀을 흘리면서 작업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열정적이었다. 더운 날씨에 짧은 민소매를 입고 얼굴에 땀범벅이 되어 작업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작가의 모습은 참 예뻐 보였다.
작가 한숙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작품 속에 꾸밈없이 표현했다.
사춘기 때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나는 FM라디오 듣기를 중단하고 온종일 뉴스와 날씨소식만 나오는 채널을 밤새 듣곤 했다. 흔들림 없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맘에 폭풍이 몰아치던 날 다시 그 시절에 듣던 주파수를 찾기 시작했다. 밤새 머릿속이 윙윙거리도록 들어서 멍한 눈으로 작업실 구석에 앉는다. 감당할 수 없는 햇빛에 쫓겨 커피를 마신다. 정제된 목소리의 아나운서가 날씨를 얘기한다.
"오늘 먼 바다에는 비가 내립니다."
아! 바다에도 비가 내리는 구나.
난생 처음으로 바다에 비가 내리는 걸 사람처럼…
그 짧은 언어는 구원의 말은 깨달음의 언어가 되어 잔잔한 바다가 되었다.
"오늘 바다에 비가 내린다."
- 작가 노트. 한숙 -


작가의 팜플렛을 받아보고 작가의 그림과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가라앉았던 기억의 조각이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팜플렛을 보고 나서 작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다. '언니 작품이랑 글이 마음을 아리게 하네요. 작품 너무 좋아요.'
작가 한숙은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를 이용한 평면작업과 원목 나무판에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본 관람객들이 작가의 감성과 유사한 자신들의 감성을 발견해내어 호평을 받았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의 소통의 경로를 만들어낸 시간이 되어서 작가에게는 작품 활동에 힘을 주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작업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들이 오면 언제나 맛있는 차를 나누고 작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 편한 곳이 되기를 희망한다. 꾸밈없는 작가 한숙의 감성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는 그녀의 작품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 작가 ─────── 한 숙 ────────
- 1997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 개인전
- 1998 1회 개인전 「유년의 기행」 - 전북예술회관, 전주
- 2004 2회 개인전 「그리움을 널어두다」 - 전북예술회관, 전주
- 2005 서툰연극배우로 살아가기」전북아트페어 -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 2010 4회 개인전 「오늘 바다에 비가 내린다」 - 교동아트센터, 전주
원 게재: 작업실탐방 / 회화지 17호(2010) 24–25쪽 · 원본 PDF 24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