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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탐방

화가 이종만

안순금(전북회화회 회원)

이종만, 자화상
이종만, 자화상

안순금 (전북회화회 회원)

"예술은 굳이 설명보다 가슴속 감동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믿는다."

선생님의 작업실에 자주 왕래하던 때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림은 하얀 벽에 걸려있는 자화상이었다. 그 자화상을 보면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는 평소의 성품이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좋다. 꾸밈없이 소박하시면서 많은 걸 가지고 계시면서도 드러내 보이지 않으며 과장되거나 거창하게 포장됨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화상이다.

그런 선생님과 4년 반의 시간(한국전통문화 고등학교 재직 시)을 함께 보내면서 참으로 편하고 좋았다. 그저 옆에 계시기만 해도 힘이 되셨던 분. 그 자리에 조용히 계시지만 강력한 끌림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다. 특히나 내가 선생님의 작품에 더욱 더 끌리는 이유는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는 직감과 찰나에서 오는 붓 자국의 강한 힘이다. 한국화에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며 우연의 효과를 성취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직관의 힘을 선생님의 모든 그림에서 느낄 수가 있다. 선생님 그림의 소재는 주변의 작은 것들인데 가까이에서 느끼는 자연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눈빛으로 보며 강력한 생명력을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말라 스러져 가는 들에 핀 꽃이나 한 겨울 연못에 볼품 없이 녹아 있는 연 시리즈의 그림에서도 선생님 특유의 생명력은 강한 붓 자국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 꿈틀거린다.

비둘기, 몇 해 전 작은 스케치의 시작으로, 모아둔 것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관심은 사랑이라는 작은 끈으로 이어졌고, 굳이 그것이 우리가 인식하는 평화, 축복의 상징물을 떠나서라도 내게는 산업화 도시 속에 가장 잘 적응해 나가는 새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우리의 손은 거부하고 보내고 반기며 포옹하는 가장 따뜻한 부분이다. 손은 새를 쉬게 하며 안기며 구원하며 날며 군집하며, 둥지를 트는 무리들로 형상화 하였다. 예술은 굳이 설명보다 가슴속 감동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믿는다.

(2007년 10월 중인리에서 이종만-공유갤러리 개인전 팜플렛 서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그려진 비둘기는 선생님의 작품을 대표하는 소재가 되었지만 비둘기를 통해 삶과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운집해 있는 비둘기를 통해 현대사회의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 신뢰를 전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종만, 비둘기 무리를 그린 작품
이종만, 비둘기 무리를 그린 작품

비둘기를 주로 그리는 이종만 선생님은 평화와 축복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모습을 산업화 도시 속에도 잘 적응하는 강인한 새로 다시 한번 표현한다. 군집한 비둘기와 둥지를 튼 비둘기 등 도시에서 마주치는 비둘기의 여러 모습이 화폭에 펼쳐지며 그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치열한 생존의 모습과 운명적인 생의 욕망을 다소 착잡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이렇듯 작가는 소소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묘한 아름다움 내지는 역동적인 생명력을 느끼며 새삼 살아 있다는 것,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일정한 단위의 붓질들만이 속도, 시간을 달리하면서 평면 위를 긁어나가듯이, 문질러나가듯이 위치해있다. 결국 다채로운 색상들을 머금은 붓놀림이 구체적인 대상을 빌어 그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 자신의 내면, 감동 받은 것을 드러내려는 그런 그림일 것이다. 자연대상에 대한 경의적 시선을 보내고 색채가 화려하며 속도감 나는 붓질과 감정의 과잉들이 감촉된다. 인상주의적 구상화가 더 감정적으로 치우치면 재현적 윤곽이 뭉개지면서 그로부터 색채와 물감의 질료들이 빠져나와 유동하는 그런 상황성을 안기는 것이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이종만, 풀숲과 새를 그린 작품
이종만, 풀숲과 새를 그린 작품
화가 이종만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ljongman1234

선생님의 그림은 주로 자연물인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생명력을 표현하는 작업이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속에 있는 '기운'을 순간적인 붓 터치와 힘찬 필(筆)을 이용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마치 동양화의 대상 속에 숨겨진 정신과 본질적인 특성을 그려내는 전신사조(傳神寫照)와 영혼을 취하는 기운생동(氣韻生動)처럼.

중앙동에 50여 평의 작업실을 갖고 매일 출근하듯이 아침에 오셔서 저녁에 퇴근하신다는 선생님. 남부시장 콩나물 국밥집과 팥칼국숫집을 다니며 시장 사람들의 여러 모습 속에서 삶의 다양한 형태를 들여다보고 퇴직 이후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어 좋으시다는 선생님. 오랫동안 그 자리 그곳에서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남아 나의 지침이 되고 이제 시작하는 젊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며 방금 통화한 선생님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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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작가탐방 / 회화지 18호(2011) 44–47쪽 · 원본 PDF 44쪽 ↗

이 지면의 도판

이종만, 자화상화가 이종만이종만, 자화상
이종만, 비둘기 무리를 그린 작품화가 이종만이종만, 비둘기 무리를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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