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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공원예찬

김종박

글 김종박(한국문인협회 회원)

공원은 현대인의 귀중한 안식처이다.

현대의 핵가족에 의해서 추방당한 실버그룹 노인들의 둘도 없는 보금자리이며, 거친 인생항로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여느 나그네들의 휴식처이자 티없이 맑은 동심이 무지개빛으로 수놓아지는 아기자기한 놀이터이다. 즉 그곳은 금세기 첨단과학 문명이 빚어낸 공해에 찌들어져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진 현대인의 평온한 안식처이기도 한 것이다.

공원은 만인의 대화의 광장이다.

귀여운 어린 아이들의 참새 같은 재잘거림이 있고, 한발씩 물러나서 세상을 보는 노인네들의 여유있는 인생 관조의 한담이 흐르기도 한다. 때로는 싱싱한 젊은 연인들이 호젓이 만나 속삭이는 사랑의 달콤한 밀어가, 어쩐일인지 휘엉청 조명등아래 홀로서들 보이지 않는 벗들에게 휴대폰으로 나누는 애정어린 속삭임이, 눈앞의 푸른 공간에 또는 별빛 하늘에 여울지기도 한다. 망국한을 씻었던 순국 선열의 뜨거운 정신이 여전히 스며있는가 하면, 오늘의 조국을 미래지향적이고 폭넓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국격을 고양시키기 위한 뜻있는 사람들의 무게있는 사자후가 열변으로 토해지기도 한다. 즉 현대인의 만견萬見이 자율적으로 조화를 찾아가는 대화의 일당一堂인 것이다.

공원은 웅혼한 하나의 생협화음生協和音이다.

수줍은 듯 감추어진 골짜기에선 맑은 물이 조잘거리며 흐르고, 뭇새들은 아름다운 자기 노랫소리에 취해 목청을 돋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풀벌레는 밤새도록 온갖 재주를 다 부려 환상적인 주악을 연주하는가 하면, 고추잠자리와 나뭇가지와도 상상 그 이상의 듀엣을 이루기도 한다. 그리고 바람이 불 때나 비나 눈이 내리는 때에는 영혼을 흔드는 바람소리 비소리 눈소리를 타고 나무와 나무들도 자신의 손을 들거나 자연스레 흔들면서 춤추는 살랑 소리로 맞장구를 치는 장관을 빚어내기도 한다. 때때로 공원에 들어서면 이러한 코러스가 우리의 귀를 노크하며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순수한 자연에서 빚어지는 협화음은 인위적으로 조작되는 그것보다 우리 현대인의 마음을 한층 더 포근하게 안정된 곳으로 인도하여 침잠시켜 주는 것이다.

공원은 현대인들의 다양한 사색의 전당殿堂이기도 하다.

벤취나 정자에 앉거나 한적한 공지에 서서 조용히 눈을 감고 파아란 하늘아래 무언가 생각에 잠긴 사람들의 조용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올 때가 많다. 그럴 제면 공원이 자연自演하는 코러스에 도취되어 나도 어떤 사람들처럼 눈을 감게 되고 저절로 타임머신을 탄 채 태고를 향한 산책을 나서게 된다. 시계를 장식하는 것은 이끼를 머금은 크고 작은 숱한 태고의 나무들, 나무에 깃을 튼 시조새 그리고 아름드리 태고의 고사리류들, 그지없이 해맑은 산소로 가득찬 태고의 공기, 파아란 원색의 극치인 태고의 하늘, 그 사이를 흐르는 시원한 태고천, 감히 오염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온갖 순수한 태고만이 숨쉬고 있는 신비의 태고시대를 호기심있게 들여다 본다. 말하자면 단군 성조檀君聖祖의 크신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개국이념 아래 우리 민족 고유의 비기인 선도仙道를 통한 높은 정신수련으로 중원 일대를 실력으로 주름잡은 을지문덕·연개소문 등 호탕한 고구려인의 말발굽 소리가 지금도 아스라이 고동쳐 오는가 하면, 심오한 정신세계인 선仙의 대경지에 달하셨던 이율곡 선생이 왜침倭侵 대비책으로 주창하신 10만양병설의 예지가 감지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현대로 내려와서는 소설 『단丹』에서 예언되고 있는 "미국을 거쳐 태평양으로 그리고 우리 나라로 다가오고 있는 희망찬 3천년만의 대국운"이 새삼스러이 조망되면서, 12년 장기독재를 무너뜨린 4·19학생혁명, 동족상잔의 갈등해소의 물꼬를 트는 남북정상회담 실현과 지구촌의 축제인 월드컵축구에서 4강 달성, 오은선의 히말라야 8천미터8좌 세계최초 여성등정과 국제화대흐름에서의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재선, IT시대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세계제패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조만간 노벨문학상 수상자 나오기 등이 선명하게 오버랩된다. 아뿔사! 하늘을 나는 현대의 궁전인 점보기 소리에 사색의 꿈이 불현듯 저지당하다니……. 그러나 이처럼 태고에 대한 사색의 산책을 나섰던 것은 매우 감동적이고 흥미로웠던 것이었으니, 그것은 아마도 현대인의, 아니 배달겨레의 후손으로서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시원적인 고향을 평상시에도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공원은 공사公私를 초월한 영원한 각자覺者이다.

봄에는 꽃을, 여름엔 신록을, 가을엔 단풍을, 겨울에는 하아얀 눈을 변함없이 연출하면서 불안과 모순과 부조리의 잉태·소멸을 반복하는 도회지의 인간 세상과 전통의 전승에 더하여 새로움을 추구하는 지방의 인간 세상 모두를 후덕한 자태로 내려다 보며, 엄숙하면서도 정중한 자세로 각종매체의 침투에 무방비로 번쇄한 두뇌가 돼버린 우리 현대인에게 하늘을 우러러 옷깃을 여미는 청량제 교훈을 주는 영원한 각자의 상을 저만치서 그대로 보여준다. 따라서 공원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는 신성스러움의 발견과 아울러 매일의 자신을 성찰해보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원은 우리 현대인에게 만년건강인의 영상永像이다.

대저 사람이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한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큰 복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리라. 3천년만의 대국운이 오고 있어서인가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선진 국제수준 대열에 합류해서인지, 우리나라도 21세기가 진전되자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즉 바야흐로 건강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원래 단군성조가 개국했던 태고시대에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천연환경에서 자연 그대로의 삶을 지속하였으므로 태고의 우리 조상들은 10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리곤 했다는 사실이 47대에 이르는 단군성조들의 장수연령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현대의 배달겨레 후예들은 지혜로운 안목으로 제대로 받아들여야…….

건강하기 위해선 무어니 해도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원에 와서는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조깅하기, 달리기, 줄넘기, 배드민턴, 공놀이, 자전거타기, 인나인하기, 축구, 농구, 테니스, 시소타기, 운동기구로 몸풀고 단련하기 그리고 나무에 대고 몸 안마하기 등 각자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스스로들 건강을 평상시에도 관리하는 좋은 행동들을 습관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주위의 공원을 벗 삼으면서 말이다. 사사사철 푸르게 자신의 건강상像을 쉬임없이 영원히 보여주는 공원을 현대인들도 부지불식간에 닮아가기 위해서이리라.

공원이 많은 나라는 복 받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많은 공원을 갖는 나라이기를 바래본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공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강한 삶에 다다익선이리라.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근처의 대현산공원을 밤낮으로 자주 가곤한다. 여러 현대인들과 군데군데 붉은 장미울타리와 메타세콰이어로 이어진 1.2 키로미터의 트랙을 꾸준히 돌면서 건강을 챙긴다. 그리곤 그곳에서 현대를 사는 시원하고도 따뜻한 삶의 행복을 느끼곤 한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다 그러 하듯이……. 나아가, 오늘날 건강한 생활을 위해 공원을 찾는 현대인이 매우 증가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이는 건강 100세시대인 호모 헌드레드시대를 맞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공원 잔디밭에서 소풍 중인 가족
공원 잔디밭에서 소풍 중인 가족
공원 풍경 — 첨탑 건물과 숲
공원 풍경 — 첨탑 건물과 숲
공원 풍경 — 호수와 신고전주의 건물
공원 풍경 — 호수와 신고전주의 건물
비눗방울 날리는 공원 나무 풍경 / 나무데크 산책로
비눗방울 날리는 공원 나무 풍경 / 나무데크 산책로
공원에서 기념촬영하는 가족 / 통나무 목마 조형물
공원에서 기념촬영하는 가족 / 통나무 목마 조형물

김종박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문예한국' 수필부문 추천받아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회원·현대수필문학회원, 경기도공무원문학회초대회장(현:고문)을 역임했다. 어느 공무원의 서울이야기1(1998년)의 수필집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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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수필 / 회화지 22호(2015) 20–23쪽 · 원본 PDF 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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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잔디밭에서 소풍 중인 가족공원예찬공원 잔디밭에서 소풍 중인 가족
공원 풍경 — 첨탑 건물과 숲공원예찬공원 풍경 — 첨탑 건물과 숲
공원 풍경 — 호수와 신고전주의 건물공원예찬공원 풍경 — 호수와 신고전주의 건물
비눗방울 날리는 공원 나무 풍경 / 나무데크 산책로공원예찬비눗방울 날리는 공원 나무 풍경 / 나무데크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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