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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광주비엔날레-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철량(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남의 집 잔치에 배앓이를 앓는 것은 졸부들이나 하는 짓이다. 하기야 우리 속담에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매사 남이 잘되는 것을 부러워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려니 싶다. 그렇기로서니 우리가 이웃집 잔치에 배만 웅켜쥔다고 될 일이 아닌 바에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되새기는 기회로 볼 일이다. 또한 큰 마음으로 생각하여 광주비엔날레가 남의 잔치정도로 생각해 버릴 일도 아니다. 역사는 항상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역사"라는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국제 규모의 문화행사는 전주같은 지역이 아주 제격이다. 왜냐하면 전주는 고전이 많은 도시로서 실상 한국의 전통문화의 메카로서 인정할 만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새로운 현대문화가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모습은 생각하기만해도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작은 광주에서 일어났고 광주는 새로운 미술문화의 중심지역으로서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속담은 어쩌면 그렇게도 잘 들어 맞는지 모르겠다. 다름아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그 말을 광주비엔날레는 또 증명해 주었다.

우리네 심성은 너무 고와 3일 굶어도 손님 접대는 번듯하게 하는 백성이다. 빚을 내서라도 잔치는 크게 벌리는 습성이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잘 발휘되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200억이라고도 하고 180억이라고도 하는 큰 돈이 들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해 이렇게 큰 돈을 헤프게 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듣자하니 출품된 작가들의 수준도 이제 신진그룹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이런 수준의 작품을 보아야만 하는지 우울하다.

이웃 일본은 동경국제비엔날레를 3번하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 동경이 돈이 없다는 엄살은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그들은 돈이 없었을까? 아마도 부족한 생각으로는 돈에 상응하는 의미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면에 베니스비엔날레는 80여억이 든다고 전해온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국가관이 독립되어 있고 그 출품방식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전시하는 방식이다. 더욱이 베니스는 그 독특한 관광도시로서의 역할이 비엔날레를 더욱 빛내준다. 베니스는 년중 관광객이 몰려든다. 하루 평균 3~4만명이 뿌리고 가는 관광수입이 비엔날레를 키워간다. 우리처럼 생돈을 들여 잔치를 벌리지 않는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 넣는 관람료 수입은 계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외국 관람객은 쌀밥에 뉘가리기 보다 어려운데 내국인 호주머니 털어봐야 을씨년스럽게 했던것은 몇몇 특별전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특별전에 붙여진 명패에 대한 심도있는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큐레이터의 개인적 그리고 주관적 평가가 전시를 모호하게 하고 말았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큐레이터의 개인적 친분관계로 전시를 꾸며놓아 당혹스럽기 까지한다. 이러한 작가에 의지한 전시태도는 본 전시에서도 뚜렷하다. 예를 들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한국 현대미술의 생성과정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좀더 깊이를 더하자면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는 미국의 현대미술이다. 우리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는 비디오아트는 우리미술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한 광주비엔날레는 과연 무엇을 보기 위한 행사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우리자신을 국제사회에 좀 더 알리기 위한 목표가 있었던가 아니면 외국인들의 작품을 안방에서 보기 위해 불러들인 전시인가하는 점이 궁금하다. 여러번 생각해서 만일 비행기 타고 멀리까지 찾아가서 관람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 중심을 두었다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에는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것이다. 이제 남의 나라에서 하고있는 비엔날레를 흉내내는 모양의 잔치는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속담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광주비엔날레가 처음부터 돈을 헤프게 쓰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데에 경각심을 주는 속담이기도 하고, 어차피 시작된 행사에 더욱 기다려 보자는 경구인것 같기도 하다.

전북은 문화의 고장이다. 광주비엔날레가 또 하나의 교훈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우리 것을 지키고 키워가는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디 미술에서 뿐이겠는가. 이 고장에서 발생한 우리의 전통음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농경문화의 토양속에서 자란 각종 민속과 예기들을 어디에서 볼 수 있는가, 전통 문인화가 발달했던 선조들의 정신을 새롭게 키워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것을 알려주는 국제행사도 벌려야 한다. 광주비엔날레는 그 거울이다.

전북회화

이철량/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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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문화칼럼 / 회화지 3호(1995) 12쪽 · 원본 PDF 1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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