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 서양화가 조영대씨를 찾아서…

조 영 대 (서양화가)
김영애 기자 (전북중앙신문)
'교실 환경미화'는 아담한 소도시에서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은밀한 기념사진과 같다.
서양화가 조영대씨(47).
초등학교 3학년 무렵 그는 방과후 늘 환경정리를 도왔다. 그게 중학교까지 이어졌고, 그림과 무관했던 소년이 화가의 꿈을 키운 것은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왔다.
지금도 그는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마다 어둠처럼 검은 커피 한 잔을 마시듯 그 풍경 속으로 걸어가곤 한다. 완주군 용진면 신지리 용복마을 언덕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
이미 꾀꼬리 울음 멎은 지 오래고 울울창창했던 녹음도 사라졌으나 바람소리, 나무 서걱이는 소리, 물소리는 여전히 향기롭다. 고즈넉한 산하와 마주한 텅 빈 작업실에서 그는 매일처럼 빛 알갱이들과 일대 전쟁을 치른다. 300호 남짓한 북창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따라 빛의 생사를 탐색하고 그 변화를 캔버스에 담는 것이다. 물론 소재는 지천에 널려있는 자연. 이들이 오색찬란한 빛과 만나 이루는 생과 사를 그려낸다.
그런 연유인지 그의 작업실에선 굳이 안과 밖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바깥에 '하늘 매발톱'이 존재의 퇴색함을 드러낼 양이면 안의 캔버스엔 '며느리 밑씻개'가 화폭 가득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볼수록 화가의 가슴이 따로 있음을 실감한다. 색감과 터치는 그냥 나온 게 아닐 것이다. 명료함이란 얇은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것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명료하면서도 평화롭다. '고흐'를 좋아하면서 시작된 빛에 대한 탐구가 뒤받침됐을까. 비판해부가 탁월하고 절약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것도 그 만의 고집이다. 몇 년 사이 그는 주로 국내외 아트페어를 공략했다. 스위스 제네바 아트페어는 물론이고 20일까지 중국 상해 아트페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미술시장이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유명인들의 몫이고, 전업작가로 살자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상해 아트페어에서 정말 공부 많이 했다. 특히 그들의 치열한 열정은 속이 미식거릴 정도였다. 중국 역사가 3천년 아닌가. 뭘 볼까 고민했지만, 막상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 이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의 최근 화두는 '정체성 찾기'. 우리나라 유화 역사가 일천하고 나름대로 인상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나 색에 대한 이해마저 부족한 현실을 타개해보겠다는 희망사항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지금이라도 행위가 아닌 진리처럼 통용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싶다고 고백한다.
"고흐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상파 일부라고 쉽게 말하지만, 좀 다르게 정리하고 싶다. 그는 뉴톤의 원리나 법칙, 색채계를 충분히 이해한 보기 드문 화가다.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색이 미끄러지듯 들어가 있다. 특정 색을 무턱대고 쓴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의 빛 알갱이를 이해하고 구사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그의 터치 속에는 온갖 색이 묻어 있다." 이는 그가 최근 천착해 있는 자연물리적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그 역시 공간에서 일어나는 빛의 반사나 분산, 간섭현상 등을 관찰하고 이를 화폭 속에 담아낸다. 막연하게 빛과 어둠을 생각했던 그가 이젠 어둠 속에서도 다양한 색을 찾아내는 경지까지 이르렀음은 물론이다. 이는 '환경미화' 과정을 거쳐 고등학교 1학년 때 본격 입문한 30여년 만의 성과물. 운동과 놀기를 유난히 좋아하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당황했던 소년이 붙잡았던 그림세계는 그리 멀고도 멀었다.
광주에서 태어난 그가 전북과 인연이 된 것은 원광대 서양화과 진학이 계기였다. 이후 사람들이 온순하다는 이유로 전주에 정착했고, 27년 살다 보니 도리어 고향보다 정겹다고 제2 고향론을 외치곤 한다. 그의 작품세계도 2라운드에 접어든 것인가. 풍경을 주로 그리던 그가 요즘엔 주로 정물이나 꽃을 다룬다. 주변에 널려 있는 고마리, 여뀌, 쑥, 오이풀, 망초 등이 화폭을 가득 채움은 불문가지. 사실 이는 유럽 사람들 입맛에 맞춘 자연스런 변화이기도 하다. "2년째 스위스 아트페어를 다녀왔는데 무척 좋아했다. 그 쪽 사람들과 정서가 맞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들 취향에 맞추게 된다. 또 정물은 연출해놓고 그릴 수 있으니 작업도 용이한 편이다. 군소 아트페어도 초대하는데 여력이 닿지 못해 거절하곤 한다."
풍광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배운다는 이….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 대신 인간의 미약함을 새삼 확인한다는 이…. 오전 8시반 출근해 오후 7시면 어김없이 퇴근도장을 찍는 이…. 용복마을 작업실에서 근무하는 그의 전업작가 인생은 평화롭다 못해 향기롭다.
[주] 지면 세로 발췌문: "용복마을 작업실에서 근무하는 그의 전업작가 인생은 평화롭다 못해 향기롭다."
원 게재: 전북회화-작업실탐방 / 회화지 15호(2007) 36–37쪽 · 원본 PDF 36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