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골 남원
남원은 천년고도 예향으로, 지역적으로 경상도와 전라남-북도를 아우르는 서남권의 유서 깊은 땅이다. 정유재란 남원성 싸움으로 백성과 군사들이 거의 전멸 하다시피한 역사적으로 불굴의 항거 정신이 꿋꿋하게 살아있는 곳이기도 하나, 춘향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그 꿋꿋한 저항정신의 의미가 퇴색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리적, 역사적인 배경으로 말미암아 일찍이 문화예술이 자생되어 동편제 국악의 본향을 이루어서 백성들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립민속국악원과 시립국악원등이 있고, 다른고장에서는 구경도 힘든 각종 국악향연이 년중내내 끊이지 않는 고장이기도 한다.
각설하고....
나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이므로, 이제부터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우리나라 대도시 몇 군데를 제외하고, 어느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그림을 전업으로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남원도 마찬가지...
부모가 내려 주신 재산이 한 오백년 놀고 먹어도 괜찮을 만큼 많아 이곳 저곳 숨겨놓고 그림 그리는 일에만 솔솔하게 쓴다면 모를까 대다수의 그림쟁이들이 쪼끄만 작업실 한칸 마련도 못해 삼-사십대를 주변을 맴돌면서 사람구실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마당인데, 무슨재주로 남원 같은 소도시에서 그림만 그려서 먹고 산단 말인다.
여하튼 지간에 그림그리는 사람이 별반 없기 때문에 특이한 지역 미술의 동향이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미술교사와 어렵게 미술교습을 하면서 사는 뜻있는 쟁이(?)들이 유서깊은 예술의 고장 남원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년중 미술전시 행사가 3-4년에 비해 배가되고 미술협회에 등록하여 활동하는 작가군이 40명이 넘어 섰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정말 그림 그리는 일에 목을 매달고 사는 사람들이 그립고 일상에서 늘 그러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필자로서는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현재 서울 등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위 출향 작가라고 하는 남원 출신들이 상당수 있다.
그중에 몇몇은 공기좋고 경관 좋은 고향땅 남원에 정착하여 작업하며 살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나 예술가, 특히 화가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한 고향땅의 총체적(?) 인식의 부재와 어떻게 해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며 작업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가 - 고향에 정착하는 것을 앙모하다가 - 그만 생각으로만 그쳐 버리고 만다.
허나 어쩔수 없는 현실만을 탓 하면서 지낼 수는 결코 없다.
더 이상의 악화의 상황은 없겠다 싶은 각오로 작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야 한다.
선-후배가 합심하여, 고향을 지키면서 작업하는 작가를 보배롭게 인식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자치단체 행정당국에서도 예술가가 보석같은 존재로 각인 되도록 각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본인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간수하고 주변의 어떠한 정신적 물질적인 압력(?)에도 꿋꿋할 수 있는 정신적인 무장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수도하는 공력으로 제작활동에 심혈을 기울여야 겠다. 그래야 지역 미술이 조금씩, 그 몫을 담당해 내면서 변방의 모든 것들을 밝힐 수 있다고 본다. 고향을 지키면서 묵묵히 그림 그리는 일에 매진하는 지역의 모든 작가들이여 힘내도록 하자.
타 지역의 작가들이여, 남원방문을 언제든 환영합니다.
원 게재: 지역미술의 동향 / 회화지 8호(2000) 24쪽 · 원본 PDF 25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