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를 품에 안은 시카고

인천공항에서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경유하여 미국의 미네아폴리스까지 13시간의 비행, 미네아폴리스에서 목적지까지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1시간 30분가량 주행을 하는 동안 고속도로 양 옆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옥수수 밭, 정말 장관이었다. 농장 뒤로 보이는 숲들은 말 그대로 밀림지대였고 고속도로는 영화에서나 본, 끝이 없이 직선도로로 이어져 조금은 지루한 느낌, 그래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가끔씩은 있다고 한다.
❀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과 자판기2~3대 정도만 있고 피크닉을 즐길 수 있게 잔디밭에 벤치 탁자시설이 잘되어 있어 간간히 싸 가지고온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차량들은 과속하지 않고 규정 속도로 일정하게 거의 추월하는 차량도 없이 잔잔히 물 흘러가듯 달리는 풍경들이 여유 있어 보이며 워낙 대지가 넓다보니 물류이동은 대형차량들로 이루어지고 기차로 물류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끝과 끝이 없이 어림잡아 적어도 100칸은 넘어보였다.
조그마하고 조용한 인상을 주는 도시 오클레어, 난 여기서 며칠을 묵는 동안 따로 피서를 즐길 필요가 없었다. 어디를 가나 잔디밭과 울창한 숲, 도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은 녹색지대, 아침에 조깅을 하다보면 집집마다 스프링클러가 잔디를 흠뻑 적시고 새벽부터 먹이를 찾아 나선 사슴, 토끼 등이 나타나 눈을 마주쳐도 도망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제자리에 서서 서로를 지켜보며 눈인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곳의 날씨는 햇볕이 무척 따가웠지만 습도가 없어 그늘 밑에만 있으면 맑고 시원한 느낌은 정말 머리를 맑게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은 비만인 이 너무 많아 관절환자가 많고 더위를 참기가 힘든 모양인지 마트를 가보면 입구에 수십 대의 전동휠체어가 준비되어 있고 실내공기는 추울 정도로 매우 싸늘했다. (참고로 마트규모는 우리지역의 대형할인마트의 4.5배정도) 또한 거리 어디를 가나 종종 눈에 띄는 낯선 표지판이 있었다. 그것은 이지역이

야생 사슴이 많아 가끔씩 도로로 뛰어나와 사고의 위험이 있어 사슴주의 표지판이었다. 내가 머문 지인의 집 앞마당에 사과나무가 있는데 사슴이 먹이 감을 찾아 종종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나곤 하였는데 그 모습이 정말 정겹고 아름다워 보였다. 몸보신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이곳은 지형적으로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호수를 이룬 곳이 수없이 많았다. 쉬페리어호나 시카고를 끼고 있는 미시간호는 미국의 5대호의 호수로서 우리나라 면적보다 크다고 한다. 바다로 보일뿐이다. 지형조건이 그러다 보니 보트나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역이 워낙 넓다 보니 고속도로를 가다보면 보트나 캠핑카를 달고 달리는 차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오클레어에서 6시간동안 차를 몰아 찾은 시카고, 미국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권이었고 다운타운 거리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길거리를 수놓았고 건축물 하나하나가 견고한 예술적 기반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으로 정말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뗄 수가 없는 도시였다.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건물이지만 불과 몇 년 안 된 것처럼 보이며 송신탑을 포함하여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시어스타워, 110층으로 무려 높이가 442m, 103층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카고 전경은 각자 나름대로 독특하게 위상을 뽐내고 있는 건물들과 앞으로 펼쳐지는 미시간호와 정박해 있는 수백 척의 요트들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존 헨콕 센터는 100층의 건물로 96층의 여자화장실에서 보는 전망이 가장 좋다고 했는데 가보지는 못하고 94층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밖을 보니 구름이 건물을 휘감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들이 펼쳐지곤 하였다. 일명 옥수수 빌딩이라고 불리는 건물은 1~20층까지는 주차장이며 위로는 아파트와 사무실 등이 있다. 언젠가 책에서 본 건물이라 낯설지가 않고 아하 이 건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시카고 강을 끼고 있어 더욱 아름다워 보였으며 시카고 시내를 통과하는 시카고 강은 우리나라 한강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유람선들을 타고 즐기는 여행객들이 많이 있었으며 중간 중간에 철로 다리가 있어 다리가 열리는 것도 볼 수 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미시간호에서 범선을 타고 시카고 야경을 투어 했는데 우리나라에서처럼 현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았다. 즉 길거리의 간판이나 네온사인이 없기 때문에 건물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카고는 종합예술의 근거지로 볼 수 있을 만큼 나를 사로잡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마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고 상상력이 풍부한 건축양식, 시카고 건물들은 벽면장식이 독특해서 벽 구성이 매우 재미있는데 시카고 트리분(신문사)건물은 세계 각국에서 들여온 돌조각들이 박혀있는데 안타깝게도 동양의 여러 나라의 돌들은 볼 수 있었으나 우리나라 돌은 없었다. 피카소가 시카고시에 기증한 거대한 추상 조각품, 미로의 조형물, 샤갈의 사계를 상징하는 거대한 타일 모자이크 작품은 나의 발길을 한참을 머물게 하였다. 뒤뷔페의 조형물도 볼 수가 있었다. 헨리 무어와 콜더의 작품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정도면 미술에 조금은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구미가 당기는 볼거리가 아닌가. 이렇듯 예술작품들을 언제나 생활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이곳 사람들이 부러웠다. 요즘 TV를 보면 가끔 모회사의 제품, TV CF를 볼 수가 있는데 그 배경이 시카고 공원에 있는 조형물이 배경이 되고 있어 새삼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게 한다. 밀레니엄 파크 거리는 매우 좁고 혼잡하여 주차할 공간이 없는데 도로 지하로 5000대정도의 주차 공간이 있고 주차요원대신 주차요금은 셀프 판매기를 이용하였다. 지상으로 올라와 앞의 내용처럼 몇 시간씩 걸어 다니면서 위와 같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 이젠 시카고 미술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기로 하자. 시카고 미술관은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수공예품등 다양한 소장품들이 전시되어있는 세계적인 아트뮤지엄으로 미로처럼 수많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나라별로 전시되어있는 방이 있는데 우리 나라 방은 대부분이 고려청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국내외 적으로 명성을 지닌 예술가들의 작품을 근대·현대를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19C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마네, 모네, 드가, 르노와르, 고흐, 고갱, 세잔, 더불어 밀레의 그림과 브랑쿠쉬의 브론즈, 자코메티의 조소작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난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라는 작품 앞에서 전율을 느꼈다. 환상적인 색채로 점묘를 이용한 기법은 내가 교육현장에서 수없이 학생들에게 가르쳤지만 도판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나를 매료시켰다.
추상화의 거장, 몬드리안, 칸딘스키, 잭슨 폴록 등 여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며 매우 만족할만한 점은 후레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진촬영을 할 수가 있었다. 난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자료로 쓰기 위하여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내 맘을 알까 의심스러웠지만…
미술관 내부가 워낙 넓다보니 틈틈이 쉴 수 있도록 전시 공간 내에 의자나 실내에 음식점, 상품판매점은 다양한 물건들이 관람자들의 주머니를 비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쯤 더 묵으면서 자세히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내가 돌아오는 항공편이 다음날이라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다시 6시간의 차를 타고 오클레어에 새벽에 도착하여 몇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짐을 꾸리고 다시 2시간의 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 12시간정도를 비좁은 비행기 안에서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났는데 다행히도 항공사의 배려로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하여 오는 내내 융숭한 대접을 받고 오면서 지난 2월에 다녀온 태국의 아유타야와 캄보디아의 앙코르 왓트가 뇌리를 스치며 한나라는 역사는 짧으나 무에서 유를 창조, 세계의 제일의 국가가 되고 또 다른 나라는 조상이 물려준 유산만 안고 관광수입만 바라고보고 있는 조금은 안타까운 나라, 그러나 온갖 수난에 시달려도 한반도의 작은 나라는 당차게 일어나 발전하는 모습이 우리의 국민성을 말해 주고 있지만 좀 더 큰 세계를 보고 많은 것을 깨닫기를 염원해 본다.
원 게재: 전북회화-나의여행기 / 회화지 15호(2007) 68–71쪽 · 원본 PDF 6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