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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젊은 화가들에게

젊은 작가들에게-젊음과 언더그라운드 운동

이건용(군산대학 교수/행위설치미술가)

[사진] 필자 이건용

군산대학 교수/행위설치미술가 이 건 용

젊다는 것은 한계이면서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진 의미이다. 누구나 한때 젊음을 통과한다. 그것은 살아있음으로해서 갖는 특권이며 어쩔수 없는 통과의례이다. 이 통과 의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값을 다 치뤄야하며 치룬 값 만큼 드러나는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음은 눈앞의 성급한 성공이나 드러남 보다는 언더그라운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나는 때가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왔다.

이 언더그라운드의 맛과 법칙을 아는 사람은 어느 경우에도 서두르거나 초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이세상은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20대 중반 이후에서 30대 초까지 장래를 함께할 동역자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작품과 그 활동에 관계된 이론적 텍스트들을 밤을 세워 토론하고 골몰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지름길로 가고 있는 또 다른 동년배 친구들에게는 미련하게 보였다. 그들이야 말로 가장 예술가 답고 가장 천재적인 행각을 보였지만 우리 미련한 언더그라운드 친구들은 거의 일생을 좌우하고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적인 활동에 충실하였다.

그것은 일 이년 사이나 삼년으로 끝나지 않는 끝없는 지적 욕망으로, 한도끝도 없는 탐구의 길을 걸은 것이다. 이때 함께 참여했던 사람 중에는 평론가로서 두사람이 지금도 중요하게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작가로서는 많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우수한 사람들이지만 그 당시 언더그라운드적인 활동을 통해서 가장 중요한 자신들의 기초를 다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참신한 언더그라운드적인 지적 활동을 통해서 상호 협조할수 있고 이끌수 있는 훈련이 되었기에 자신의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폭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어떤 처지에 있던지 동요하지 않고 최선의 방향으로 리더해 나갈수 있는 능력자들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일생을 통해서 기회는 주어진다는 것이 나에게는 50대 초반까지 살아온 나로서의 인생의 법칙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그것은 무조건적으로 기회가 주어진다기 보다는 숨은 노력이 있을때 반드시 기회는 자연스럽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기회를 누가 가장 깊고 길게 누릴수 있는가는 반대급부적으로 그의 숨은 노력과 끝없는 목마른 추구의 숨겨진 부분 만큼의 조건 때문에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는 욕심때문에 공간을 차지하고 그것을 화려하게 꾸미고 위장 할 수는 있어도 어쩔수 없이 시간 속에서는 오래도록 견디기가 힘든것이다. 그 만큼 인생은 시간적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젊음의 언더그라운드적 노력은 남보다 더 빛나는 시간을 획득해나가는 인생의 전략이며 자신 뿐만 아니라 그와 더부러 살아가는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개인전이나 그룹전 형식을 통해서 서로 만나거나 세미나나 워크숍을 통해서 서로간의 지적 교류를 할때가 많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적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의 모임이란 남을 비방하기 일수이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언더그라운드적 모임과 시간은 그것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형식을 통해서 보다는 깊고 자연스럽게 감동과 희망과 끝없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나는 그렇게 많은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지만 내 젊음을 회상하면서 젊은 작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숨긴다는 겸손과 많은 시간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노력하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그럴때만이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풍요로움을 남에게도 줄 수 있다는 것과 시간속에 의미있고 오래도록 자연스럽게 견딜수 있다는 체험적 교훈이다. 이와 같은 체험은 나로서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도 아직도 유효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논조가 너무 평범하지만 더 이상 멋있게 쓸수 없도록 사실인것만은 틀림없다. 전북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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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이 땅의 젊은 화가들에게 / 회화지 3호(1995) 10쪽 · 원본 PDF 1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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