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
숲
잠자리 날개 무늬로 영글어 가는 숲에서 나는 그 중 나무의 가지가 된다 미풍은 사루비아의 붉은 입술을 열고 단풍나무 아래 다소곳이 고개를 떨군 제비꽃 씨방을 들여보다가 누군가의 깊은 눈동자가 깃들었던, 어딘가에 아직 과즙이 묻어 있을지도 모를 내 몸내음을 맡는다 한 때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던 태양, 멈출 길 없는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영화롭게 빛나던 이파리와 열매들 이제는 밑동으로 돌아가 부스러기가 될 채비를 한다 헤어진다는 것은 언제나 목마름을 동반하는 것 손잡았던 세포와 세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망부석이 되어 간다.
김 시 림
지면 보기 · 원본 1쪽PDF에서 열기 ↗
원 게재: (시·사진) / 회화지 15호(2007) 23쪽 · 원본 PDF 23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