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아이치 엑스포 관람기
나고야 아이치 엑스포 관람기
-아날로그와 디지털과의 조화로움-
올해가 광복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였던 만큼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동포 사회곳곳에서도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필자도 나고야 민단 초청으로 9월 8일부터 1주일간 나고야미술관에서 한국무용을 테마로 초대전을 가졌으며, 덤으로 VIP에게만 부여되는 프리패스 증명서를 발급받아 엑스포(EXPO) 뿐만 아니라 나고야 소재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특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일단 초대전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나고야에서 박람회장인 아이치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일본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에 비해 차체 크기가 작아 축소지향적인 일본인의 습성을 볼 수 있었다. 나고야 역에 도착하여 엑스포 때문에 특별히 제작된 무공해로 운행되는 리니모(선로 위로 7mm가량 떠다니는 자기부상식 전기자동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가는 동안 위에서 내려다본 엑스포장 규모는 실로 놀라웠으며, 자연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고 치러지는 행사에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난생 처음 느껴보는 푹푹 찌는 더위가 몹시 괴로웠으나 한 곳이라도 더 관람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그 살인 같은 더위에 각국 행사장 앞에서 보통 한두 시간씩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일본인들의 질서 의식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번 엑스포는 21세기에 열리는 첫 행사로 지난 3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6개월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본의 경제 중심인 나고야에서 동쪽으로 멀지 않은 구릉지에서 "자연의 예지(Nature's wisdom)"라는 테마로 20세기 개발의 역사를 넘어 21세기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자는 "환경엑스포"를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1970년 오사카엑스포 이후 35년만에 열리는 두 번째 국제박람회로 참가국수는 1백20여 개국으로 2배나 많았다.
행사장 전체를 공원을 개조해 만들었고 엑스포가 끝난 후에는 다시 공원으로 활용되며, 이번 엑스포는 절감(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 등 "3R"을 기치로 대체에너지 등 신기술을 대거 도입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가 신기술 운운하고 있지만, 참가국들의 국민소득과 경제력으로 각국가관은 현격한 차이를 보여 주었다.
개발도상국 및 서남아시아권은 자국을 홍보하는데 주로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하여 기념품을 판매한다든가 아니면 민속이나 이미지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과 더불어 공연을 한다든가 시쳇말로 몸으로 때우고 있었으며, 선진국일수록 최첨단 디지털 방식을 활용하여 마치 비엔날레에 참가한 예술행사처럼 국가이미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아날로그 방식을 채택한 홍보관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적이고 인간적인 분위기도 그 나름대로 정서를 담고 있었으며, 반면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홍보관 에서는 3차원적인 영상을 통하여 인간의 감성과 모든 오감을 자극하여 감동의 폭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하고 열등한가하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어떤 방식을 채택했던간에 각 나라마다 자국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데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사진] 이탈리아관(ITALIA) 외관
필자가 보았던 가장 인상적이었던 국가관을 뽑으라면, 단연히 캐나다관으로 기술과 예술이 맞물려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주어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참가하더라도 예술적인 측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벽면 전체를 요철이 있는 철사그물망으로 감싸고 그 위에 캐나다의 사계절을 영상으로 비춰 빛이 굴절되면서 구상적이고 추상적인 화면이 펼쳐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어 인종과 민족을 넘어선 예술의 힘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관은 과거 그리스, 로마의 역사성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시하고 디지털 방식을 동원하여 이탈리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동시에 아우르고 있었다.
기업들이 참여한 기업관으로는 히타치 관으로 국제자연보호연합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희귀동물을 사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재현해 보였다. 관람객은 0.4mm의 슬림형 비접촉 IC카드(집적회로 카드)를 전시물에 접근시켜 영상을 구동할 수 있어 디지털의 편리함을 느껴볼 수 있었다.
가장 관객들에게 피부와 와 닿았던 아날로그 방식의 전시물로는 특별전시관인 '글로벌 하우스'에서 전시된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발굴된 1만 년 전의 매머드를 세계 최초로 냉동상태의 실물크기로 복원하여 전시한 것이다. 러시아 연방 시하공화국 북부의 북극해 근처 우카길이라는 마을에서 발견됐던 매머드이다. 매머드 '발굴' 그 자체가 지구 온난화로 초래된 환경파괴의 명백한 증거이자 경고이다. 그래서 엑스포 조직위는 이 냉동 매머드 전시를 주요 프로젝트로 삼아 인간이 초래한 자연의 이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로 제시했다.
특히 한국관은 아날로그 방식인 전통무용 공연과 한지공예품전시 및 기념품 판매 여기에 디지털 방식인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주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490여 평의 한국관은 3년간 90여억 원을 투입해 만든 전시관으로 '청. 홍. 황. 흑. 백' 등 5가지의 색깔로 한국의 전통과 미래를 표현했으며, 대형 스크린에서 한국의 입체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파노라마 조명 쇼를 연출하여 전시관 안은 환상적 미래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편,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한 · 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도 아이치엑스포는 한류(韓流)열풍이 뜨거웠다. 한국 관에서 보통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장사진을 이룬 일본인 관광객들의 열띤 표정에서는 독도가 다케시마가 어떻게 되어가든 말든, 그들은 '휴유노소나타(겨울연가)'에 나오는 욘사마(배용준)에 대한 관심만 가지고 있었다.
끝으로, 아이치 엑스포는 국제박람회사무국(BIE)의 공인을 받아 5년에 한번씩 열리는 종합박람회이다. 지난 1876년 필라델피아 만국박람회에서 미국의 그레이엄 벨이 전화개발을 발표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에펠탑'을 후세에 남겼다. 아이치 박람회는 과연 어떻게 기억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생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아날로그가 자연이라면 디지털은 인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엑스포에서 보듯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이 서로의 장점을 갖고 상생하듯이, 이제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지구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생의 지혜가 필요할 시점이다.
[사진] 특별전시관 '글로벌 하우스'에 전시된 냉동 매머드
[사진] 한국관(DYNAMIC KOREA 대한민국ㅣ大韓民國) 외관과 관람객들
[사진] 한국관 내부 영상 전시 및 한복 차림의 도우미
원 게재: 전북회화-일본 엑스포 관람기 / 회화지 13호(2005) 20–21쪽 · 원본 PDF 21쪽 ↗


