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전주국제영화제
[사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및 관련 사진 — 「개막작으로 선정된 홍상수의 '오 수정'」,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참가한 중국 장위엔 감독.」
장 세 진(영화평론가, 삼례여고 교사)
사실 필자는 98년 가을 전주시청에서 첫 간담회가 열렸을때 전주국제 영화제개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1년전 전주와 무주리조트에서 개최된 대종상 영화제의 참혹한 실패를 목격한데다가 그리 크지도, 넓지도 않은 나라에 이미 부산과 부천국제영화제가 있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필자는 이왕 할려면 포르노 영화제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이내 참석자들로부터 폭소가 터져 나왔지만, 그러나 필자가 웃기기 위해서 포르노 영화제를 제안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는 진지한 발상이었다. 말할 나위없이 기존 영화제와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서였다. 그후로 필자는 진행상황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결국 제1회 전주국제 영화제는 '새로움'과 '다름'이라는 기치를 내건 채 비주류 영화의 페스티벌로 개최되었다. 대안영화, 독립영화, 디지털영화, 애니메이션, 단편영화등 20여개국의 170여편이 4월 28일부터 일주일동안 10개 상영관에서 선을 보인 것.
일단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일반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촌 것'들로선 여간한 행운이 아닐 뿐더러 외지의 마니아들에겐 그 이름값을 한 셈이니까.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당초의 우려를 불식해버릴 만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로 잠재 관객들을 대거 끌어들여서다. 수십편의 영화들이 매진되어 표를 구할수 없었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는데, 폐막후 공식발표된 성적표가 그걸 뒷받침한다. 영화제 조직위 집계에 따르면 총 참여인원은 21만 5천 5백여명, 이 가운데 관람객은 12만명, 총객석 수 12만 9천석중 85% 이상의 티켓판매와 상영작 80% 이상이 매진사태를 빚는 등 누가 뭐라해도 첫 대회 치고는 성공적인 전주시민의 참여 열기였다. 그런데 '새로움'과 '다름'의 기치를 내건 전주국제영화제는 다소 고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변태영화'의 축제였다. 주류에 끼지 못한, 이른바 대안영화, 독립영화등 저예산영화들이 주요 차림표였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시네마스케이프(대안영화), 아시아인디영화포럼(독립영화), N-비전(디지털영화), 한국영화, 애니메이션비엔날레 등 섹션별로 나누어진 상영작 모두를 보는건 애당초 불가능하지만, 변태영화의 극치는 프랑스의 여류감독 카트린 브레이야의 '로망스'가 아닐까 한다.
어쩌다 실수가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내보인 깊은 숲인 여자 음모, 강직도 양호한 남자 성기에다가 오럴섹스, 그리고 여자성기에서 나온 자연산 분비물을 찍어낸 남자의 손과 클로즈업된 자궁속 태아 끄집어내기등 '칼질'에 익숙해진 눈으로는 보기 '끔찍한' 장면들이 그렇다.
'로망스'처럼 매진 빅5에는 끼지 못했지만 일본영화 '히스테릭'(제제 다카히사감독) 역시 만만치 않다. 두 차례 심의보류가 결과적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부추겨 '맥없이' 흥행성공한 '노랑머리'를 일격에 압도하는 트리플섹스가 아찔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매춘, 강간, 동성애, 살인 등이 난마처럼 얽히면서 시종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국영화 '와일드 사이드'(도널드 캐멀감독)나 낚시 바늘로 자궁에 집어 넣고 자해하는 엽기적 장면이 인상적인 '섬'(김기덕감독)등도 '새로움'과 '다름'의 포맷이 아니었으면 보기 힘들었을 변태영화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것이 바로 전주국제영화제의 미덕이라는 사실이다. '섬'을 빼곤 대부분의 영화들이 아직까지도 개봉되지 않았거니와 설령 일반상영되어도 오리지널 버전의 '로망스'나 '히스테릭'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최근 지각개봉된 '아이즈와이드셧'에서 보듯 '한국적 상황'이 엄존하고 있어서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의 의미는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디지털 영화에 대한 물꼬를 텄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영화제가 특별지원한'삼인삼색'(박광수, 김윤태,장위엔 감독)을 비롯한 디지털 영화들과 워크숍 등이 그것이다.
그외에도 우리 지역 영화역사의 발자취를 담은 다큐 '지역영화사'(변영주감독)라든가전주가 5,60년대 영화제작의 메카였음을 웅변한 55년작 '피아골'(이강천감독)등을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컨셉이었다. 바로 그맥을 잇자는 데서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제 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러한 의미와 성공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남겼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미 다른 지면에 발표했던 내용과 가급적 겹치지 않게 문제점을 지적해 보기로 한다.
[사진] 애인에게서 좌절감 느낀 마리의 성편력 〈로망스〉
[사진] 네 남녀가 뒤엉킨 스릴러 〈와일드사이드〉
우선 내용면에서 한국영화 부문에서의 대안영화 찾기 부재를 들수 있다. 글쎄,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새로움'과 '다름'을 충족시켜줄 대안영화, 독립영화등이 태부족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섬'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뺀 '인터뷰', '플란다스의 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은 너무 평범한 영화였다.
운영면에서는 후원티켓 강매가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무려 두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입장권 구입, 빈번한 지정좌석 무시하기, 단 몇마디 주고 받는 감독과의 대화, 좌석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입장권을 대상으로 한 경품권 추첨등이 문제점 이었다. 특히 딱 1명만을 뽑는 기념품 추첨에 대해선 여기저기서 비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융기관으로는 유일한 예매처인 전북은행이 근로자의 날에 휴무해버려 혼란과 불편이 가중된 것도 문제였다. 담당자의 휴일근무대신 다음날 휴무조치를 운영의 묘를 살릴 수는 없었을까?
가장 큰 문제점은 뭐니뭐니해도 학생들의 무제한적 관람이었다. 오리지널 버전으로 상영되는 국제영화제이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했다. 말할 나위없이 '로망스'나 '섬'상영관에서 교복차림의 학생들을 보게 되어 말한 것이다.
이것들은 결코 사소한 문제점이 아니다. 그래서 절반의 성공 전주국제영화제이다.
원 게재: 문화초대석 / 회화지 8호(2000) 22–23쪽 · 원본 PDF 23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