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병로 — 백자 달항아리, 그 색채와 형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도예가 이병로
백자 달항아리, 그 색채와 형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이명자 (전북회화회 회원)
달항아리는 원형에 가깝도록 둥글게 말아 올린 모양과 우유 빛 유약이 마치 달을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온화한 백색, 부드러운 곡선, 넉넉하고, 꾸밈없는 형태, 부정형의 정형 등 조선시대 백자의 특징을 담은 달항아리는 풍만하고 당당한 조형미가 일품이다. 기면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유약 고유의 빛깔과 그 형태만으로 멋을 내야 하는데 그 기품에서 느껴지는 단아하고 절제된 미감은 한국인의 민족성과 역사성, 예술성을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본래 달항아리는 무언가를 담는 기능적 실용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그 기능을 뛰어넘어 완전한 형태로서 조형적 형식도 무시되지 않는다. 이 조형적 형식은 色과 形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의 형태는 둥글다는 조형적 특징을 지니면서 완벽한 원의 형태와는 구별되는 부정형의 원이다. 의도적으로 계산된 형태가 아닌 욕심없는 기운이 손을 통해 빚어진 것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달항아리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심상을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형식을 빌려 표현한 매개자라 할 수 있다.

백자 달항아리는 도자기라는 사물의
단순한 모습이 아닌 도자기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의 삶과 그 삶에 자연스레 스며든
철학적 정신을 담은 인간의 숨과도 같다.
항아리를 빚는 것이 아닌 내 삶을 빚는
백자 달항아리 작업을
나는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의도적인 표현이 가질 수 있는 날렵하고도 매끄러운 곡선이 아닌 가식없는 자연스러운 선으로서의 조형적 형식은 절제되고 내재된 미의 최소한의 표현이다.
그래서 백자 달항아리의 작업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껏 품은 내안의 욕심과 기운이 形을 통해 표현되지 않도록 나를 절제하고 누르는 것이 몸에 익지 않으면, 인위적인 조형물의 결과가 주는 지루함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것은 보는 이에게 순간의 화려함에 매료되게 하지만, 오랜 조강지처가 주는 담담함과 편안함에 미치지 못함을 느끼게 한다.
백자 달항아리가 지닌 조형적 형태는 백의 색과 만나 그 예술적 개념이 정절로 승화한다.
「논어 팔일(八佾)」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만든 뒤에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아름다운 자질이 있는 뒤에야 문식(文飾)을 더할 수 있음과 상통하는 의미이다. 또한 조선시대 사대부는 백색을 선호하였는데 철학적 측면에서 보면 사대부들이 추구하는 유학은 성리학의 검소함과 질박함을 모범으로 삼았고 그 모범이 흰색과 잘 조화를 이룬다.
백색은 특징없는 무채색이 아닌, 없되 없음이 아니고, 있되 드러나지 않는 절제되고 품위있는 형식으로서의 표현체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도자기라는 사물의 단순한 모습이 아닌 도자기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의 삶과 그 삶에 자연스레 스며든 철학적 정신을 담은 인간의 숨과도 같다.
항아리를 빚는 것이 아닌 내 삶을 빚는 백자 달항아리 작업을 나는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글 : 이병로)
이병로 선생님은 임실 도화지도예원의 원장으로 현재 홍익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있다.
임실 관촌중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선생님의 학교 방문이 계기가 되어 인연을 맺었다. 그 뒤로 임실의 미인회 선생님들과 도자기에 대한 수업연구로 연구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기회가 늘었다. 도자기에 대한 친절하고 자상한 배려와 가르침이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다.
이번 이병로 달항아리전은 넉넉한 작가의 성품을 닮은 백자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커다란 크기의 달항아리는 상단과 하단의 자기를 만들고, 다시 두 부분을 합쳐서 하나의 항아리를 만든다고 한다. 달항아리의 단아한 아름다움은 조선시대의 서민적이며 실용적 삶과 그 시대의 유교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달항아리의 간결미는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소박한 조선시대 우리민족의 깨끗한 정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달항아리는 물 김치를 담는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조선의 달항아리는 일상의 용기로 만들어졌다. 그 달항아리는 일단 크기에서 주목받는다. 달항아리는 일상의 용기용 대형 그릇 중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놀라운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전세계 도예가들로부터 달항아리는 그 모양의 독창성과 은은하고 도도한 색, 디자인의 근대성으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달항아리는 17세기 중엽에서 18세기 중엽 사이에 만들어 졌고, 쌀이나, 간장, 또는 술등을 담아뒀거나 간혹 꽃병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지며 한국만의 독자적 작품이다."
[출처] 백자 달항아리(Moon Jar)이야기|작성자 mbsyoon
조선 사대부들이 가졌던 청렴하고 밝고 검소하게 살고자했던 정신세계에 대하여 작가 이병로는 그네들의 삶을 되짚어 보면서 달항아리 속에 그들의 정신을 투영하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정신세계를 보다 윤택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이 곱씹어볼 말이다. 작가는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밝은 달항아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밑바탕도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다.
작가는 관촌에 둥지를 틀기 전에는 주로 토기를 작업하였으나, 관촌 신전리가 조선시대에 백자를 생산하는 마을이었기에 그 맥을 잇고자 달항아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반항아리들은 원심력에 의해서 대칭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인데 비하여 달항아리는 다 비대칭인 것이 특징이다. 사방이 비대칭이라서 여러변을 돌려가며 보는 것이 또한 달항아리의 매력이자 감상법이다.
한쪽으로 쏠릴 듯 한데도 같이 어우러져서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같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룬다.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한국사의 모습 같기도 하다. 순탄한 적도 있었지만 어려움 속에서 흘러온 우리의 역사도 달항아리처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역사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작가는 남과 북이 하나되어 만남을 이룰 때 달항아리처럼 어우러지는 모습이 되지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달항아리는 작가가 자신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달처럼 둥글면서 어우러져 달이란 말이 붙여졌다고 한다.
달에게 빌고 기대는 우리의 선인의 정신처럼 달항아리를 집안에 두고 바라보며 단순해지려고 한 우리 민족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신이 배어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비대칭일 수밖에 없는 달항아리는 작가가 정형화하여 만들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비대칭이 이루어진다. 흙의 두께와 바람의 건조 및 불의 소성이 작가의 항아리에 또 다른 형태를 만들어준다. 정확하게 정형으로 만들려고 하여도 이미 만들어온 형태와 선을 의도한대로 만들 수 없다.
정형화하려는 것은 인간의 마음일 수도 있지만, 불에 의한 소성과정에서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 달항아리의 특징이라고 한다.
약간 비어있는 한국인의 미학, 여유 한국인의 정서가 돋보이는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예전 사대부들의 단순하고 검소하며 청결한 것을 추구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오늘날의 여유없음, 복잡함 속에서 달항아리의 단순함에 끌리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외국인 등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달항아리 백자를 사랑하는 것을 보면 복잡함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의 투영이 아닐까 한다.
달항아리의 단순함이 주는 평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

달항아리의 단순함이 주는
평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원 게재: 이천십일년 전북회화 · 작가탐방 / 회화지 18호(2011) 40–43쪽 · 원본 PDF 40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