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치현씨를 찾아서...
화가 김치현 선생님을 가까이서 뵙고 작업실을 한번 씩 구경(아마 문 앞을 들어설 때부터 정중히 노크를 하고 쭈뼛거리며 들어가야 할 정도로 선생님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았으니 이 '구경'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듯하다) 하며 전시장이 아닌 곳에서 작품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작년 전통고에 재직하면서 부터이다. 그 당시 선생님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활짝 웃으며 내 이름을 가지고 놀리시던 모습에서 편안한 이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올 봄 퇴직하고 한 번도 뵙지 못하다가 스페인 학생들이 학교에 방문했을 때 건강한 모습의 선생님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 정~말 퇴직하기 참 잘하셨어요." 라는 말에 "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한 가지가 퇴직한 것이야 " 라며 답하신다. 정말 그랬다.
선생님의 작업실에 들렀을 때 여기저기 쌓여있는 그림이며, 정리되지 않은 물감들과 이젤 위에 놓여있는 그림을 보며, 아 이분은 진즉 퇴직하셔서 그림을 그리며 살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건강도 물론 좋아지셨지만 "오늘 오전에 그린 그림이야" 라며 캔버스 위에 펼쳐진 그림을 보여주시고 한지를 오려 붙였다는 설명을 해 주시는 모습에서 선생님이 얼마나 열심히 작업에 정진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지금 선생님께서는 '예치과' 에서 초대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은 그동안 주로 고향의 정취가 담긴 서정적인 그림들을 파스텔톤의 색을 사용하여 그려 왔다. 미술평론가 김선태씨는 선생님의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화가 김치현의 이전 작업은 고향의 정취가 풍겨 나오는 향토적 서정성을 담아낸 것들이다. 뭉게뭉게 아롱져 피어나는 구름 마냥 산천의 모든 풍경을 부드러운 색채로 수놓았다. 색채의 연금술사와도 같은 파스텔 색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작품은 인상주의 화풍이 표현주의 화풍으로 번안되어 작가만의 독자적인 조형성을 담과 있었다. 마침내 파스텔 색조는 강한 원색과 더불어 흡사 몇 가지의 색실로 무늬를 수놓은 타피스트리 느낌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맑고 담백하고 청명한 아름다움을 간직하여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2004.2 .미술평론가. 예원예술대 교수. 김선태)


그러나 최근 선생님의 그림에서는 민화적 요소를 가진 내용이 나오는데 십장생의 소나무, 구름, 학, 산, 달, 해 등에서부터 물고기, 호랑이, 국화 등 소재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해 오시던 작업 위에 전통과 민족이라는 내용을 더 하고 한지와 닥(종이의 원료)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창조를 거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때로 한지를 섬세하게 오리고, 다시 그것을 캔버스에 붙여서 색과 어우러지게 하여 형식적인 면 뿐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도 한국적인 정감을 갖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한국성과 전통성에 대한 추구는 한지를 접목한 고서적 낙장과 전통문양 십장생 등 갖가지 문양으로 색지를 칼로 정교하게 오려내어 작품에 콜라주한 것으로 구체화 되었다. 또한 그것은 결과적으로 회화와 한지공예의 접목을 시도하기에 이르렀...... 작가는 바로 그 출구를 한국성에서 발견하고자 한 것이며, 그 해답은 전통한지와 민화적 특성으로 한국성과 전통성에 대한 추구는 한지를 접목한 고서적낙장과 한자문양 십장생 등 갖가지 문양으로 구체화된다.......그것은 바로 자신의 관점과 현대라는 시점을 통해 전통을 재해석하여 자신의 조형언어를 실험하고 점검하여, 그만의 조형언어를 재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2004.2 .미술평론가. 예원예술대 교수. 김선태)
나는 오랜만에 뵙는 선생님의 환한 웃음이 참 좋았다. 작품에 대해 설명 할 때 즐겁고 신나 보이는 모습에서 선생님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창조를 거듭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전시기간 동안에도 쉬지 않고 작업을 하고 계시는 모습은 나에게 앞으로 긴 시간동안 지침서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며 짧은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원 게재: 작가탐방 / 회화지 16호(2008) 46–47쪽 · 원본 PDF 46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