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 가득히 피어 있는 풀과 꽃들을 보면서 언제쯤 나는 저 생명들을 거침없이 그려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름 없는 풀들과 꽃들이 지나온 시간을 품고 원천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겨우 한 점 그렸습니다. 오로지 찰나의 느낌을 그리고 싶어 밑그림 없이 그렸는데 정작 그리다보니 내내 내안의 생각을 몽땅 끄집어 내어 한지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자꾸 빼면서 비우고 가벼워야 하는데 마무리된 그림을 보면 思念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직도 마음을 온전히 꺼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은걸 보니 아마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無에서 형태를 하나씩 만들고 이미 만들어진 形像을 지워가며 아크릴 물감과 호분을 사용하여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本質만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母岳後庭에 피어 한해를 보낸 그 고단한 여정을 표현해보았습니다.
2019년 11월에 모악후정에서..
안 순 금 (An, Soon-geum)
약력
전북대학교 미술교육 학·석사, 영국 코벤트리 대학 석사
개인전 3회 : 1997 얼화랑(전주), 2004 The Glass Case, Herbert Art Gallery & Museum (Coventry, U.K.), 2005 우진문화공간(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