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특집】 역대 기고문 발췌 (인쇄 31쪽 안내문)
1990년 전북회화회가 창립되고 1993년 제1회 전북회화회지가 발행되었습니다. 그동안 40회가 넘는 전시가 기획되고 24권의 회화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전북회화회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기고해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뜻으로 역대 기고문을 다시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 그림속에 그 민족의 혼이 담겨야 - (1997년 제5호)
글 박민평
미술 인구가 중앙 집중에서 각 지역에까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공모전, 그룹전, 개인전, 화랑기획전, 대학졸업전, 해외교류전 등 많은 전시회가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미술의 앞날에 무척 고무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바꾸어 말하면 오천년의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십여년전 한국미술 오천년전이라는 명칭으로 해외 각국을 순회하면서 우리의 문화재를 공개한 일이 있었다. 호기찬 눈으로 우리를 재인식 하고 동양문화에 큰 관심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바로 자기들과 다른 체취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오천년 역사에서 우리 현대회화의 현주소를 찾아보면 우리그림을 동양화라고 불리울 때 화가들은 중국의 화첩 등을 의지하며 답습해 왔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조선시대 때부터 배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순수한 한국화라 칭하게 된 것은 우리 한국화의 원조라 불리우는 정선, 단원 등이 우리나라의 풍경, 풍속 등 우리 환경과 정서에 맞는 그림을 그렸으므로 '한국화' 라는 이름으로 새싹이 텄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서양화라고 하는 수채화나 유화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삼십육년간 지배하고 통치할 당시 서양화를 우리나라에 건네주는 교량이 되었고 우리나라 화가 고희동씨가 일본에 유학 서양의 인상주의 화풍을 도입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약 백년전이니 그 시점이 우리나라 서양화의 첫 걸음인 셈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짧은 우리 회화의 역사에도 반만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갖는 우리민족의 정기와 감성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 회화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의 대열에서 우리의 국적을 뚜렷하게 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우리 민족의 사상과 얼이 한국적 감성으로 흠뻑 담겨야 세계속에서 그 빛을 발산한다는 말이 아닐까? 그림에는 그 민족의 혼과 체취가 감성과 모양과 색깔로 믹스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여되면 국적없는 그림으로 영원한 미아가 될 것이다.
어느 미술 월간지에 미술평론가 오세권씨가 모 작가에 대해 쓴 논평을 읽고 이에 공감하며 그의 얘기를 서두만 요약해 본다. 「예술의 변화는 사회 변화에 발걸음을 같이 한다. 여기에는 '시대성' 이란 확고한 명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곧 예술이란 그 시대에 나타나는 시대성을 예술적 시각으로 표출하여야 한다. 그러기에 예술품은 그 시대의 얼굴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술 문화에 있어서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성을 바탕으로 하는 조형적 측면, 미학적 측면,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여야 하는데 그 시대가 무엇을 원하였는가? 하는 관점에서 미술문화의 주류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미술품의 감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술품이 제작된 그 시대의 사회의 시대성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표현하여 나타내었는가 하는 점을 중요시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여야 하는 것이다. 시대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작가는 자신의 감성과 재주에만 빠져 그 시대 사회 인식과는 전혀 다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가령 20세기 후반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왕조시대에나 나타내어야 할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에게 있어서는 시대변화와 현실감각이 뛰어나야 하겠으며 그 시대변화에 따른 생각의 전환은 중요한 것이다. 기존의 고답적인 생각에만 파묻혀 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조형 실험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 오늘날 작가들이 지녀야 할 작가정신인 것이다. 결국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가? 이 시대 사람들은 어떠한 의식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을 항상 연구하여야 하는 것이 작가의 마음 가짐인 것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어느 한계점에 머무르지 말고 주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조형실험을 통해 우리회화를 발전시켜야 하며 감성은 유행처럼 변화되는 게 아니고 그 시대의 환경과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정리해 보자면 구상적이든 비구상적이든 실험적 표현은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 있으며 그런 부단한 노력에서 작가로서의 기틀을 탄탄하게 하고 민족사관적 주체의식이 뚜렷한 한국적 체온이 감도는 작품으로 승화시켜야 국제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우리의 기상은 드높여질 것이다. 끝으로 우리 전북지역 젊은 화가들이 향토적이고 한국적인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길 기대한다. ■
원 게재: 【특집】 역대 기고문 발췌 / 회화지 24호(2017) 32–33쪽 · 원본 PDF 30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