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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실체 그리고 허상 — 이효문 초대전

일시 : 2017. 12. 28~2018. 1. 20 장소 : gallery 누벨백

이번 작업은 크게, 보여지는 형상과 선(線)적으로 표현된 투조형식의 비어있는 공간작업으로 구성된다. 석고로 제작된 인물상은 형체가 있는 실체라 가정해보고, 비정형의 육면체 공간을 만들어 이어붙여진 형상과 몇 개의 실선으로 만들어진 사람외형상처럼 표현된 작품은 그 비어있음으로 인해 허상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보여주고자 하는바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외형의 모습이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실체는 그 이면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존재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비어있는 공간을 선으로 구성한 작업은 허상이라는 상징적 표현으로서, 가시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마음으로 혹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실체적 존재(공간)일 것 이라는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석고인물상은 남성적으로 표현하긴 했지만 남성성을 보여주고자 함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름다움이라는 선입견을 내포한 여성을 표현하기도 좀 그러했다. 다만 보기에 괜찮은 몸매와 근육이 적당히 발달된 성숙한 중성적 인물상으로서(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기에 그럴듯한 표준형의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호감을 갖게 되며 실체라 여겨지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오히려 허상일 수 있다는... 그 반면 빈 공간을 내포한 선으로 표현된 인물상은 껍데기나 허물과 같은 허상적 표현이라 여겨지지만 그 안에 나를 담아보기도 하고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고나 할까...!!

2017. 12 이효문


***【평론】

실체와 허상에 관한 존재론적 물음

그동안 일관된 매재 즉 목재를 이용한 인물상이나 추상 조각에 천착해 왔던 조각가 이효문의 근작들은 대부분 석고와 동(銅)으로 만들어진 인물상으로 구성되었다. 작업의 패턴은 석고를 집적한 입상과 동(銅)을 두드리고 용접한 투조형식의 선형으로 이루어진 입상으로 나뉜다. 이에 석고로 제작된 인물상은 형체가 있는 '실체'라 가정하고 작은 육면체 모형을 만들어 이어붙이거나 몇 개의 실선으로 구현된 인물상은 비어 있는 공간으로서의 '허상'을 표상한다고 전제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의 화두는 실체와 허상, 유와 무, 질료와 형상 개념의 진지한 철학적 사색을 기조로 한다. 작가의 실체와 허상에 관한 성찰은 인물의 외적인 형태를 넘어 내적 본질에 관한 사유적 모델로 치환된다. 작업에 있어서도 매끈하게 잘 다듬어지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심미성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투박하면서도 거친 재료의 물성을 살리고 그 주변을 감도는 공간, 틈새, 여백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는 외형으로 보여지거나 매스로 인한 형태감이전에 윤곽 내부에서의 공간의 울림을 비중 있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에 덩어리로서의 조각상이 아닌 잉여공간을 내포한 투조형식 혹은 석고와 금속의 물성에서 우러나오는 마티에르의 흔적에 눈길을 두고 있다. 불온한 시대 현대인의 우울한 자화상인가. 어두운 조명 하에 우두커니 서있는 블루우 톤으로 컬러링한 작품을 중심으로 배치된 인물상들은 고전조각에서 엿볼 수 있는 계산된 인체비례와 7등신이나 8등신으로 체화된 쾌적한 심미적 모델로서의 인물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비율도 엉성하고 콘트라포스토도 어색한 그의 인물상들은 인체 조각의 아카데믹한 조형미와는 거리가 먼 비정형성을 특징으로 한다. 실체와 허상이라는 화두와 작품의 조형성을 염두해 본다면 근작들을 통해서 작가는 실존적 존재로서의 자아성찰을 맥락으로 하여 현대인의 자기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하는 존재론적 성찰의 여정을 표명하고자 하는 듯 하다. 얼핏 눈으로 보여 지는 외형의 모습을 실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실체란 존재이면에 감추어진 허상 즉 무로서의 은폐된 존재일거라는 자각. 이는 서구 고전미학에서 회자되었던 고민 즉 실체란 물질적 존재로서의 질료 그 자체인가 아니면 비가시적 실재로서의 형상(이념)인가 아니면 양자의 조합인지에 대한 논란과도 연관된다. 일찍이 미학적 사색의 기원을 소급해 보면 예술이란 비가시적 실재 즉 관념적 실재로서의 이데아로부터 멀어진 저급한 가상으로서의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폄하되었다. 이를테면 눈에 보이는 질료적 형태는 구체화된 환영(illusion)으로서 실체의 외피에 불과한 반면 그 이미지의 궁극적 근원으로서의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 형상으로 규정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논지는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의 기저를 이루는 사유하는 주체적 자아개념이 분열을 맞게 된 근자에 들어 실체와 허상, 본질과 모사의 이분법적 구분이 해체되고 오히려 오리지널리티의 부재증명으로서의 예술의 위상을 검토하는 현시대적 문맥에서도 그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한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조각가 이효문의 근작에 있어 공간, 무는 단순한 부재가 아닌 부재증명을 통한 근원성의 발현으로서의 의미는 물론 전통철학적 관점에서의 비가시적 실체 개념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는 조각에서의 매스와 공간 개념을 활용하여 존재와 비존재, 형상과 질료개념의 교차관계를 통해 참된 존재의 존재, 진정한 실존적 자기 정체성에 관한 물음을 탐색해 가는 예술가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시연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

2017. 12 - 미학박사 손청문 -


이 효 문 (Lee, Hyo-Moon)

  • 現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전주조각회, 지붕회, 전북조각회, 전남조각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전시장 전경 — 선재 인물 입상, 석고 인물상, 투조 인물상, 반구형 투조 설치작 (갤러리 누벨백)
전시장 전경 — 선재 인물 입상, 석고 인물상, 투조 인물상, 반구형 투조 설치작 (갤러리 누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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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전시리뷰 / 회화지 24호(2017) 27–28쪽 · 원본 PDF 25쪽 ↗

이 지면의 도판

전시장 전경 — 선재 인물 입상, 석고 인물상, 투조 인물상, 반구형 투조 설치작 (갤러리 누벨백)이효문 초대전전시장 전경 — 선재 인물 입상, 석고 인물상, 투조 인물상, 반구형 투조 설치작 (갤러리 누벨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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