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윤형근 작가와 정재호 작가 전시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윤형근 작가와 정재호 작가 전시를 보고...
글 박보미 (충북대 미술학과 3학년)
11월 20일 '현대동양화기법Ⅵ'의 야외수업으로 서울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4시 수업이라서 전보다 여유롭게 갔다. 별 기대 없이 간 미술관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전시가 많이 모여 있어서 무척 좋았다. 전시 중 기억에 남은 작가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우선 전시회에 가서 제일 처음 본 그림이 윤형근 작가의 작품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크기만 크고 단조로운 그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일반 종이나 캔버스로 그린 것이 아니라 마포라는 천에다 그린 것이었으며, 알고 보니 단순히 먹이나 검정 물감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파란색과 암갈색을 섞어서 색을 만들어낸 유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면 볼수록 참 한국적인 맛이 짙은 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이토록 단순한 그림인데 어떠한 부분에서 한국적임을 느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니 참으로 혼돈스러운 시대를 겪은 인물이었는데, 세 번의 억울한 복역을 통해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인물의 배경을 알게 되니 왜 그림이 이토록 한국적인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한을 그린 작가이었기 때문이다. 한은 우리나라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서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이 되었지 않았나싶다. 또 색채적으로도 참 단순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이 들었는데 단순히 블랙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크게 다가온 것 같다. 색도 아무색이나 섞지 않고 하늘의 색과 땅의 색을 섞음으로써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느낌의 그림으로 그려진 것 같다. 하늘과 땅이라는 키워드와 이 감각적인 색감의 느낌이 곧 수수하고 무심한 우리의 옛 고유 정서를 표현을 한 것 같다고 느꼈다.



여러 작가들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는 좁은 길목 밑층에 거대한 작품을 내려다보았다. 우선 한눈에도 거대한 작업크기에 압도당해 밑으로 홀린 듯이 내려갔다. 곧 벽면을 가득 메울 정도의 커다란 작품을 마주했다. 크기가 너무 커서 사진을 담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상당히 퀄리티가 높고 정교하게 그린 모습이 참 인상이 깊었다. 알고 보니 올해의 작가 중 하나인 정재호 작가의 작품이었으며, 이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이며, 한지 위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재료가 한지라는 건 전시 볼 때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라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들은 개발도상국이었던 옛 시절 옛 도시의 풍경을 나타낸 그림이며, 우주선은 그 시절 불가능했던 꿈인 우주여행이라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 당시 소시민들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초등학교 때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미술대회를 나가고 그랬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우주여행이라는 데 참 많은 환상과 기대감을 품고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이지만 작가는 가난한 소시민들에게 우주여행이라는 불가능한 현실을 꿈꾸게 했던 당시의 사회상과 너무 빠르게 짓고 만들고 부수는 우리의 모습에 염려를 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빠른 발전이 우리에게 무조건 좋을 것인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 두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그려야할까. 앞으로 내 작품의 방향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등의 많은 것들을 말이다.
내가 인상에 깊은 작가 두 명이 동양화 작가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두 작가 모두 시대에 반응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작가는, 혼돈스러운 시대를 겪은 인물이고, 다른 한 작가는 소시민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게 한 시대의 이면을 노래한 작가이다. 두 작가는 본인의 작품들을 통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앞으로 내 작품도 지금 현 시대에 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여러 전시회를 돌아보면서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작가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원 게재: 미대생이 바라본 전시 / 회화지 25호(2018) 37–38쪽 · 원본 PDF 37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