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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여행기

꿈에 그리던 여행 — 2012년 2월 터키여행을 다녀와서

이진숙(전북회화회 회원)

파묵칼레
파묵칼레

표제면 발췌 (72쪽)

여행기간 내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이 보내 준 내 남편, 모든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집에 내려오는 버스 속에서 다음에는 또 어디로 여행을 갈까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마음이 들뜨고 행복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본문

'엄마, 아빠랑 터키 여행 어떠세요' 터키라는 말에 철없이 흥분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항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비행기에 올라 타 11시간도 잠깐인 듯 , 식사 두 번, 간식, 때때로 음료수 몇 잔, 화장실에 두어 번 다녀오니 어느덧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마음이 급하다. 신비의도시, 콘스탄티노풀의 모습이 보고 싶다.

역사가 500년이나 되는, '그랜드바자르' 재래시장에 들렀다. 15세기부터 동 · 서 문화가 모이던 곳으로 4,400여개의 크고 작은 점포가 들어있다. 중 · 근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이란다. 가는 곳 마다 '대~한민국' 을 소리 높여 외친다. 그리고 '형제의 나라' 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녹두로 만든 약간 짠맛이 나는 스프와 '난' 비슷한 빵과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볶은밥과 구운고기, 그리고 과일 등이 나오는 비교적 풍성한 저녁식사로 터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터키는 지리적으로 에게해, 지중해, 흑해, 마드마라해를 모두 접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를 절묘하게 담고 있는,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선명하게 공존하는 신비한 나라이다. 97%는 아시아, 3%는 유럽인 나라. 그러나 EU에 가입하려고 무진 노력을 하고 축구도 유럽리그에 남고 싶어 하는 나라다.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나라답게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척 많다. 덕분에 나는 심한 멀미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스탄불에서 트로이유적지로 향했다. 기대가 컸다. 트로이목마.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에게게 이것이 트로이 목마야?' 일행들이 일제히 실망을 토해냈다. 트로이 목마를 세우기 위해 공모한 결과 초등학생의 작품이 선정 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세워졌단다. 세계3대 썰렁 유적지 중 하나란다. 믿거나 말거나.

목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트로이 유적지는 절말 대단했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기원전 3,000년부터 로마시대까지 무려9번이나 켜켜이 세워져 쌓인 세계유일의 도시란다. 호메로스가 쓴 '오딧세이 일리아드' 라는 서사시로 만 알고 있던 이곳이 많은 유적이 남아 있진 않지만 한곳에 3,300년간 9개의 왕조가 변영과 멸망을 거듭했다니.....

복원된 곳도 있으나 아직도 군대군대 돌덩이들이 나뒹구는 모습이 안타깝다.

다음 일정을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가 가는 내내 에게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지난여름 스페인 남부 네르하 해변이 생각났다.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곧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에게해에서 본 일몰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새벽4시 call, 5시 아침식사, 6시 출발, 악마와 같은 일정이다. 터키는 워낙 큰 나라여서 이동거리가 꽤 멀다. 성지순례객이 꼭 거친다는 에페스에 가기 위해서다. '에페스'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이름이기도 하다. 수 천년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있는 고대도시이다. 로마보다 더 로마답고 그리스보다 더 그리스다운 곳으로 수많은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에페스 유적지 거리를 거닐면서 '히드리아누스신전' , '원형대극장' , '셀수스 도서관' , 특히 이 도서관은 발견당시 장서 1만2,000여권이 보관되어 있었고 습기를 막기 위해 벽이 이중으로 만들어 졌단다. 오데이온 , 언덕의 한 면을 깎아 지른 듯이 놓여 있는 이곳도 1,400명가량 수용 가능한 음악당이다. 그 당시 각종 공연이나 귀족들의 회의가 열렸으나 계단의 좌석에 쓰였던 대리석들은 후에 다른 건물을 짓는 자재로 쓰여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단다. 또 그 당시 귀족들이 사용했다는 목욕탕과 공중화장실 등 많은 공중시설이 있는 것이 그 당시 문화를 짐작할 수 있었다. 터키의 과거역사 유적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많은 시대를 거치면서 이룩된 문명들이 땅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태어나 수많은 문화유산 덕에 세계인들이 저절로 찾아오는 곳이니.....

터키여행에서 가장 신기하고 신비스러운 곳이 '파묵칼래' 라는 곳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스키장인 줄 알았다. 높은 언덕에 하얀 눈이 쌓여 있어 마치 '대관령스키장' 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가까이 보니 곳곳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바로 석회봉과 노천온천이다. 발을 무겁게 감고 있던 신발을 벗고 족욕을 했다. 마치 눈밭 속에 온천이 있는 것 같은 곳에서.....땀이 살짝 나면서 피로가 풀린다. 숙소에 들러 짐을 풀고 시내에 나가 유명한 양고기 갈비와 에페스 맥주 한잔하고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

오늘은 버스를 무려 5시간을 타는 날이다. 바닷 속에 잠겨버린 슬픈 도시 '케코바' 를 보기위해서.....찬란한 비잔틴문명을 자랑하던 이 도시는 지진 때문에 물에 잠겨 버렸다. 배를 타고 가면서 배 바닥으로 보이는 물에 잠긴 마을 보니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스럽다.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어 있는 안탈리아라는 도시에 왔다. 이곳은 지중해가 펼쳐져있어 여름휴양지로 유명한 곳인데 여름에는 인구가 220만명이었다가 겨울에는 40만으로 줄어드는 곳이란다. 지중해연안에 있는 공원에서 '쫀득쫀득 아이스크림이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인다. 터키인 아이스크림장수가 하는 소리다. 참 재미있다 우리도 그 쫀득쫀득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먹으며 즐겁게 산책을 했다. 이곳에는 에페스 유적지에서 보았던 '하드리아누스 '신전의 문이 있는데 로마시대 만들어진 문으로 옛 그리스마을과 로마마을을 구분 지었던 문이란다. 식사 후 지중해 바닷가를 산책하고 오는 길에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었다.

안탈리아에서 버스로 4시간을 가는 동안 끝없이 평야 지대가 펼쳐진다. 가도 가도 끝이없는 평야가 때로는 눈까지도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콘야' 라는 대평원을 지나 다시 버스로 3시간여를 달려 사랑스럽고 신기한 땅 '카파도키아' 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나톨리아 고원의 중앙에 펼쳐진 기암지대로 버섯모양의 기이한 기암절벽과 그 안에 있는 엄청난 규모의 프레스코벽화, '카이막흐르 지하도시' 등을 볼 수 있었다. 수억 년 전의 화산분화 후 오랜 세월의 침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상상을 초월하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특히 '괴레메 야외박물관' 은 4세기부터 그리스도교 수사들이 암굴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동굴 안에 프레스코화를 남겼다. 이 지역에는 30개 이상의 암굴교회와 벽화가 유명하다. 그리고 '카이막흐르 지하도시' 는 기원 전 400년에 쓰여진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인데 그리스도 교인들이 종교적 탄압을 피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양치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곳은 어지러운 미로가 있고 지상으로 통하는 몇 개의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지상에서는 전혀 알아볼 수가 없게 만들어 졌다. 예배당, 학교, 침실, 주방등 대규모 공동생활 흔적을 볼 수 있다. 숙소에 짐을 푼 후 터키도 와인이 유명하다는 말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호기심으로 와인바에 들려 양고기와 white wine으로 피로를 풀었다. 정말 좋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가장기대를 했던 열기구투어를 위해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를 무릅쓰고 열기구 타는 곳으로 향했다. 많은 걱정이 앞선다. 높이 올라가서 멀미하면 어떡해, 열기구가 추락하진 않을까 등 등...... 높이 올라갈수록 눈앞에 그리고 발밑에 파노라마처럼 전개되는 경치에 탄성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1시간여의 비행이 끝나고 무사히 지상에 착륙하자 모두 모여 삼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했다.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터키 사람들만 마신다는 특이한 커피를 마셨다. 커피분말과 설탕을 함께 갈아 특수주전자에 끓인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잔을 받침위에 엎어놓아 잠시 후 커피가 흘러 생긴 흔적으로 운수를 읽는다는 관습이 있단다. 특이한 커피가 매력적이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하여 멋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저녁 식사 후 일행 중 한분인 멋진 노신사와 우리내외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근처 PUB에 갔다. 담배연기와 사람들로 가득해서 시끌벅적한 곳에서 맥주와 안주를 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터키인이 친절하게 도와주어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뜻하지 않은 친절을 받아보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다음 날 우리는 이스탄불을 가는 도중 '한국공원' 이라는 곳에 들렀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국과 함께 가장 먼저 참전하여 전사한 터키군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으로 전사자의 이름이 터키어와 한국어로 새겨져있다. 거의가 20대 초반, 간혹 30대도 있다. 지금도 비행기로 무려 11시간이나 걸려 도착하는 머나먼 곳에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전장에 서슴없이 참전해 전사한 이들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무려 6시간이나 이동하여 이스탄불로 향했다. 3%인 유럽 땅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을 다리로 연결하여 아시아와 유럽이 하나가 된 곳 이스탄불.

드디어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야소피아' 에 갔다. 가기 전부터 소피아라는 말에 흥분이 된다. 터키여행에서 다른 곳은 모두 제쳐두고 소피아사원에만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곳에 내가 직접가게 되다니........ 비잔틴시대 건축물중 가장 우월하고 이스탄불의 상징이며 그리스 정교의 총 본산으로 군림하다가 이슬람사원으로 바뀌는등 여러종교에 이용되었으며 오늘날 터키를 대표하는 건물이 되었다. 모자이크장식이 된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 이슬람고유의 문양,등 내 욕심 같으면 하루 종일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깊이깊이 새기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히포드럼' 광장으로 향했다. 로마시대 전차경주가 펼쳐졌던 곳이다. 광장에는 3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가장 남쪽에 있는 것은 이집트의 '카르나크신전' 에서 로마황제에 의해 운반되어 온 것으로 '테오도시우스1세의 오벨리스크' 로 불린다. 한 가운데 있는 기둥은 콘스탄티누스1세때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로신전' 에 세워졌던 것을 가져온 청동제 뱀기둥이다. 가장 안쪽의 돌을 쌓아 올린 오벨리스크는 콘스탄티누스7세가 만든 것이다. 이곳이 그 당시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이스탄불 야경 관광에 나서 다시 한번 소피아사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스탄불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탁심광장' 을 걸어 이슬람의 전통이 아직도 살아있는 이곳 터키도 젊음의 물결은 거부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라는 것을 느끼고 '피에르 로띠 언덕' 에 올랐다. 어느 곳을 가나 남녀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시대가 변하여도 듣는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언덕도 프랑스 남자 '피에르 로띠' 가 사랑한 터키여인과 올라와 사랑을 나누었었다는 곳으로 무슬림여인을 사랑한 남자의 애절한 사연을 간직한 장소란다. 그 마음 아픈 사랑을 생각하며 보스포러스해협을 바라보고 마신 한 잔의 홍차가 오래오래 생각난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시작 되었다.

배를 타고 보스포러스해협을 유람했다. '소가 건너는 얕은 땅' 이라는 뜻의 이 해협은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생각을 하게 만든다.

서양인들이 '블루모스크' 라 부른다는 '술탄아흐멧사원' 등을 관광하고 점심 식사 후 자유 시간을 이용하여 주변에 있는 가게에 갔다. 서툴고 귀여운 한국말을 쓰는 가게주인과 흥정을 벌여 가며 터키식 커피 끓이는 주전자와 어느 곳을 가나 내가 꼭 사는 에스프레소커피잔, 그리고 터키인들이 매일 서너잔 씩 마신다는 차이(홍차)잔을 샀다. 집에 돌아가 장식장에 진열 해놓고 보면서 그 찻잔에 차와 커피를 마실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톱카프궁전' 에 들렸다. 오스만왕조 지배자의 궁전으로 400년간의 영화를 보여 주는 곳이다. 궁전 구경보단 보석관에 마음이 간다. 커다란 에머랄드가 박힌 황금단검.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평범한 내 눈에는 그냥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일 뿐이다.

10여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꿈에 그리던 여행을 행복하게 끝내고 느긋한 마음으로 비행을 즐겼다. 기내에서 먹는 비빔밥, 해산물요리, 간단한 음료들, 이런 것들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눈을 감으니 눈밭 같았던 '파묵칼레', 난생처음 타 본 '카파도키아' 의 열기구, 너무 어이없어했던 '트로이목마' ,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카이막흐르지하도시' , 내 눈을 호사시켰던 '톱카프궁전의 보석관' , 그간에 먹었던 에페스 맥주. 와인등, 그러나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소피아사원' 의 모습들이 영화를 보는 듯 스쳐 지나간다.

엄마, 아빠에게 이런 호사를 시켜 준 나의 딸.

여행기간 내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 준 내 남편, 모든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집에 내려오는 버스 속에서 다음에는 또 어디로 여행을 갈까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마음이 들뜨고 행복했다.

건강하게 다음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

수록 도판

파묵칼레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열기구
카파도키아 열기구
소피아사원 야경
소피아사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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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나의여행기 / 회화지 19호(2012) 72–77쪽 · 원본 PDF 72쪽 ↗

이 지면의 도판

파묵칼레(터키 여행기 표제면)-파묵칼레(터키 여행기 표제면)
가파도키아 열기구-가파도키아 열기구
소피아사원 야경-소피아사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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