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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찾아서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展

김서영(회원)

전시장에 진열된 인물 조각 작품들 (소마미술관)
전시장에 진열된 인물 조각 작품들 (소마미술관)

김 서 영(회원)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위치한 소마미술관은 개관 3주년을 맞이하여,

2007년 10월 18일부터 2008.1.6까지 박한진, 이건용, 김주호 세 분의 작가를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展이란 주제로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연하며 현장에서 창작의 순간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어렵다고 생각되는 현대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현대미술의 제작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한다.

'행복한 미술관'

'행복한 미술관' 을 모토로 한다는 소마 미술관, 공원 산책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동네 미술관이라고 하기엔 규모와 전시성격이 흥미로웠고 자연속에 미술관이어서 공간의 아름다움마저 느껴졌다.

만물이 익어가는 가을의 향취와 어울리는 노련한 예술의 세계를 선보이는 박한진, 이건용, 김주호 작가는 오랜 동안 작품 활동을 통해 예술혼과 열정으로 쉬지 않고 수십 년간 작품제작을 해온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박한진 선생님은 이천에서, 이건용 선생님은 군산에서, 김주호 선생님은 강화도에서 각각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며,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밑그림과 작업도구들, 작가의 철학적인 자양분이 되어준 많은 책들, 애장품, 취미를 알 수 있는 기호품까지 이 모두 작품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소중한 부분들이었으며, 이들의 작업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건용의 미술세계

작가에게 있어 세계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건용은 학창시절 노장사상, 선사상과 같은 동양철학과 현상학, 분석철학과 같은 서양철학을 접하면서 그의 개념적 작업의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지식은 인생과 사물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인식), 인생과 사물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표현, 전달)라는 고민에 봉착했던 그에게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세계의 구조와 삶의 의미에 대한 논리적 탐구를 시작한다.

이건용의 작업 초기인 70년대의 작업은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에 의거한 철저히 자신의 개념적 논리에 입각하여 다양한 매체를 실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신체항〉, 〈장소의 논리〉와 〈달팽이걸음〉과 같은 로지컬 이벤트, 〈신체드로잉〉 등이 있다. 이 시기 그의 주요 논리는 "작가에게는 신체가 있고 신체에는 사물(세계)에 접근하려는 행위가 있듯이 세계에는 장소라는 것이 있고, 장소는 신체가 세계와 맞닿는 지점으로서 양자가 관계를 맺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 그리고 "세계가 장소와 신체를 통해서 파악될 때 가장 구체적이며 그 이외에는 세계를 개념적 추상과 같은 허구에 의해서 잘못 파악하는 결과가 되든가 그것의 허상(일루젼)을 이해하는 데에 그칠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80년대의 작업에서 신체는 자연물과 같은 오브제로 대체되는데 〈무제〉 연작이 그러하다. 이는 80년대 철저한 비판 금지와 사상 통제 속에서 작가가 나설 곳이 사라진 이유도 있겠고, 한국적 개념미술의 특징으로서 '자연' 과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인 이유도 있겠다. 그 시기에 이건용은 창작활동에 있어서의 의식적 단절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예술을 개념적 논리만으로 묶어두는데 현실적 한계를 느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논리적 개념으로 완결됨을 추구하는 작업 대신 80년대 후반부터는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포괄하는 주제들을 예술적 소통과 소멸에 대한 고찰을 통해 풀어나가는 작업을 계속하게 된다.

〈물로부터〉, 〈독 속의 문화〉, 〈망각의 물〉, 〈예술의 소멸〉과 같은 작업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여느 개념미술가들처럼 작업 초기에는 회화에 대해 회의적 사고에 젖어 있던 그는 이 과정에서 회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시각예술의 영원한 장르인 회화 또한 작가의 신체 행위와 세상이 만나 형성되는 것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회화의 오랜 역사와 효용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

90년대를 넘어오면서 이건용은 그동안의 작업들을 바탕으로 입체, 드로잉, 이벤트를 다양하게 혼용하여 설치, 퍼포먼스로 확장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화 작품을 통해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소통하고자 한다. 때론 '신체항', '로지컬 이벤트', '신체드로잉', '독 속의 문화' 와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기도 한다.

이때, 이건용이란 인물의 신체(또는 이를 대체한 오브제)가 동일한 매개물로 사용되지만 새로운 상황과 환경(장소)에 의해 새로운 결과가 창출된다. 그의 작업이 오랜 세월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매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과 예술의 관계항 中.....

정 나 영 (SOMA 큐레이터)

전시실 벽면에 걸린 대형 회화 작품들과 바닥에 놓인 나무 상자 설치 (이건용)
전시실 벽면에 걸린 대형 회화 작품들과 바닥에 놓인 나무 상자 설치 (이건용)
재연된 작가의 작업실 내부 — 작업도구와 소품들
재연된 작가의 작업실 내부 — 작업도구와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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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미술관을 찾아서 / 회화지 15호(2007) 52–53쪽 · 원본 PDF 5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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