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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회화-전시리뷰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감수성 짙은 담묵의 세계

김상철(월간 미술세계편집주간)

김 서 영 개인전 리뷰 2007.5.17-5.23 (우진문화공간)

김서영, 생명-움직임 / 90.5×72.5cm / 한지에 채색, 은분
김서영, 생명-움직임 / 90.5×72.5cm / 한지에 채색, 은분

주지하듯이 수묵은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는 형식이자 재료이다. 이러한 전통성은 풍부한 조형 경험들을 축적하여 독특한 심미관과 감상체계를 형성하였다. 수묵의 고유한 표현 방식과 정신성의 강조 등은 바로 이를 일컫는 말인 셈이다. 오랜 기간에 걸친 전통의 축적은 다양한 조형적 경험들을 전해주고 있어 풍부한 재해석이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새로운 시도나 실험을 저해하는 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수묵은 이미 완성되어 안정된 하나의 표현 형식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전통 제일주의를 표방하던 시절에야 이러한 전통성은 존중받고 추앙되었지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수용하고 표출함에 있어서 수묵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이나 답습은 오히려 저해되는 점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현란하고 자극적인 현대미술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작가 김서영은 세속적인 연령이나 작업의 연륜에 있어서 바로 이에 속하는 경우라 할 것이다. 작가는 이미 일정한 조형 학습을 바탕으로 수묵을 수용하였으며, 개인의 개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수묵을 이해하려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으로 축적되어진 풍부한 수묵의 조형경험은 일종의 체질화된 감성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과 특질을 표출하고자 하는 경우이다. 그럼으로 작가에게 있어서 수묵은 진부한 전통의 모양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감수성 짙은 효과적인 매재로 이해되고 있다. 그럼으로 작가의 작업은 교조적인 원칙이나 법칙, 혹은 규율 같은 것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만의 개별적이고 일상적이며 체질적인 감수성을 표출해 내는 것이 우선한다.

담묵과 부정형의 선들이 조화를 이루며 구축해내는 화면은 억지스러운 운필이나 강요하는 듯 한 강한 먹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수묵이 지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질인 번지고 스며들며 어우러지는 우연의 심미가 가득하다. 사실 수묵은 인위적인 운용에 앞서 수묵 자체에 대한 일정한 용인과 이해가 전제된다.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우연의 효과 역시 조형의 한 부분으로 수용함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수묵의 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굳이 짙고 강한 먹선으로 사물을 규정하지 않고 분방하게 흐트러진 담묵의 심미를 취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수묵 표현에 있어서의 물성에 반응한 결과라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드러냄과 숨김, 혹은 허와 실이라는 상대적인 내용들의 대비와 조화로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목판으로 찍은 것과 같은 나비의 형상이나 언뜻언뜻 드러나는 꽃의 모양들은 비록 행위의 흔적이자 결과이지만 굳이 형상의 완전성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 일견 흐트러지고 불안전한 모양들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는 작위와 무작위,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고 융합하는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분방함과 비정형의 우연성을 십분 수용하여 특유의 담백하고 감수성 짙은 화면을 구축해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작가가 운용하고 있는 수묵의 방식은 전통적인 수묵관을 원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반드시 추종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작가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금분이나 은분을 더하여 수묵을 다스리고 장식적인 효과를 더하며, 번지고 스며드는 우연의 효과를 통하여 순간적인 감성을 포착해 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전적으로 작가의 개성과 발상이 전제되는 것으로 경직된 수묵의 이해에서 일탈한 경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지는 비정형의 선들은 분명 모필로 이루어지는 운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방하고 자유로운 것이다. 인위적인 통제나 기교적인 운용을 배제한 채 오로지 순간적이고 감각적인 감흥에 따라 이루어지는 선들은 분명 중봉에 의한 유려한 모필의 선 긋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작가가 굳이 이러한 일탈의 내용과 요소들을 통하여 자신의 감성과 개성을 표출하고자 함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수묵을 체질화된 감수성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하여 자신이 속한 시대적 심미를 반영해 내고자 함일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감각에 의한 새로운 조형을 필요로 한다. 전통의 축적 역시 이러한 새로운 요소들의 유입과 반영을 통하여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 보여주고 있는 수묵의 조형세계는 분명 흥미로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전히 적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전통적인 것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본적인 심미의 틀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루어 볼 때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수묵은 작가에 있어서는 하나의 체질화된 조건이자 감성의 근원인 것이라 여겨진다. 현재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체질화된 수묵에 대한 보다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발현하고자하는 개별적인 심미의 특질을 보다 강화하고 심화시키고 구체화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작가의 작업이 일정한 틀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에게는 그만큼의 가능성의 여지와 미답의 새로운 세계가 열려있는 셈이다. 이는 전적으로 작가의 노력과 몰입을 통해 개척되고 발굴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김상철 (월간 미술세계편집주간)

김서영 작품 부분 — 나비와 꽃
김서영 작품 부분 — 나비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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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전북회화-전시리뷰 / 회화지 15호(2007) 24–25쪽 · 원본 PDF 2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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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생명-움직임 / 90.5×72.5cm / 한지에 채색, 은분김서영展김서영, 생명-움직임 / 90.5×72.5cm / 한지에 채색, 은분
김서영 작품 부분 — 나비와 꽃김서영展김서영 작품 부분 — 나비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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