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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여행기

딸을 둔 덕에 비행기를 타다

이 진 숙(회원)

새벽 3시 30분 호텔방이 밝아 온다. 커텐을 열고 보니 바다위에 해가 막 뜨기 시작한 것이다.

호텔방에서 일출을 본 것이다. 이번 여행이 즐거울 것이라는 암시라도 해주는 듯하다. 기분이 상쾌하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듯하다. 일본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밝았다.

전날 밤 잠을 설쳤다. 새벽1시 30분에 일어나서 이것저것 살피고 또 살피고 공항버스를 탔다. 새벽이라서 별 어려움 없이 공항에 도착하여 일행을 만나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처음 하는 여행도 아닌데 매번 가슴이 설레는 것은 내가 철이 덜난 탓일까?

산치토세공항에 도착하여 지문날인을 했다. 기분이 정말 묘했다. 아니 기분이 무척 상했다. 그러나 그 나라관례라는데……

'러브레터'란 일본 영화를 너무너무 감명 깊게 본 적이 있다. 바로 그곳 오타루에 도착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도 아닌데 몹시 흥분이 된다. 시로이코이비토란 과자를 만드는 공장에 들렀다. 흰우유와 하얀 초코렛을 섞어 만든 과자인데 맛이 기가 막혔다. 오르골전시장에 들러 한껏 눈요기를 하고 기타이치가라스공방거리를 걸으면서 우리의 인사동을 생각했다.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어 마음이 아픈 곳 인사동, 그러나 이곳 공방거리는 이곳의 특산품인 유리제품이 넘치게 전시가 되고 관광객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도 마침 아버지의 날을 맞아 선물준비에 한창이었다. 나도 이곳 공방거리에서 유리로 만든 아주 아름다운 수저받침을 샀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하면서 그곳 특산품을 하나씩 사 모으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과거에 불행했던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을 자세한 안내문과 아울러 공방과 전시장으로 이용하며 지금의 풍요로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타루운하는 지금은 전혀 이용가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슬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서, 또 관광객들을 위해서 여전히 보존하고 있었다. 한가하게 운하를 따라 걷는 것도 여행자의 멋진 추억이 되었다.

멋있는 일출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아침식사를 위해 호텔식당에 들렸다. 마침 장애우 서너 명이 호텔에 들어오는 중이었다. 많은 호텔 직원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나가 휠체어를 밀어서 식당으로 안내를 하고 또 음식을 이것저것 가져다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은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과 아울러 우리의 형편이 생각나서 기분이 씁쓸했다.

이곳 오타루는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란다. 그래서 음식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점심으로 호타테(가리비)를 주재료로한 정식요리를 먹었다. 맛 기행답게 가는 곳곳마다 일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 나와서 배와 눈이 무척 즐겁고 풍요로웠었다. 이렇게 행복한 마음도 잠시 니시아마분화구 전망대를 구경할 때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2000년 3월31일에 우수산 분화로 인해 생겨난 화구군인데 그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있다.

첫날의 숙소는 현대식호텔이었는데 둘쨋 날은 일본 전통을 맛볼 수 있는 다다미방이 있는 호텔이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투숙객들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다닐 수 있어서 또 다른 재미를 맛 볼 수 있었다. 노보리멧츠 시대촌이라는 우리나라의 민속촌에 해당되는 곳을 구경하였다. 에도시대를 재현한 거리와 그 시대의 상징인 닌자와 게이샤를 주재로 한 공연을 관람했다. 물론 재미도 있었지만 닌자들의 삶을 생각하니 가련한 마음마저 들었다.

동경, 오사까, 나고야, 후꾸오까, 삿뽀로 이렇게 일본에는 5대도시가 있다는데 그중 삿뽀로가 있는 북해도는 일본 속의 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구문물이 일찍부터 들어와서 특히 삿뽀로는 도시 전체가 계획도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행의 마지막을 삿뽀로에서 보내게 되었다. 일본 본토사람들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란다. 도로가 바둑판 모양으로 아주 정갈하게 정돈이 되어있고 오오도리공원이라는 삿뽀로 중심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공원이 있어서 많이 부러웠다. 곳곳에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있고 분수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삿뽀로가 자랑하는 TV탑은 에펠탑을 본뜬듯했다. 나는 여행 중에도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아침마다 그곳 거리를 산책하는 일인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오오도리 공원을 산책했다. 세계장수 국가답게 많은 노인들이 나와서 체조를 하는데 각자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의 지시에 따라 음악에 맞추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물론 노인이기에 격렬한 운동은 아니지만…… 학교 다닐 때 아침마다 했던 국민체조가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북해도에서 많이 나온다는 해물요리 특히 게 요리를 실컷 먹을 수 있었고 그 유명하다는 삿뽀로 라면을 먹어보았다. 그리고 삿뽀로 맥주공장의 청결한 분위기와 맥주 맛은 일품이었다. 미식가인 아빠를 위해서 하나밖에 없는 딸네미가 마련한 이번 북해도 맛 기행, 딸이 있었기에 누린 호사였다. 힐튼오타루에서 맞이한 해맞이, 오타루거리에서 맛 본 아이스크림, 명수정에서 했던 온천욕, 등등 지금도 어제 일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여행의 끝은 언제나 아쉬운 것, 그러나 아직은 젊기에 내일이 있다는 생각으로 다음의 여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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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나의여행기 / 회화지 16호(2008) 60–63쪽 · 원본 PDF 6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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