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창작센터에서의 하루...
경기창작센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몇 안되는 레지던시로서 그 규모와 환경, 인력 면에서 자랑 할 만한 국제 레지던시이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 산하에 있는 경기창작센터는 안산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2년과 1년 단위의 장기입주자와 해외작가에게 해당되는 3개월 단위의 입주자를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하고 있다. 현재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하고 있는 본인은 올해 3월에 입주하여 숙식이 가능한 작업실과 별도의 작업을 위한 공동 작업실을 제공받고 생활하고 있다. 매서운 바다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이곳에서의 생활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 박성수 (전북회화회 회원)
경기창작센터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위치한 곳으로 원래는 섬이었다가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육로를 통해 이동이 가능해졌다.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의 선감학원이 있었으며 그 터에 다시 경기도립직업전문학교가 건립되었던 것을 리모델링하여 현재의 경기창작센터가 되었다. 2009년에 문을 연 이후 부지면적 54,545㎡에 달하는 곳에 총 7개동의 건물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기반시설을 비롯해 공방, 전시실, 교육공간등을 갖추고 있다.
레지던시는 시각예술, 공연예술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활동을 영위하는 국내외 작가와 관련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입주기간 동안 보다 활발한 창작과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고자 멘토링, 강연, 오픈스튜디오등 다양한 창작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 예술가 선발은 매년 공개모집, 초청, 기관협력, 교류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순수한 창작 활동만을 염두한 작가들은 목공실, 판화실, 미디어실과 같은 전문시설이 갖춰져 보다 폭넓은 작품구상을 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또 경기창작센터는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한편으로 경기도의 학생, 공무원과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교육을 기획하기도 한다.
예술가가 일일 강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생생하고 구체적인 예술 교육을 할 수 있어 때때로 주말에는 교육을 받기위해 온 부근의 학생과 일반인들로 성황을 이루기도 한다.
본인이 처음 입주한 뒤로 가장 생소한 기억은 이른 아침의 기상이었다. 잠을 자고 작업을하는 스튜디오가 해변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며 정남향을 보고 있어 아침이면 어김없이 햇빛이 창넘어로 들어오는데 그 빛이 너무 강렬하여 알람이 없이도 잠이 깨곤 했다. 지금이야 커텐을 달아 괜찮지만 아침 잠이 많은 나에게는 곤욕스러울 정도였다. 그렇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을 깬 뒤로는 가끔 센터에서 멀지않은 곳으로 해변길을 따라 산책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산책을 갈 때 동료 작가와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한번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선생님을 뵙기도 하였다. 김훈선생님은 경기창작센터에 초청작가로서 2011년 입주하셔서 5개월만에 '흑산'을 발표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작업을 시작한지 석 달이 지난 7월에는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이번 개인전 주제는 '소년'이었는데 그 이유는 센터가 있는 이 지역과 관계가 있다. 경기창작센터가 위치한 자리가 예전 선감학원이 있던 자리로 일제 강점기 청소년 감화시설이라는 명분으로 길거리에서 부랑 하는 8~18세 소년 500여 명이 강제 수용되었던 곳이였기 때문이다. 작업을 위해 조사한 바로는 많은 소년들은 구타와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병들어 죽거나 굶주림에 지쳐 영양실조로 죽고, 섬을 탈출했다가 갯벌에 갇혀 죽는등 수많은 소년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이 시설은 해방이 된 이후로도 1970년 말까지 존속 되었다.
이렇듯 아픈 역사속에 소년들을 기리고 위무하고자 작업을 시작하였고 재현하는 방법으로는 여러 매체가 사용되었다. 그 동안 본인의 주된 재료였던 화선지 작업에서는 빛의 투영성을 적극 이용하고자 평면에서 입체로 설치되어 반투명 상태의 존재들이 연한 수묵으로 재현되었다. 입체로 설치되는 과정에는 소년들과 연관되는 상징적인 구조물로서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목재로 만들고 곳곳에 화선지작업을 결부 시켰다. 이 밖에도 텍스트 작업과 영상과 같은 실험적인 작업들을 발표하였다. 이번 전시는 지역의 역사적인 면을 끌어들여 센터내의 목공실과 미디어실과 같은 부대시설을 적극 활용한 비교적 큰 규모의 전시로 본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일년중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열렸다. 오픈스튜디오는 입주작가 전원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창작센터에서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을 외부 미술관계자와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이다. 이 시기동안 말그대로 작가의 스튜디오를 개방하여 누구나 편하게 개인작품을 구경할 수 있으며 부대행사로 전시와 이벤트, 공연들이 3일동안 열리게 된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오십개의 방 오만가지 이야기"라는 주제아래 현재 입주해있는 오십명의 입주작가 작품과 경기창작센터가 자리한 대부도의 지역적 특징이 짙은 지역연계 협업작업을 새롭게 공개되었으며 개별전시 17건, 그룹전시 4건, 축하이벤트 및 상주단체 공연이 8회가 이루어져 조용했던 대부도가 축제분위기속에서 밤낮을 보내게 되었다. 이시기에는 매일 서울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운행되어 작가, 큐레이터, 미술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방문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이 글을 쓰고있는 요즘 어느덧 날씨가 추워져 바닷가의 찬 바람이 스치는 계절이 되었다. 한여름에 이 지역 갯벌에서 잡아온 바지락이 들어간 칼국수와 해풍을 맞은 진한 포도를 먹었던 기억들. 배를 타고 들어간 조그만 섬에서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파도 소리와 보냈던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추억으로 어떤 작품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잊지못할 경기창작센터에서의 하루를 이만 줄인다.
[사진 캡션 (p54)] 한여름에 이 지역 갯벌에서 잡아온 바지락이 들어간 칼국수와 해풍을 맞은 진한 포도를 먹었던 기억들. 배를 타고 들어간 조그만 섬에서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파도 소리와 보냈던 시간들이 나에게 어떤 추억으로 어떤 작품으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잊지못할 경기창작센터에서의 하루~~
원 게재: 레지던시 참여기 / 회화지 21호(2014) 52–55쪽 · 원본 PDF 52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