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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다단가마를 통한 그을음과 먹의 시각화

고은지(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과정)

먹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고구려 지역에 위치한 동수묘(冬壽墓)에 쓰여진 묵서명(墨書銘)과 고구려의 승려화가 담징(曇徵)이 영양왕 12년에 제묵법을 일본에 전했다 『일본서기(日本書紀)』는¹⁾ 기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작된 먹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매개체이며 서예와 한국화의 대표되는 재료이다. 화학물질이 첨가되지 않은 먹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화가의 정신 가치에도 중요한 역할이라 판단된다. 자연현상에서 발생하는 그을음의 형태를 관찰하고, 아교의 대체물질을 자연물에서 선정하여 먹의 철학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기법을 만들어 내어 그을음과 먹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소나무 그을음을 갖풀, 황촉규, 송진과 배합하여 시각화할 수 있는 요소들을 실험하여 표현방법을 다양화하고자 한다. 그을음을 채취할 수 있는 시설로 옹기로 된 가마를 고안하였으며 이를 '옹기다단가마'라 하였다. 이를 통해 '송진먹'과 그을음을 채취할 수 있다. 그을음은 소나무에 한정해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을음을 갖풀, 황촉규와 배합하여 반죽 및 건조과정을 통해 '갖풀먹', '황촉규먹'을 제조하였다.

[사진/도판] 도 1 옹기다단가마

첫 번째, 옹기다단가마는 '옹기를 다단으로 연결하여 그을음을 채취할 수 있는 가마'라는 뜻이며, 소나무를 태워서 발생하는 연기를 통해 그을음을 추출하는 장치이다(도 1). 옹기다단가마의 전체 구성은 아궁이에 다단으로 연결된 옹기이다.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고 옹기 안에 연기를 가둬서 그을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이다. 옹기를 하나씩 분리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하여 연소 위치에 따라 맺힌 그을음의 색과 형태의 변화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소나무 그을음은 소나무에 불을 지필 때 연기와 함께 섞여 나오는 부유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먹 유물인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보물 제1880호 단산오옥(丹山烏玉)' 이나 일본의 쇼소원(正倉院)에 보존되어있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양가'(楊家)와 '무가'(武家) 먹 또한 소나무 그을음으로 제작되었다. 먹은 주로 기름을 태운 유연과 소나무를 태운 송연으로 제작되어왔으며, 유연에 비해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는 소나무 그을음을 제조하여 연구하고자 하였다. 아궁이에서부터 연결된 옹기에서는 고드름처럼 맺혀 있으면서 가벼운 그을음을 채취할 수 있으며(도 2)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옹기에서는 송진과 그을음이 섞여 오랫동안 마르지 않는 진득한 그을음인 송진먹을 얻을 수 있다(도 3).

[사진/도판] 도 2 고드름 형태의 그을음

[사진/도판] 도 3 송진먹

세 번째, 갖풀먹은 먹방에서 갖풀²⁾과 그을음을 배합하는 과정에서 건조되지 않은 먹물과 건조된 먹을 통칭한다. 어숙권(魚叔權)의 『고사촬요(攷事撮要)』의 먹 제조방법을 참고하였으며, 먹을 제조하는 숙련기술자 한상묵 장인을 만나 먹을 제조하는 과정에 대해 채록을 바탕으로 갖풀먹을 제조하였다. 갖풀과 그을음은 1:0.4의 비율로 갖풀먹을 제조한다. 그을음에 갖풀을 배합하여 반죽한다. 본 연구자가 제조한 그을음과 갖풀을 사용하여 어숙권의 고사촬요에 쓰여 있는 먹을 제조하는 비율로 6시간 동안 먹방에서 반죽하여 3개월 동안 건조하면 수묵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농담 조절이나 번지는 효과를 재현할 수 있다. 그 외에 두 가지 표현방법을 실험하여 시각화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하나, 번짐이 없고 요철이 있는 질감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다(도 4). 갖풀을 중탕할 때 물을 갖풀이 잠길 정도만 사용하여 갖풀의 농도를 높이고 그을음을 섞어 3분 동안 치대는데 중간에 반죽하면서 사용하던 일체의 물은 활용하지 않는다. 둘, 위의 실험보다 갖풀의 양을 늘려 10분간 반죽한 뒤 물을 섞어 붓으로 한지 위에 두껍게 올려 말린다. 12시간 이상 지나면 갖풀먹이 건조되어 갈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물을 많이 배합하면 번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도 5).

[사진/도판] 도 4 〈해맥〉 확대한 사진, 140×950cm, 실상한지에 갖풀먹, 2016

[사진/도판] 도 5 〈해바람 2〉 확대한 사진, 140×140cm, 실상한지에 갖풀먹, 2016

네 번째, 황촉규먹은 황촉규 뿌리를 으깨어 낸 즙과 그을음을 배합한 것을 통칭한다. 갖풀에 비해 접착력은 약하지만 늘어나는 성질은 강해서 갖풀의 대체물질로 선정하여 실험하였다. 황촉규 뿌리를 물에 하루 동안 불린 후 찧은 다음 소량의 물을 섞어 고운 천을 이용하여 즙을 짜고 불순물을 없앤다.

갖풀먹과 동일하게 첫 번째 옹기와 두 번째 옹기에서 채취되는 그을음을 사용하였으며 6시간 동안 반죽하고 찧는 과정을 거쳤다. 반죽 비율은 그을음 100g에 황촉규 뿌리 즙 300g인 1:3이다. 반죽 과정을 거친 후에는 번지는 범위가 넓어지고 색이 선명해진다. 따라서 황촉규먹을 벼루에 갈아 번짐을 이용하고 싶다면 반죽 과정을 거쳐서 건조하고, 콩테처럼 사용하고 싶다면 반죽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배합 후 건조한다.

건조된 황촉규먹은 벼루나 물이라는 용매가 없이도 표현에 쓰일 수 있다. 먹을 물 없이 한지에 그으면 갖풀먹은 종이가 찢어질 듯한 강한 힘을 한 곳에 주어야만 선으로 표현되나 황촉규먹은 닿는 면적 그대로 선명한 선이 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친 표현과 물을 이용하여 번지는 표현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붓을 이용하는 먹물로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표현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도 6).

[사진/도판] 도 6 황촉규먹 표현

[사진/도판] 도 7 송진닥먹 표현

다섯 번째, 송진먹은 본 연구자가 고안한 옹기다단가마의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끝부분에서 생성되는 먹이며, 소나무 그을음과 송진이 섞여서 옹기에 붙어 있는 것을 채취하여 사용하는 것을 통칭한다. 송진먹을 이용한 표현방법은 평평한 나무판이나 흙손을 사용하여 밀어내서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자국을 남기면서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며 두께를 얇게 하여 칠하면 황촉규먹의 거친 표현이 가능하며 접착력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선을 표현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송진먹을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양을 한 번에 한지 위에 올리게 되면 건조된 후 박락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겹의 한지를 철 솔로 긁어 닥섬유를 일으킨 다음 송진과 결합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박락을 방지할 수 있다. 닥섬유를 송진먹과 뭉친 뒤 한지 위에 표현한 방법은 가장 단시간에 건조가 되었으며 한지에 붙이지 않고 개체로 표현이 가능했다(도 7). 본 연구자는 이를 '송진닥먹'이라 한다. 조형물로도 만들 수 있는 송진닥먹의 표현방법은 한지에 스며들면서 사용되는 기존의 먹의 표현방법에서 벗어나 입체로 사용되는 먹의 새로운 표현방법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는 먹의 전통 제조과정을 응용하여 그을음과 갖풀, 황촉규, 송진의 배합비율, 반죽과 건조과정을 다르게 실험하여 먹과 그을음을 시각화하였고, 한지의 닥섬유를 활용하여 박락 문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 전통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번지지 않는 먹, 번짐이 자유로운 먹, 입체적 표현이 가능한 먹을 제조할 수 있었다. 붓과 벼루를 사용하지 않고도 표현에 사용될 수 있는 먹의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그만큼의 표현 범위가 확장되었다고 판단한다. 본 연구자는 전통재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여 한국화 재료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1)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문방제구』, 통천문화사, 1992, 187쪽. 2) 갖풀 : 소가죽을 다려 굳힌 접착제

  • 위 글은 고은지, 「먹 제조용 가마와 먹의 제조방법」, 특허 제10-2008191호, 특허청, 2019와 고은지, 「옹기다단가마를 통한 그을음과 먹의 시각화」, 『미술문화연구』 13호, 동서미술문화학회, 2018 학술논문을 바탕으로 수정된 것임을 밝힌다.
  • ** 전북대학교 미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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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게재: 특별기고 / 회화지 26호(2019) 18–21쪽 · 원본 PDF 1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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