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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회화-작업실탐방

흙과 함께 사는 도예가 이명복 씨를 찾아서…

엄 기 석(회원, 한국화가)

엄 기 석(회원, 한국화가)

단풍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맑은 수채화 같은 가을의 끝자락에 산외 초입에 있는 도예작가 이명복 선생님의 작업실 '도꼼'을 찾았습니다. 휴일인데도 부지런한 작가답게 열심히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작업실 가득히 채워져 있는 여러 모양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의 내면의 세계가 궁금해 졌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의 성형기법은 물레를 통하여 기를 빚어낼 때 한쪽 손가락은 기의 바깥면에, 그리고 또 한쪽 손가락은 기의 내면에 밀착시키고 기의 기저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데 두 손가락을 기의 양면에 강하게 접촉시킴으로써 오목면과 볼록면이 연속적으로 굴곡진 소용돌이형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우선적으로 점토가 본래 지니고 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맛을 최대한 발산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성형기법을 통해 생성된 형상은 기의 상하가 균일한 원기둥형을 기본형으로 하고 여기에 나사못이나 소용돌이처럼 위나 아래로 나아가면서 한쪽이 좁아지는 삼각형을 부착시킴으로써 작품의 주체에 어울리는 다양한 형태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건조하기 전에 작가가 원하는 대로 기를 짓눌러 형태의 변형을 가져왔으며, 일반적으로 물레 성형된 기가 지니고 있는 굽이 없다는 점이 그의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형태적인 특징이라 하겠다. 그의 이러한 성형방식은 극히 이례적이고 독창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대개 물레성형의 경우 거의 건조되었을 때 굽을 깎으면서 기의 표면도 판판하게 다듬어 버리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예가 이명복은 우선 이러한 통상적인 관례를 깬 성형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에 그의 독창성이 엿보인다고 하겠다.

그의 도예작품들의 형태미를 관조함에 있어 시유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왜냐하면 그의 도예작품들은 독특한 형태들이 빚어내는 조형미를 강조하고 또 거기에 자신의 동심세계와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내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 도예의 특징이 형태의 강조와 담백한 유약처리라는 점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유약으로는 흰색으로 발색되는 활석매트, 녹색으로 발색되는 녹유, 녹슨 철의 발색을 가져오는 산화철, 그리고 황토색으로 발색되는 소금유가 주종을 이룬다. 또한 대부분 여러가지 유약들을 혼합하여 시유했지만, 두꺼운 기면층을 유발시키는 유약은 가능한 억제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시유상의 특징은 스프레이 시유를 기본으로 하였으되 유약을 기의 전면에 골고루 뿌리지 않고 어느 정해진 방향에서만 시유함으로써 의외로 기의 표면에 먼지가 끼어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고 오목한 면과 볼록한 면이 한층 대조를 이루게 함으로써 작품의 전체적인 입체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병길(철학박사,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보면 형태상으로는 고대의 기둥과 또는 촛대의 형상이 주종을 이룬다. 가능한한 흙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특징을 그대로 살리려는 의도의 산물이다. 이러한 형상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정성스레 쌓아 올린 돌탑을 연상하게 한다. 염원을 가지고 한 개 한 개 쌓아 올린 돌탑들, 아마 기도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작가 이명복은 흙을 만지며 소성하면서 자연과 하나 되고, 우주의 원리와 일치되는 심정으로 이러한 형상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작업실 '도꼼'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의연하게 서있다. 가을하늘과 단풍잎, 그리고 촛대를 닮은 그의 작품들은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유 있는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품 앞에서 사람들은 염원을 기약했던 돌탑처럼, 또는 자신의 몸을 태워 주위를 밝게 비치는 촛대처럼 동일시를 경험하고 있다. 그가 만든 물상들은 평범한 흙에서 다시 탑이 되고 촛대가 되어 그리고 주변의 산과 나무와 냇가의 물소리와 하나 되어 자연으로 우주로 회귀 되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항상 따뜻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듯 동심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물상과 내가 하나 되어 또 다른 영역으로 안내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복, 수양버들 / 600×900mm
이명복, 수양버들 / 600×900mm

그의 최근 작품은 분청이 대부분이다.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섬세하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형상과 문양들이다. 흙에 대한 이명복 작가의 느낌은 다음과 같은 그의 작업노트에서 읽을 수 있다. '나의 감정과 마음까지도 부드럽고 관대하게 하는 점토는 다른 재료가 가지지 못한 갖가지 방법과 느낌으로 나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작품에 대한 열망과 진심을 찾기위한 갈망에서 감정을 돌출하게 하며 행복과 기쁨을 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흙을 만지며 지내온 세월이 적지 않은 이명복 선생의 모습의 진정성은 그가 만든 작품들에 또는 생활자기에 투영되어 있다. 흙과의 인연이 운명임을 아는 작가이지만 그는 늘 겸손하다. '내 손에 만들어져 나와 시선이 마주치기를 기다리는 작품들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내가 참 못났다. 그냥 미안한 생각이 자꾸든다' 겸손한 그의 심성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심성이 그로 하여금 흙과 하나 되고 자연과 합일되어 다시 원초적 우주의 질서로 돌아가게 하는지 모른다. 소박하고 욕심없이 백자를 만들었던 조선의 도공처럼 순수한 심성이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흙과 하나 되어 살아온 그의 족적에 박수를 보내며 그가 만든 작품들이 우리의 생활속에서 살아 숨쉬는 여유로운 작품들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명복, 기둥 형태의 도자 2점
이명복, 기둥 형태의 도자 2점

약력

Lee Myung Bok

· 1988 전주대학교 예체능대학 산업미술학과 졸업 · 1992 원광대학교 대학원 응용미술학과 졸업(도예전공) · 개인전 5회 · 공모전 8회 · 단체전 다수 · 현) 한국공예가회, 천잠공예가회,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전국 무등미술대전 추천작가 평생교육원 강사 / 도꼼 도예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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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전북회화-작업실탐방 / 회화지 16호(2008) 48–51쪽 · 원본 PDF 48쪽 ↗

이 지면의 도판

이명복, 수양버들 / 600×900mm도예가 이명복 씨를 찾아서이명복, 수양버들 / 600×900mm
이명복, 기둥 형태의 도자 2점도예가 이명복 씨를 찾아서이명복, 기둥 형태의 도자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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